“먹을 게 없다는 건 얼마나 참담한 고통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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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게 없다는 건 얼마나 참담한 고통인지…”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2.2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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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속 붕어빵 팔아 이웃 도운 조재현 씨
조재현씨

유독 추운 겨울이었다. 한파가 뼛속까지 에이는 날씨에 안내면 동대리 보건소 맞은편 붕어빵을 굽는 작은 포장마차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비닐을 덧 댄 허름한 장소였다. 그곳에서 조재현(64)씨가 붕어빵을 굽고 있었다. 간간 오고가는 사람들이 붕어빵을 사러 오기도 했지만 드문 발걸음이었다.

“어느 날은 손님이 없을 때도 있어요. 간간 찾아오는 손님들로 오천원도 벌고 만원도 벌었습니다” 이렇게 꼬박 겨울을 보내며 붕어빵을 팔아 번 돈을 안내면사무소에 선뜻 내놓은 기부 천사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었다. “이렇게 알려질 만한 일이 아니에요. 또 주변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어 부담스럽기도 하구요. 가진 것 없으면서 남 돕는 일 한다고 말이죠”라며 다소 인터뷰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듯 했지만 어렵게 말을 이어나갔다. 

“저도 가난하게 살았어요. 한 때는 아이들 넷과 먹을 게 없어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부유하진 않아도 그때보다는 잘 살게 되었으니 저보다 더 가난한 이웃이 생각났을 뿐이에요. 지금도 먹을 게 없어 저처럼 고통 받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돕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 심정을 내가 아니까요. 그것이 얼마나 무섭고 참담한 고통인진지를 이해하니까요. 그래서 적은 물질이지만 선뜻 내놓게 되었습니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조 씨는 신문에 자신에 관한 기사가 난 것을 보고 장삿속이라는 등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말에 상처를 입었는지 조용히 지나가고 싶다는 의견을 간간 내비치기도 했다.
조재현(64)씨는 작지만 큰 나눔을 실천한 주인공이다.

겨울철 주된 생계 수단인 농사를 지을 수 없자 생활비라도 조금씩 벌자는 생각에 1월 붕어빵 기계를 드나드는 길목에 내놓고 장사를 시작했다. 한파 속에서 붕어빵을 팔아 모은 돈 10만원을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며 안내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기탁한 조재현씨의 선행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추운데 힘들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 씨는“예전에 하도 가난해서 그런지 게으른 게 싫어요, 뭐라도 하면서 움직여야 안심이 돼요”라고 말했다. 비닐 천막 한 장으로 눈과 추위를 이겨내며 첫 달 약간의 돈을 만져본 조 씨는 “난 그래도 입에 풀칠은 하고 산다”며 “못 먹으며 나보다 더 어렵게 살고 있는 이웃들을 위해 처음 번 돈을 보람 있게 써보자 결심했다”고 했다. 조그만 구멍가게를 하고 농사를 지어 자식 넷을 다 취업 시키고 남편과 단둘이 살고 있는 조씨는 “돈 버는데 욕심 안내고 오가는 사람들과 정 쌓으며 지내는 게 참 좋다”며 “너무 적은 금액이라 도움이 될까 싶은데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조 씨는 이번 설 동안 메이커 옷을 사주겠다는 딸들의 권유에 “만원짜리라도 마음에 들면 내겐 그게 명품이다”며 근검절약할 것을 딸들에게 부탁했다. 이러한 어머니의 뜻에 따라 유치원 교사로, 간호사로, 미용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딸들은 “어머니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시라”며 “재산을 물려줄 생각마시고 이웃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시라”는 뜻을 전했다. 선한 마음을 가진 어머니의 자식들은 그대로 선한 마음을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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