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 뤽페리 ‘사는 법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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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 뤽페리 ‘사는 법을 배우다’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2.28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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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왕국’은 어떻게 건설되는가
‘사는 법을 배우다’ 책 표지.

지혜롭게 사는 법을 배울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다. 한번 뿐인 인생 현명한 그때그때의 선택이 삶을 뒤집어 놓을 수 있다. 순간의 선택으로 모든 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우린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선택을 한다는 것. 그것도 지혜롭게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철학적 힘이다.
뤽페리의 ‘사는 법을 배우다’는 프랑스 파리 7대학 철학교수였던 저자가 철학의 2500년 역사를 친근한 대화체로 풀어쓴 책이다. 결국 인간은 사는 법을 배우다 돌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앞서 삶에 대해 생각했던 철학자들의 사유를 이해하는 것은 판단에 실수를 줄이려는 방법 중 하나다.

이 책에서 루소는 인간과 동물을 구분한다. 그는 인간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완전가능성을 제시한다. 동물은  자연이 프로그래밍 한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인간은 상식적으로 납득가지 않는 악행을 저지를 수도, 또한 상대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자유를 희생할 수도 있는 변화 가능한 운명을 지니고 있다. 루소는 인간의 이러한 특성을 완전가능성이라고 표현한다. 루소의 상상 위에 칸트는 독자적인 휴머니즘적 사고를 주장하며 목적의 왕국을 주장한다. 조화로운 사회 완성을 위해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목적의 왕국을 완성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니체는 칸트나 루소가 세워놓은 민주주의 이상향이 결국 중세의 신과 같은,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또 다른 초월이자 허상이라고 주장한다. 니체의 세계에 진리는 없다. 오직 무엇이 더 옳고 그른지에 대한 권력의 투쟁만 있을 뿐이다. 즉 니체는 이성의 허구성을 꿰뚫어보고 이성의 세계를 허물어버렸다. 아폴로로 대변되는 이성의 대척점에 디오니소스로 대변되는 감성의 지위를 복원시킨다. 논쟁이나 수사학보다는 음악 같은 예술을 강조한다.

다만 이성과 감성이 어우러진 세상의 속성을 이해한다면, 때와 장소에 맞는 발언이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 그게 세상을 사는 법이다.

‘사는 법을 배우다’의 저자 뤽페리는 니체가 허물어버린 세계에 새로운 초월의 이상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초월이 없어진 상태에서 ‘아모르파티’를 외치며 비극적인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여기서 뤽페리는 새로운 휴머니즘을 언급한다.
진정한 상대의 이해를 통해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세상을 언급하고 있다.

이해를 통한 소통의 첫 단계는 낯섦과 차이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때론 굳건하게 형성된 자신의 세계를 미루고 다른 세계와 공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소통의 왕국은 건설 되는 것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 기본적으로 다름을 수용하는 자세야말로 세상을 유연하게 사는 법이라고 뤽페리는 언급하고 있다.

어쩌면 다른 당신들이 있기에 세상은 보다 풍요로운 게 아닐까. 뤽페리의 책을 통해 다름을 인정하는 힘을 기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3월 첫 주주에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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