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는 ‘위드유(with you)’로 향하는 진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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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는 ‘위드유(with you)’로 향하는 진입로
  • 박현진 취재부장
  • 승인 2018.03.0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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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취재부장

3월6일자 충청권 모 일간지 2면에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성추행 폭로기사가 아니다. ‘안 지사, “인권 실현은 민주주의 마지막 과제”’라는 제하의 강연 기사다. 5일 오전 충남도청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열린 이 강의에서 안 지사는 “민주주의의 마지막 과제인 ‘인권 실현’을 위해 미투운동에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남성중심의 권력질서 속에서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이라며 “성 평등 관점에서 인권 유린을 막아내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자”고 역설했다.

안 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추문이 JTBC를 통해 폭로된 게 5일 밤이고 6일 아침 ‘충남지사직 사퇴’라는 톱뉴스가 전국을 강타한 것을 볼 때 위 기사는 5일 오후 마감돼 6일자 조간신문에 그대로 실린 듯하다. 한치 앞을 모른다 했던가? 몇 시간 뒤 내려놓을 지사 자리에 서서 하필 ‘미투운동’이나 ‘인권 실현’ 운운하다니. 그가 ‘신뢰받는’ 몇 안 되는 정치인 중의 하나였기에 충격과 파장은 엄청나다.

용기있는 여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우리의 미투운동은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가며 곪을 대로 곪은 사회적 병폐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 막강한 힘을 가진 정치권에는 유사한 사건이 더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뒤따랐다. 안 지사 추문은 그런 의미에서 정치권에서도 드디어 터질게 터졌다는 여론이다.

성폭력에 관한한 이제 성역은 없다. 그러나 그 이면에 ‘엉뚱한 희생자’가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 또한 지울 수 없다. 촉망받던 대선주자에서 하루아침에 인면수심의 철면피로 변한 안 지사의 추락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다정다감한 아내 바보’ 놀이의 제물이 된 그의 아내와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안 지사와 똑같은 가해자 취급을 받으며 대중의 ‘집단 폭력’을 당하지 않을까?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가해자 가족을 향한 지나친 악성 댓글과 신상털이는 ‘또 다른 폭력’으로 사회적 갈등만을 초래할 뿐이다. ‘미투(me too)’는 피해자뿐 아니라 '날벼락'을 맞은 가해자의 가족과도 ‘위드유(with you)’로 가는 진입로가 돼야 한다.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 110주년을 맞아 미투운동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동료를 기리는 美 여성노동자들의 인권시위를 기념해 제정된 이날, 대학생과 양대 노총, 여성단체 등이 광화문 등지에서 대대적인 미투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한다.

잘못된 사회적 관습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3월8일이 ‘세계 여성의 날’임을 기록한 달력을 찾아보기도 힘든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미투운동을 통해 끈기있게 진심을 전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 이 사회의 잘못된 관습을 뜯어고쳐야 한다. 용기있는 고백에 따른 또 다른 피해도 막아줘야 할 것이다. 사회적 이슈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개인의 자유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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