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농약성분 검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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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농약성분 검출 ‘충격’
  • 임요준편집국장
  • 승인 2018.04.0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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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잔류농약검사 자체 의뢰결과 무농약 들깨서 살충제 검출
친환경농산물 공급업체 옥천살림 “돈 없어 자체 검사 의뢰 못해”
개별 농가나 작목반에 맡겨 10년 간 한 차례도 자체 검사 없어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 먹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합니다. 학교급식에 믿을만한 업체에서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한다기에 믿었습니다. 아이들이 먹는 것 이여서 가격이 비싸도 감수했습니다. 이젠 누구를 믿어야 할지...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유치원, 어린이집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급식으로 공급되는 친환경농산물에서 인체에 유해한 잔류농약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자 한 학부모가 충격에 빠졌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이 학부모는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어 그는 “학교운영위원으로서 아이들의 학습에서부터 먹고 마시는 것까지 보람을 갖고 일해 왔습니다. 나름 자부심도 있었는데 아이들 보기가 부끄럽습니다.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일은 절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될 일입니다”

옥천군이 지난해 10월 자체 의뢰한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에서 1종 농약인 에토펜프록스(Etofenprox)가 검출된 것이다. 에토펜프록스는 합성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로 접촉독 및 소화중독에 의해 살충효과를 나타내며, 해충의 신경계를 교란시킨다. 약효지속기간이 길어 정부에서는 지난 1996년부터 채소류와 과일류, 잡곡류 등 품목에 따라 허용치를 정하고 엄하게 관리해 왔다. 이번에 검출된 양은 0.0185mg/kg으로 친환경농산물은 농약이 전혀 검출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에 군은 농산물품질관리원에 결과를 통보하고 해당 생산농가를 학교급식에서 퇴출시켰다. 

학교급식에 친환경농산물이 공급된 지 10여 년. 하지만 지난해 군에서 자체 검사를 실시하기 전만해도 지역 내에선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곤 했다. 학부모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이번 농약성분 검출은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군 관계자는 “그동안 학교급식으로 공급되는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여러 좋지 않은 말들이 많았다. 이에 군에서 지난해 8월, 10월, 11월, 12월 총 4회에 걸쳐 샘플 잔류농약 검사를 진행했다. 무농약 들깨에서 검출되지 않아야 할 농약이 검출돼 해당 품목을 공급한 농가를 퇴출시켰다”고 밝혔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데에는 친환경농산물을 중간 공급하는 옥천살림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옥천살림은 지난 2008년부터 학교급식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해 왔다. 품목만도 59개에 이른다. 무농약 검사는 전적으로 개별 농가나 작목반에서 민간 검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군에서 작목반에 지원되는 무농약 검사비만도 2015년 860만원, 2016년 5813만원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만도 4323만원이 투입됐다. 개별 농가에 지원되는 예산까지 더하면 그 금액은 훨씬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옥천살림은 이들이 제출한 인증서 하나만 믿고 친환경농산물이라며 공급해 왔다. 일반 농산물에 비해 가격도 수배에 이른다.

옥천살림 관계자는 “무농약 검사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많아 자체적으로는 농약 검사를 할 수 없다. 인증서를 제출하면 그것으로 친환경농산물로 인정된다”며 “작년에는 ‘자주관리인증’을 실시하고 있다. 농사를 지를 때부터 현장에서 자체 검사를 하며 저와 (옥천살림)사무국장, 작목반장이 합동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천살림은 지난해 총 매출 16억6000만원에 순이익만도 5000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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