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와 자유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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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와 자유의지
  • 김현희 시인·역학자
  • 승인 2018.07.0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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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시인·역학자

사주보기 무섭다는 사람이 있다. 불행한 운명이 있을까봐 걱정하는 심리이다. 그러나 사주에 나쁜 운명은 없다. 보통의 생로병사가 있다. ‘나’보다 더 큰 운명은 세계, 국가, 부모, 자식이다. 이들이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하지만 ‘내’ 사주는 ‘내’가 사용할 수 있다. 사주를 보고 머리를 쓰며 살지, 몸을 쓰며 살지, 생산하고 판매하며 살지, 사무직으로 살지를 선택할 수 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재주나 능력은 3할이다. 그 3할이 ‘내’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명(命)이다. 7할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더 큰 운(運)으로 바깥의 상황이다.  

건강과 주체성은 비겁이고, 공부와 실력은 인성이고, 직업과 명예는 관성이고, 재산과 돈은 재성이고, 즐거움과 기발함은 식상이다. 이 다섯 개가 다 들어 있는 사주는 거의 없다. 건강하게 태어나서(비겁), 공부 잘하고(인성), 좋은 직장에서 승진하며(관성), 돈 잘 벌고(재성), 즐겁게 산다(식상)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그런데 사람마다 이 중에 무언가는 부족하다.     

십간 10개(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와 지지 12개(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합치면 22자이다. 22자 중에서 8자만 ‘내’ 것이다. 14자는 ‘내’ 것이 아니다. 그래서 ‘팔자’라고 한다. 적게 가졌어도 자기 의지로 즐겁게 사는 사람은 사주에 비겁(건강과 인맥)과 식상(즐거움과 창조성)이 발달되어 있다.

비겁은 ‘나’와 같은 오행이다. ‘나’를 돕는 조력자이면서, ‘내’가 열심히 살도록 채찍질 해주는 경쟁자이다. 비겁은 돈보다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기 주체성이 강하고 남과 나를 동등하게 생각해서 공사(公私) 구분을 잘한다. 평등 의식이 있어서 강자가 잘못하면 지적하고 약자를 불쌍히 여긴다. 사주에 비겁이 한두 개가 있어야 돈도 벌고 명예도 얻을 수 있다. 비겁은 재성(돈)을 가져다 쓸 수 있는 배짱이고, 관성(지위)에 대항하는 자존심이다. 비겁이 없으면 바깥 상황에 휘둘려 신경이 쇠약해지거나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비겁은 건강함이고 독립심이다. 전문직, 프리랜서, 자영업, 인맥관리 일을 하면 좋다. 

식상은 내가 생하는 오행이다. 식상은 ‘나’를 밖으로 표출하는 힘이다. 복과 덕과 장수를 나타낸다. 먼저 인사하며,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활달하고 낙천적이다. 좌절했어도 그 다음 날이면 희망적으로 새 일을 시작한다. 의식주에 관련된 일이나 사회사업이 잘 된다. 생산, 판매, 영업도 잘한다. 금융, 학문탐구, 예술에 관련된 일도 좋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람들과 친화력 있게 지낸다. 권위나 지위를 가진 사람이 잘난 척하고 지배하려고 하면 정의로운 투사처럼 싸운다. 부당하게 제압당하는 상황을 못 견딘다. 자기 잘난 맛에 산다. 

사주에 비겁과 식상이 잘 배치되면, 자기 의지가 강하다.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삶을 창조하며 산다. 비겁의 주체성과 식상의 오락성은 남이 한다고 해서 따라하지 않는다. 실패를 해도 자기 탓으로 돌린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자기만의 노하우를 만든다. 손에 잡히는 결과물보다는 행동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사주에 비겁과 식상만 있고, 재성(돈), 관성(안정된 직장), 인성(자격증과 문서)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비겁과 식상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한다.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의 삶을 살 수 있다. 타인 앞에서 기죽지 않는다. 누구나 돈(재성)과 권력(관성)을 추구하다면 세상은 각박해지고 인류애나 공동체 의식은 사라질 수 있다. 비겁과 식상은 연대 의식으로 세상을 밝고 따뜻하게 만든다. 이런 사주는 운이 없다고, 운이 안 좋다고 자기 슬픔에 빠지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 자신을 믿는다. 자기만의 확고한 세계관으로 세상과 맞선다. 운명보다 자유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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