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마켓’서 자유롭게 구입하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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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마켓’서 자유롭게 구입하고 싶소
  • 임요준기자
  • 승인 2018.08.09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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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노인복지센터 푸드뱅크…
매월 1~3회 집까지 찾아가 복지사가 기부물품 전달
기부업체 1호점 뚜레쥬르 엘마트점 “서로 돕는 사회”
기부참여업체 단 20개 뿐…턱없이 부족 어려
독거노인 김옥(왼쪽) 할머니와 지체장애인 조희숙 씨가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이 운영하는 기초 푸드뱅크 이영길 사회복지사와 행복을 나누고 있다.

# 여든을 바라보는 김옥(옥천읍 삼양리) 할머니는 남편이 하늘나라로 떠나고 덩그러니 홀로 남겨졌다. 의지할 자식도, 일가친척도 없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 할머니가 정부로부터 받는 수급액은 50여만 원. 사글세와 이것저것 공과금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건 겨우 20여만 원. 생활용품은커녕 부식비하기도 빠듯하다. 이런 김 할머니에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어머니,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손님의 입에서 김 할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호칭이 친자식처럼 자연스럽다. 그의 인사에 화답이라도 하듯 김 할머니는 그의 두 손을 꼭 잡는다.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기초 푸드뱅크 이영길 사회복지사와 김 할머니가 한 달에 두 번씩 나누는 인사다. 치약, 비누, 빵 등 생활용품과 일부 간식이 들어있는 봉지가 김 할머니에게 쥐어졌다. 어느새 할머니의 눈에는 감사의 눈물이 맺혔다.

김 할머니는 “뭐라고 말할 수 없이 고맙지. 매번 필요한 거 챙겨다 주고…죄송하기도 하고 눈물나게 고마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면서도 감사의 말만은 연거푸 쏟아냈다.

꽉 막힌 작은 집에 선풍기 하나로 한여름 폭염을 견디는 김 할머니. 연신 흐르는 땀을 훔치며 아쉬운 듯 한마디 남겼다. “건과일과 견과류가 먹고 싶은데…” 그러고 보니 노인건강에 꼭 필요한 영양식품인 건과일과 견과류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기부되지 않아 전달되지 못했다 한다.

5년째 결식해결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은 결식아동, 독거노인, 재가장애인, 무료급식소, 지역아동센터 등 소외계층에게 기부식품을 제공하는 기초 푸드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푸드뱅크는 식품은행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음식과 생활용품 등을 기부자들로부터 회수해 이를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에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복지관은 올해로 5년째 저소득층 결식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첫 운영한 2014년 수혜자만도 1277명이다. 시설 이용자를 포함하면 그 수는 더한다. 2015년엔 1699명, 2016년 1605명, 지난해에는 1517명에 이른다. 매월 1~3회 사회복지사가 기부물품을 꾸려 직접 가정과 시설을 방문에 전달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제
여기에 선뜻 참여한 관내 업체는 20개소다. 음식점, 제과점, 식품가공업체, 식품대리점을 비롯해 수예점, 생활용품점 등 다양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한 식당은 직접 배달할 수 없는 여건상 대상자를 초대해 매월 1~2회 음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옥천읍 2곳의 대표적 제과점들은 맛있는 빵을 수시로 기부하기도 한다. 이들 20개 업체가 올 상반기(6월 말) 기부한 물품금액이 2731만 원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면서 이웃들이다.

옥천군 1호점인 뚜레쥬르 엘마트점 배용한 대표는 “특별한 것도 아닌데...지역에서 도움 받고 살면서 어려운 이웃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 서로서로 돕고 살면 좋지 않은가”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도울 수 있는 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을 되새겼다.

문제는 관내 참여업체가 적다는 것이다. 수요는 많은데 이에 따른 공급이 적다보니 월 1회 찔금 지원을 받는 자가 많다. 게다가 다양한 기부물품이 없어 정작 수혜자들이 원하는 물품지원엔 한계를 드러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이영길 복지사는 냉동탑차를 끌고 전국을 헤맨다.

이 복지사는 “기부물품이 있으니 가져가라는 연락이 올 때가 가장 반갑다. 아쉽게도 지역 내 참여업체가 적어 다양한 물품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더 많은 업체들이 함께해 주셨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전했다.

또 하나의 희망 ‘푸드마켓’ 설립
푸드뱅크는 복지사가 기부물품을 포장해 수혜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면 푸드마켓은 수혜자들이 직접 마켓(상점)에 찾아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선택해 가져가는 것이다.
푸드뱅크가 수동적 수혜라면 푸드마켓은 능동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복지관은 진정한 푸드복지 실현을 위해 푸드마켓 설립을 추진 중이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홍은경 팀장은 “수혜자들마다 필요한 물품이 제각각인데 푸드뱅크는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수혜자 스스로 자신이 필요한 물품을 고를 수 있는 푸드마켓 이야말로 진정한 푸드복지 실현이다”며 “복지관은 푸드마켓 설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지체장애를 앓고 있으면서도 늘 해맑은 조희숙(56) 씨는 올해 3년째 푸드뱅크 지원을 받고 있다.

조 씨는 “어떤 땐 콩기름도, 또 딸기잼 빵도, 하이타이도 가져다주신다. 너무 감사하다.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게 없다”면서도 “에어컨 있는 방에서 잠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 폭염 속에서 3평짜리 벽걸이 에어컨 놓는 일이 누구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어떤 이에겐 간절한 소망이 될 수 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복지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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