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또 다른 세상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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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또 다른 세상으로 이끌었다”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8.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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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 전원생활 만끽하는 강문순 교수
육체노동이 주는 의미·삶의 소중함 깨달아
군북면 증약리에 살고 있는 한남대 강문순 교수.

군북면 증약리와 비야리 사이 20가구가 사는 마을이 있다. 한남대학교 강문순(영어교육과) 교수는 직장 때문에 2002년부터 대전에서 아파트 생활을 해왔다. 그는 늘 주택에서 땅을 밟으며 살고 싶었다. 몇 해 동안 대전 내동, 변동, 유천동 유성 지족역 근처 주택지를 보러 시간이 날 때마다 돌아다녔다.

대전에서 주택이 있는 곳을 많이 가봤는데 마당이 너무 비좁았고 가격대도 너무 비쌌다. 인천이 고향인 그는 어린 시절 살았던 주택에서의 향수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러다 대전과 옥천의 경계 지역인 군북면 증약리에 전원주택 단지를 발견하고 바로 이곳으로 들어왔다.

이 지역은 대전 시내와 가까운데 농촌 풍경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마당이 넓게 있었고 환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풍광이 빼어났다. 강 교수가 군북면 증약리 주택지를 망설임 없이 선택하고 들어온 첫 번째 이유는 대전과의 근접성 때문이었다.

늘 출퇴근을 해야하는 그로선 일터와 사는 곳의 거리가 중요했다. 신호등이나 차량의 막힘이 적어 대전권보다 출퇴근 시간이 더 적게 들면서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는 두말할 것 없이 옥천으로 이사를 했다.

강 교수는 나무를 심고 꽃 가꾸는 걸 좋아했다. 이사한 후 이원묘목시장에 시간 나는 대로 찾아갔다. 마당이 넓은 집 주변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데 시간 내는 일이 행복하다는 그는 칠자화(미국 산딸나무), 자목련, 명자나무, 수사해당화, 수수꽃다리(라일락), 개복숭아, 칠엽수(마로니에) 등을 사다가 심었다. 이사 올 때 있었던 대추, 감나무, 매화, 아로니아, 뽕나무, 소나무도 잘 자라주었다. 봄철만 되면 백일홍, 나리꽃, 백합, 튜울립 등 꽃모종을 심고 꽃을 기다리는 시간이 설렜다.

그는 “정신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 몸을 움직여 땅을 파고 노동을 하는 것이 몸의 행위이기 때문에 이전까지의 관념적인 것과 다른 삶이 펼쳐졌다”며 “이러한 행위를 통해 자신이 생명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만지고 느끼는 것이 노동의 가치구나, 정신이 아닌 육체노동이 주는 의미를 느끼고 그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지난해까지 빈 땅이 있어 텃밭을 가꿨다. 좋아하는 토마토와 옥수수를 심었다. 들깨를 심어 들기름을 짜서 지인들에게 나눠줬던 경험은 큰 의미였다. 몇 년간의 텃밭 농사로 그냥 나오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시장에 가면 어떤 생산품도 값을 깎아달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농사의 경험은 정신 속에 갇혀 살던 나를 다른 세상으로 이끌었다”며 “몸으로 힘듦을 느껴 생활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게 됐다. 큰 깨달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원생활은 더 나이 들어서는 못할 거 같다. 나이 들기 전에 해봐서 운이 좋다”며 “일을 배워가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너무 늦게 시작하면 벅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혼 생활을 막 시작한 신혼부부들이 이 같은 전원생활을 한다면 경제적인 면에서도 훨씬 도움이 되고 어린 자녀들을 자연 속에서 키울 수 있는 좋은 조건이라고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골 생활은 일이 많다. 노동을 싫어하고 귀찮아하면 관리가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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