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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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의 야생화(24)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0.02.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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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수필가
권순욱 수필가

풍접초
이 꽃이 우리 정원의 채송화 옆에 만개했다. 꽃잎에 긴 줄기가 나오고 수술과 암술이 길게 뻗어 있어, 마치 나비가 긴 대롱 입을 쭉 내밀어 꿀을 빨려고 하는 형상처럼 얄궂기도 하다. 아메리카 원산인 풍접초 꽃엔 얽힌 이야기가 있다. 하늘의 한 여신이 사모하던 임에 대한 배신감에 사로잡혀 고민하던 나머지 어여쁜 손과 발이 애처로울 정도로 여위고 얼굴이 초췌해져,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아프게 했다. 서러움을 잊으라고 다른 여신들의 권유로 그녀는 서슴없이 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 고통에서 해방됐다. 그 벗어 던진 옷이 하천계곡으로 내려가는데 나비가 춤을 추듯이 땅에 닿자마자 하늘로 향하는 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리하여 <시기, 질투>란 꽃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노란백합
노란백합엔 슬픈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독일 ‘하르쓰’ 산촌에 ‘아리스’라는 예쁜 소녀가 풀을 모아 다발로 묶고 있을 때, 말을 타고 가던 성주가 “이 봐, 처녀 나하고 같이 城으로 가세. 네 소원을 다 들어줄 테니” “제겐 소중한 어머니가 계십니다.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래 기특하구나, 속히 어머니를 불러 오너라” ‘아리스’는 성주의 말을 전했다. 성주는 마을의 예쁜 처녀를 모조리 데리고 가 노리갯감으로 삼았는데, 이를 알고 있는 어머니는 “‘아리스’야 네가 성주를 만났으니 큰일이다. 이곳을 속히 떠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락없이 붙잡혀가게 된다.” 모녀는 사찰에 숨었다. 이를 알고 성주가 찾아와 “문을 열어라. 성주님의 명령이다.” 어머니가 말했다. “열 수 없소이다. 법왕님의 명령이오.” 성주는 병졸들을 시켜 문을 부수고 들어가 울부짖는 ‘아리스’를 성으로 데리고 갔다. 울음을 그치자 성주가 말에서 내리게 했는데 성주의 팔에서 떨어진 순간, 그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노란백합꽃이 다소곳이 피어났다. 놀란 성주는 자기의 잘못을 뉘우쳤으며, 그 뒤로는 마을 처녀들을 건드리지 않고 그 백합을 소중히 키웠다고 한다. 꽃말 <유쾌, 쾌활>인데, 화단에 커다란 꽃이 활짝 피어 보기가 좋다.

기생초
북미가 고향인 귀화식물 기생초(妓生草)는 옛날 기생들이 바깥나들이 갈 때 쓰던, 종이로 만들어 색을 칠한 갓을 일컫는 전모(氈帽)를 닮아 이름이 붙여졌고 또 잎이 여리고 줄기가 가늘며 화사한 노란색 꽃 중심부에 강한 포인트의 흑적색 무늬가 진하게 화장한 고혹적(蠱惑的) 기생의 모습을 닮았다는 데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사람의 눈에 확 띠는 강렬한 색조가 유혹의 손짓을 보내는 듯하고, 황진이 이매향 장연홍 논개 등 역사 속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 이 꽃의 키는 30~100cm, 꽃 지름 2~5cm, 꽃잎 6~8장으로 너무 아름답다. 대문 앞 도로가에 원추천인국과 일 열로 피고, <다정다감한 그대의 마음, 추억, 간절한 기쁨 등> 좋은 꽃말을 가지고 있다.

덴드롱꽃
아프리카 원산 덩굴식물로 광택이 있고 어두운 녹색을 띠는 타원형의 잎들 사이에서 자라난 작은 가지에 금낭화와 비슷한 꽃이 피는데, 관상용으로 유명한 종이다. 꽃말 <우아한 여성,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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