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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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19)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2.03.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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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꼬마리

옛날 어느 시골에 농사짓는 중년 부부가 기다리던 귀한 아기를 얻었다. 옥이야 금이야 귀하게 키우던 어느 날, 콩밭을 매기 위해 아기를 등에 업고 가 밭둑에 눕혀 놓고 이랑이 긴 밭을 매고서 젖을 먹이고 돌아와 보니 누워 있어야 할 아기가 보이지 않은 것이다. 

엄마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야생짐승에게 물려 간 것으로 예감하고 인사불성이 되어 찾아 헤맸다. 

그러나 이내 날은 어두워지고 칠흑 같은 밤이 되었다. 이에 동네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나서서 온 산을 돌아다녔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찾아다니다 깊은 골짜기에서 아기의 유골을 발견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를 수습하여 집 맞은편 산자락 양지쪽에 묻어 주었다. 그 무덤에서 자라난 풀이 도꼬마리였다. 

그 후 아기엄마는 슬픔에 방황하다 기어이 해를 넘기지 못하고 애절한 가슴을 안고 죽고 말았다. 동네 사람들은 엄마 시신을 아기 무덤과 나란히 묻어 주었는데 엄마 무덤에서 자란 환삼덩굴은 아기를 찾으려고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가고 도꼬마리 열매는 어머니 곁에 가기 위해 사람의 옷에 달라붙어 이동한다고 한다. 이 두 영혼의 한 맺힌 사연이 깃들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도꼬마리 씨는 겉에 낚싯바늘 같이 생긴 침이 송송 솟아 있는 작은 열매로 사람의 옷에 잘 달라붙는 성질이 있다. 도꼬마리 꽃말은 ‘고집, 애교’이고 환삼덩굴 꽃말은 ‘엄마의 손’이다.

서덜취

서덜취는 우리나라 야생화로 줄기는 곧게 서고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높이가 30~50cm이고 모가 난 줄이 있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꽃이 필 때 말라 없어지고 줄기에 달린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 또는 달걀 모양의 삼각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밑 부분이 심장 모양이며 가장자리에 예리한 톱니가 있다. 잎 양면에 털이 있고 뒷면은 약간 흰빛이 돌며 줄기 위로 올라갈수록 잎이 작아진다. 꽃은 7~10월에 피고 줄기 끝에 4~6개의 두상화가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꽃대 끝에는 자주색의 관상화로 이루어지고 화관은 길이가 15mm 정도이다. 총포는 종 모양이고 포 조각은 7~10줄로 배열하고 안쪽 조각이 바깥쪽 조각보다 4~5배 길어 아름다움을 더한다. ‘내 사랑’이 꽃말이다.

수염틸란드시아

1700년경 남부 캐롤라이나 찰스톤에 쿠바인 남자가 스페인 약혼녀와 농장을 경영하려 하였다. 그 약혼녀는 검고 빛나는 긴 머리채를 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어느 날 밤, 그들의 농장에 인디언들이 공격했다. 인디언 자신들 땅에 외국인이 들어온 데에 대해 화가 나 있었던 것이다. 다른 외국인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스페인 약혼녀 머리를 잘라 나뭇가지에 걸어 놓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검은 머리칼이 회색빛 수염틸란드시아로 변해 버렸다. 온 사방 곳곳에 이 식물이 자라므로 결국 인디언들은 멀리 떠났다는 전설이 있다. ‘불멸의 사랑’이 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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