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유전자 스위치를 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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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유전자 스위치를 꺼라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2.03.24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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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은 아니지만 살이 잘 찌는 체질이 있는 사람의 푸념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살을 찌게 하는 유전적 요인은 무엇일까? 그 요인들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인체 내에는 지방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백색지방세포가 있고 지방을 연소시켜서 열을 발생시키는 갈색지방세포가 있다. 추위에 노출시켰을 때 갈색지방조직이 활성화되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체내 열생성을 촉진시켜서 체온을 유지하려는 반응이다.

근육이 아직 발달하지 않아 몸을 떨어서 열을 발생시킬 수 없는 신생아들은 가슴흉골, 겨드랑이, 견갑골 부위에 갈색지방조직을 약 150g 정도 갖고 있다. 이 갈색지방조직엔 교감신경이 많이 분포되어 있고 미토콘드리아의 수도 많으며 미토콘드리아 내막에서 열에너지를 생성시키는 UCP1 단백질도 많이 갖고 있다.

그런데 마른 사람에 비해 비만한 사람은 추운 날씨에 노출될 때 열적외선으로 보면 갈색지방이 잘 활성화되지 않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비만한 사람의 열생산 반응이 감퇴되어 있으며 이것이 비만해진 한 원인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그 외에도 베이지색을 띠는 지방세포가 비교적 최근에 발견되었다. 베이지색 지방세포도 갈색지방과 마찬가지로 열생성작용을 하며 주로 피하지방조직에서 발견된다. 베이지색 지방세포는 백색지방조직에 있는 전구세포부터 분화되는데, 이때 PRDM16 유전자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베이지색 지방세포의 전구세포는 추위에 노출되거나 교감신경자극에 의해서 베이지색 세포로의 분화가 촉진된다. 

연구들에 따르면 쥐를 대상으로 인위적으로 PRDM16 유전자를 결손시켰을 때 베이지색 세포로의 분화가 억제되고 지방세포의 섬유화가 촉진되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또 PRDM16 유전자 변이를 유발시킨 쥐들은 비만해지고 인슐린 저항성과 지방간이 진행되는 현상을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쥐의 피하지방세포가 내장지방세포의 특성으로 변하여서 열생성기능이 감퇴하고 염증성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였으며 지방조직에 더 많은 대식세포가 축적되었다. 

결론적으로 PRDM16은 백색지방의 갈색화(browning)에 필요하며 지방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 존재하는 UCP1을 포함하는 건강한 피하지방조직의 기능을 유지하는데도 매우 필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식욕과 관련해서 밝혀진 중요한 유전자는 제16번째 염색체에 위치하고 있는 FTO유전자이다. 이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는 사람은 식사를 마친 후에도 그렐린이 잘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그렐린은 위에서 30분 간격으로 분비되어 허기증을 일으키는 호르몬인데 식사를 하여 위가 차면 분비를 멈추게 된다. 재미있는 결과는 비만한 사람에게 자신의 유전자변이 여부를 알려주었더니 확실히 식사량을 줄여 먹어서 체중감량에 더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식욕과 관련된 호르몬으로는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이다. 렙틴은 지방조직에 일정량의 에너지원이 들어오게 되면 지방조직세포에서 생산, 분비하여 뇌의 식욕중추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초기 연구에서 렙틴을 생산하지 못하는 유전자 변이를 갖는 ob/ob형 생쥐가 극도로 뚱뚱해지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를 토대로 사람에게서 렙틴 결핍이 비만을 일으킨다고 생각했으나 오히려 비만한 사람은 혈액 중 렙틴농도가 높은 상태를 보였다. 결국 사람의 경우에는 렙틴분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렙틴수용체와의 결합에 문제가 있으며 유전적 소인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이러한 유전의 영향력을 운동에 의해서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들은 운동에 의해 근육으로부터 분비되는 아이리신이라는 호르몬이 백색지방조직에 있는 전구세포의 갈색화를 촉진하며 운동은 FTO 유전자 변이의 영향력을 30% 정도 감소시켰다. 또 꾸준한 운동에 의해 렙틴저항성이 감소한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비만 유전자의 스위치는 식사습관, 운동, 수면과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켜질 수도 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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