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지지는 10천간 아래에 위치하는 글자이다. 12지지는 각각이 지장간(지지 속의 천간)을 가지고 있다. 12지지의 지장간을 보면 12지지의 역할을 알 수 있다. 사주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원리로 만들어졌다. 천간(天干)이 하늘(天), 지지(地支)가 땅(地), 지장간(支藏干)이 인간(人)이다. 천간은 이상(理想)세계를, 지지는 현실 세계를, 지장간은 내적 욕망을 나타낸다.
12지지는 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자축(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子丑)이다. 인묘진은 나무(木)로서 봄, 사오미는 불(火)로서 여름, 신유술은 쇠(金)로서 가을, 해자축은 물(水)로서 겨울이다. 진미술축(辰未戌丑)은 앞의 계절과 뒤의 계절을 이어주는 중간자 역할을 하는 토(土) 기운이다.
진미술축 토 기운은 토 기운 본연의 역할도 하지만 합(合)에 따라서 세 가지 기운의 역할을 한다. 진토는 인묘진 방합(方合)이 되면 나무(木) 기운이 되고 신자진 삼합(三合)이 되면 물(水) 기운이 된다. 미토는 사오미 방합이 되면 불(火) 기운이 되고 해묘미 삼합이 되면 나무(木) 기운이 된다. 술토는 신유술 방합이 되면 쇠(金) 기운, 인오술 삼합이 되면 불(火) 기운이 된다. 축토는 해자축 방합이 되면 물(水) 기운이 되고 사유축 삼합이 되면 쇠(金) 기운이 된다. 방합은 친구나 가족 같은 관계의 합이고 삼합은 현실적 이해관계가 엮인 사회적 관계의 합이다.
지지(地支)의 지장간을 알아야 사주 해석을 자세히 할 수 있다. 인목(寅木)의 지장간은 무병갑(戊丙甲), 묘목(卯木)의 지장간은 갑을(甲乙), 진토(辰土)의 지장간은 을계무(乙癸戊)이다. 인묘진 봄은 ‘갑을 나무가 무토 대지에서 병화 태양과 계수 물기운으로 자라는 형상’이다.
사화(巳火)의 지장간은 무경병(戊庚丙), 오화(午火)의 지장간은 병기정(丙己丁), 미토의 지장간은 정을기(丁乙己)이다. 사오미 여름은 ‘무기토 대지에서 을목인 식물과 생명이 병정 불기운으로 자라면서 경금 열매를 만드는 형상’이다.
신금(申金)의 지장간은 무임경(戊壬庚), 유금(酉金)의 지장간은 경신(庚辛), 술토(戌土)의 지장간은 신정무(辛丁戊)이다. 신유술 가을은 ‘무토 대지에서 임수 물과 정화 불이 경신 열매와 씨앗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수확물로 수확되는 형상’이다.
해수(亥水)의 지장간은 무갑임(戊甲壬), 자수(子水)의 지장간은 임계(壬癸), 축토(丑土)의 지장간은 계신기(癸辛己)이다. 해자축 겨울은 ‘대지에 뿌리내린 갑목 나무와 수확된 신금 씨앗을 보호하는 형상’이다. 해자축 겨울을 버틴 갑목과 신금은 이듬해 인묘진 봄에 새잎과 새싹으로 다시 태어난다.
예를 들어, 일간이 갑을목이면 갑을목은 인묘진 봄에는 이파리나 꽃이지만, 사오미 여름에는 무성한 그늘과 열매가 되며 신유술 가을에는 열매와 씨앗으로 수확되며 해자축 겨울에는 뿌리와 씨앗으로 보호받는다.
12지지에서 인묘진(寅卯辰)은 먹을거리의 씨앗을 내는 생명체의 근원이고 사오미(巳午未)는 먹을거리를 완전하게 키우는 열정과 힘이다. 신유술(申酉戌)은 쓸모있는 열매나 씨앗을 수확하는 도구이며 해자축(亥子丑)은 수확된 결과물을 보호하고 저장한다. 12지지에 대한 이런 의미 부여는 명리학이 농경사회 때 완성된 이론임을 나타낸다. 12지지는 일 년 열두 달의 농사일과 연관되어 있다. 사람도 봄에는 새마음을 품고 여름에는 그 마음을 완성하고 가을에는 결과물을 만들며 겨울에는 쉬면서 다시 새 마음을 품는다. 이런 순환이 12지지의 흐름이다.
12지지의 흐름을 보면 사주학이 계절학임을 알 수 있다. 사주를 볼 때 어느 계절(월지: 태어난 달)에 태어났는지에 따라 일간(태어난 날의 천간)의 성격과 역할을 예측할 수 있다. 인묘진 봄에 태어나면 싹을 내기에 호기심이 많은 탐험가 기질이 있다. 사오미 여름에 태어나면 새싹을 완전하게 성장시키는 건설자이며 완성자 기질이 있다. 신유술 가을에 태어나면 수확물을 분류하고 분석하는 기획자이며 지도자 기질이 있다. 해자축 겨울에 태어나면 수확물을 보호하고 지키는 보호자이며 협상자 가질이 있다. 이렇게 태어난 계절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르기에 태어난 달의 월지(月支)만으로도 일간(태어난 날의 천간)의 기본 기질과 성격을 예측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