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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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56)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2.05.26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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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면에 전화로는 도저히 기부금 이야기를 뻥긋할 수 없었고, 우선 만남부터 성사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만남이 성사된다면 사업이 성사되는 것은 걱정되지 않았다. 세상사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어진 김 사장님의 대답에 나는 그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학장님, 제가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학장실로 찾아뵈면 될까요?” 그 순간 나는 이렇게 멋진 분도 있나? 미안하고 고맙고 황송해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제가 찾아뵈어야지, 제 방을 찾아 오시다니요?” 

하지만 그는 찾아오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겸손하고 예의 바른 기업인이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웠다. 다음날 매일유업 김정완 사장이 학장실로 찾아오면서 첫인사를 나누었다. 진솔해 보이고 순수한 모습에 털털한 이웃집 아저씨같이 좋은 인상이 전화로 듣던 그 겸손한 인상과 일치했다.

나는 차 한 잔을 권하며 마주 앉았다.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단도직입적으로 첫 마디를 “김 사장님, 매일유업은 아기들 때문에 돈을 번 회사지요. 그러니 아기들을 위해 돈 좀 쓰시지요,.” 하고 말했다. 그런데 더 놀란 것은 첫 만남에 내 귀를 의심케 한 그의 첫 한 마디였다. 

“그러지요. 제가 아기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하면 되겠습니까?”

이때다 싶어 나는 그간의 우리 상담 사업의 취지와 목적, 내용 특히 필요경비에 관해서는 더 상세히 설명하고 그간 많은 매스컴에 나왔던 상담 사업 관련 인터뷰 기사와 사진들을 모아놓은 스크랩북을 보여 주었다. 

“아기를 위한 사업으로 김 사장님께서 이만큼 보람 있는 사업을 찾기 힘드실 겁니다.”

그는 스크랩북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는 말했다.

“학장님, 이 스크랩북을 제가 잠깐 가져가도 될까요? 일단 저는 이런 사업이라면 긍정적으로 검토 해서 수일 내에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간 마음조이며 지낸 보람이 있었다. 그 순간 김정완 사장이 그렇게 훌륭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흘쯤 지난 뒤 그날 동석했던 실장이 스크랩북을 가지고 학장실로 찾아왔다. 김 사장이 이 사업을 바로 추진하라고 하셨으니 무엇부터 도와드려야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드디어 이 상담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실장에게 상담소가 들어갈 수 있는 건물과 직원 책상과 의자, 컴퓨터, 그리고 자문 교수 회의를 겸할 수 있는 소장실 등을 먼저 준비하고 간호사 3명의 보수와 전국적 상담에 필요한 무료시외전화료 그리고 아동간호학회 보조비 등 2억 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이미 김 사장님께 요청한 사항이니 그대로 시행해 달라고 했다. 실장은 우선 장소 마련부터 서두르고 나한테 수시로 보고하겠다고 하며 자리를 떴다. 그 순간 나는 세상 근심이 사라진 것 같았다. 

며칠 후 김정완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학장님이 요청하신 모든 것은 다 수용할 수 있는데 아동간호학회 보조금은 지금 해결이 안 돼서 전화 드렸습니다. 실은 우리 회사의 새로운 사업의 최종 결재는 아버님이신 회장님께서 결재하시는데, 회장님께서 아기 상담 사업 관련된 비용은 다 좋지만 학회 보조금은 아기와 관련된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결재를 않고 계십니다. 학장님께서 직접 회장님을 뵙고 설득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부리나케 매일유업 회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아동간호와 성장발달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교수들이 학문적으로 준비가 되어있어야 제대로 된 교육을 학생들에게 할 수 있고, 그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유능한 아동 전문간호사로서 아이들을 위해 소명을 다할 수 있다고 설득하고 소정의 학회 보조금도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런 끝에 매년 2천만 원을 보조해 주기로 결론지었다. 전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2천 만 원을 지원받아도 회원 수가 300명이라 그 지원금만 하더라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처음 P&G와 MOU를 한 후 2억 원이 학회 통장으로 입금되었을 때, 회계를 맡고 있던 인하대 안영미 교수는 빈약한 회비만으로 운영하다가 갑자기 큰돈이 통장에 들어와 믿을 수가 없어 꿈인가 생시인가 허벅지를 꼬집어보았다고 하여 박장대소를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99년 당시에 2억 원은 대단히 큰 금액이었다. 소아과의 학회도 그런 큰돈을 후원받아본 적이 없다며 소아과 의사들도 부러워했다.

상담센터 사무실은 현대그룹 본사 앞 매일유업이 입주한 빌딩 15층에 근사하게 꾸려졌다. 자문 교수들과 간호사들도 매우 만족했다. 따르릉 아기상담센터 상호운영을 위한 대한아동간호학회와 매일유업 간의 MOU 체결을 하기로 했다. 체결식은 NMC 스칸디나비아클럽에서 우리 자문교수단과 매일유업 임원단들이 자리한 가운데 상담소장인 나와 매일유업 김정완 사장의 서명으로 공식화되었고 기자들의 많은 관심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다. 

이전과 다름없이 상담 사업은 전국 육아 전담인을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나는 우리 상담 간호사들에게 이렇게 의미 있고 유익한 공익사업이 가능한 것은 매일유업의 도움 덕분임을 잊지 말고 상담이 끝나면 꼭 ‘이 상담은 매일유업의 후원으로 시행하고 있음’을 언급 하라고 지시했다. 그렇게라도 기업의 이윤을 소비자들에게 되돌려주는, 한국에서는 무척 보기 드문 훌륭한 기업인을 기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유업 창업자이신 김복용 회장님과 김정완 사장님으로부터 받은 호의를 갚는 방법은 이러한 기업가 정신의 매일유업을 널리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여 소비자인 국민들도 그에 대한 고마움을 알아야 하고, 그들이 받는 혜택이 무료라고 해서 처음부터 무조건 누릴 수 있는 임자 없는 돈이 아님을 알리는 것도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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