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 방아쇠를 당기는 아침/ 박은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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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 방아쇠를 당기는 아침/ 박은주 시집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5.17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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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주인이 되고 싶었으나…
박은주 시집 ‘방아쇠를 당기는 아침’

박은주 시인이 시집을 냈다. ‘방아쇠를 당기는 아침’이란 제목이다. 시인의 치열함이 엿보이는 제목이다. 박은주 시인과는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함께 공부했기 때문에 그녀가 얼마나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는지 조금은 알고 있는 셈. 시인은 생활에 진지했고 글을 쓰는 데는 더 몰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출근하기 싫고 그 어떤 싸움도 싫어하지만, 그러나 나는 타인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된다. 타인의 명령에 따라 방아쇠를 당기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나의 주인이 되고 싶지만, 그림자는 그 주인이 되고 싶은 나를 감시한다. 나는 내 속의 타자, 즉 그림자를 한방에 쏘아죽이고 싶지만, 그러나 내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는 상상’만으로 살해 욕망을 잠재운다. 왜냐하면 내가 내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는 상상의 시간은 ‘밑바닥에 깔린 온기를 긁어모아 심판’하고 싶은 시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이어 “내가 나의 주인이 되고 싶고 내가 나의 일을 통해 그 모든 것을 다스리고 싶었지만, 그 꿈의 실현은 영원히 가능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박은주 시인은 사회가 원하는 타자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절망을 시로 형상화해 냈다. 그것은 암울한 상황이다. 그러나 우린 이러한 현실을 직시할 때 그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울 방법을 터득해 어떤 길을 모색하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2016년 ‘애지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면서 써 온 작품을 한권의 시집으로 묶어낸 박은주 시인의 시집을 이 주 한권의 책으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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