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신용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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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신용목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7.12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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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 시집 <옥천군민도서관 제공>

시를 읽는 것은 탁해진 영혼을 정화시키기 위함이다. 요즘처럼 바쁘고 자본화 된 시대에 시의 효용이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는 시를 쓰고 또 누군가는 시를 읽기도 한다. 한때 실용서나 처세술서가 서점가를 강타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세상에 보다 잘 적응해, 보다 안락하게 살 것인가에 모든 촉을 세우고 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잘 적응하고 안락한 위치에 있고 싶은 것은 그 자리가 행복할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락이 행복을 줄 것인가는 의문이다.

그러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그 자리에서 불행을 밥 먹듯이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한편 빈한한 위치에서 행복을 챙기며 사는 사람들도 보았다. 그러니 행복은 어떤 자리가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어떤 각도로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주 한권의 책은 신용목 시인의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란 시집이다.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다른 시간을 살게 한다. 시인의 시간이다. 이런 시적인 시간은 흔하지 않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모든 것이 그러하듯 보내버리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시를 읽는 동안 올곧게 그 시간을 살아야 한다.

그러고 나면 영혼도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시집에 수록된 시 한편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책의 소개를 대신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시는 말하는 게 아니라 온 몸으로 느끼는 거라고 했다. 온 몸으로 시 한편에 대해 느낀 만큼 당신의 영혼은 묵은 때를 툭툭 털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공터에서 먼 창/ 내가 가장 훔치고 싶은 재주는 어둠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저녁의 오래된 기술./ 불현 듯 네 방 창에 불이 들어와, 어둠의 벽돌 한 장이 차갑게 깨져도 허물어지지 않는 밤의 건축술./ 검은 물속에 숨어 오래 숨을 참는 사람처럼,/ 내가 가진 재주는 어둠이 깨진 자리에 정확한 크기로 박히는, 슬픔의 오래된 습관. 신용목 시인은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와 산문집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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