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마지막 선물’이 된 ‘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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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마지막 선물’이 된 ‘동메달’
  • 이태현기자
  • 승인 2016.06.1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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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볼연합회 김호일회장 부인상 숨기고 경기 참여 ‘감동’
김 회장 “매년마다 예선 탈락, 아내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

“죽은 아내도 하늘나라에서 지켜보며 기뻐했을 겁니다.”

아내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도 그 사실을 숨긴 채 도민체전 게이트볼 대회를 이끈 김호일(79·사진)회장의 사연이 뒤늦게 밝혀져 감동을 주고 있다.

아내의 비보는 도민체전(9~11일)기간 중인 10일 전해졌다. 하지만 김 회장은 바로 아내를 만나러 가지 못했다.

대회전날 예비선수 1명이 몸이 좋지 않아 옥천으로 귀가하면서 자신마저 빠진다면 인원미달로 실격 처리되기 때문이었다.

아내의 슬픈 소식으로 혼란이 왔지만 1년 동안 준비한 선수들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김 회장은 사망소식까지 선수들에게 숨기며 경기를 강행했다.

아내의 도움이었을까. 매번 도민체전에서 예선 탈락을 하던 옥천 게이트볼 선수들이 3위에 올랐다. 김 회장의 희생정신이 옥천군과 게이트볼 선수들의 명예를 드높이는데 기여한 것이다. 사망 소식을 숨긴 이유도 선수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것으로 알려져 김 회장의 사명감이 지역 운동선수들에게까지 귀감이 되고 있다.

도민체전에 출전한 선수 김모(42)씨는 “슬픈 소식으로 인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게 당연하지만 강한 정신력을 만든 것은 김 회장님의 희생정신이 만들어낸 기적 같다”라며 “그 모습을 지켜본 돌아가신 아내분이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후 옥천으로 바로 내려와 아내의 장례식에 참여한 김 회장은 영정사진 앞에 자신이 따낸 동메달을 바치며 오열했다.

김 회장은 “아내가 하늘나라에서 마지막 선물을 준 것으로 생각한다. 가정사보다는 옥천군의 명예를 위해서 열심히 뛰었다”라며 “아내도 충분히 이 사정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울먹였다.

이같은 사연이 전해지면서 지역사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옥천군 체육시설사업소 김성종 소장은 “갑작스러운 비보에도 슬픔을 억누른 채 경기에 임한 모습이 존경스럽다. 이런 분이 바로 옥천의 자랑이다”라며 “이런 정신을 본받는 많은 스포츠맨들이 생겨나길 기대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역사회 관심도 좋지만 아직 아내와 정리할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은 너무나 아쉽다. 이번에 딴 동메달을 살아생전에 선물하고 싶었지만 이렇게라도 선물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하다”라며 말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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