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 ‘찬물에 대하여’
상태바
[한권의 책] ‘찬물에 대하여’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2.08 1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물녘 시골교회 구석에서 자신을 돌아보라
도한호시선집

시를 읽거나 쓰는 일은 사유의 세계다.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거다. 하루를 생각하고 하루에 속한 인간을 생각하고 너를 생각하는 순간이다. 사유하지 않는 순간들의 무미건조함을 눈치 챈 사람들은 시를 읽는다. 사유를 전문으로 하는 그들을 우린 시인이라 부른다. 자본주의 시대 어쩌면 무용지물인 것처럼 여겨지는 그들이 시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사유에 중독된 때문이다. 중독된 상태만이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시에, 음악에, 그림에 중독된 예술가들이 끌어낸 작품들로 세상은 품격이란 걸 높일 수 있다.
인간이 돈 말고 다른 거에도 눈을 떠야 하는 이유다. 흐르지 않는 물은 부패하고, 유동적이지 않은 사고는 갑갑하다. 나의 사고를 유연하게 하는 길은 사유하는 것. 곧 시를 읽고, 그림을 느끼고, 음악을 가까이 하는 거, 나를 돌아보는 거.
도한호 시인의 ‘찬물에 대하여’는 맑고 투명하다.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일상에서 시인이 보고 만지고 느낀 시들을 묶어 놓았다. 놓치고 갈 것에 마음을 낸 것. “하나님 당신은/ 민들레 씨앗에게/ 날개를 주셨습니다// 나팔꽃에게는/ 아침을 주시고/ 달팽이에게는/ 뿔을 주셨습니다// 돌멩이에게는/ 중력을 주시고/ 겨울에게는 꿈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기다림을 주셨습니다 [기다림 전문]” 도한호 시인의 시는 더 욕심 없는 상태로 만든다. 순한 ‘바람의 눈’을 보는 것 같다. 낮은 자세로 신께 기도하고 싶어지게 한다. 저물녘 종소리 따라 찾아간 시골 교회당 구석에서 그의 시집을 펼쳐 한 편 한편 읽어 내려가면 조용하고 뜨거운 눈물이 흐를 수도 있겠다. 도한호 시인은 1983년 ‘월간문학’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외출’, ‘감격시대’, ‘좋은 시절’, ‘예수 그리스도’, ‘나무를 심으며’, ‘언어유희’등의 시집과 그 외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2004년 침례신학대학교 제11대, 12대 총장을 역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