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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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달
  • 동탄 이흥주 문정문학회 사무국장
  • 승인 2018.10.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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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이흥주 문정문학회 사무국장

어느 날 밭가는 길에 수로에서 뭐가 후다닥 튀어나오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고양이보다 좀 클까, 그 정도 될까 하는 게 두 마리 내 앞으로 달아나는데 자세히 보니 수달이었다. 수달은 꼬리가 길고 몸도 고양이보다 좀 길다. 큰 족제비같이 생겼다. 여기서 수달을 만나다니 이건 굉장한 행운이었다. 그것도 낮에 두 마리씩이나.

한 놈은 바로 둑 밑에 숨고 한 놈도 달아나다 풀 속으로 숨으려 한다. 나는 순간 휘파람을 불었다. 수달의 거동을 보려고 애완견에게 하듯 손짓을 하며 휘파람을 불었더니 풀 속으로 숨으려 들던 녀석이 나를 돌아보며 멈추는 게 아닌가. 그러곤 내 앞쪽으로 좀 더 가까이 왔다. 수달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데 나도 놀랐다. 내 눈을 의심했다. 야생동물도 사람과 교감을 할 수 있나.
휴대폰을 꺼내야 하는데 이런 땐 손도 주인 말을 잘 안 듣는다. 더듬더듬 꺼내 겨누니 녀석이 다시 돌아선다. 휘파람을 다시 불었다.

녀석이 다시 나를 바라본다. 졸지에 일어난 일로 사진은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그러기를 몇 차례, 풀 속으로 숨으려던 수달은 내가 믿을만한 사람으로 여겼는지 내 앞을 가로질러 수로로 들어갔다. 얼른 따라 가보니 녀석은 흐르는 수로 물을 타고 신나게 수영을 하며 번개같이 내 발밑으로 지나간다. 그 모습이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수달은 성격이 온순한 것 같다. 사람을 보면 도망은 가지만 다른 동물들처럼 죽기 살기로 달아나거나 하진 않는다.

이년 쯤 됐나. 낮에 구읍 저수지를 산책하며 물위에 만든 데크 길 위를 걷는데 밑에서 갑자기 푸다닥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 깜짝 놀랐다. 어지간히도 큰 고기가 발 밑에서 튀나보다 했다. 그러더니 수달 세 마리가 그 밑에서 나와 헤엄을 친다. 요 녀석들이 헤엄을 치고 조금 가다가 돌아서더니 똑같이 나를 빤히 바라본다. 정말 귀엽게 생겼다. 나를 경계하거나 두려워하는 눈빛이 아니다. 나는 손을 흔들며 수달들에게 반갑다는 인사를 했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행운도 가졌다. 녀석들은 내 앞에서 이리저리 수영을 한다. 엔간히도 즐거운가보다. 저희들 끼리 깔깔거리고 시시덕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렇게 놀다가 내 눈앞에서 유유히 사라진다. 아마 어미 떨어진 새끼 수달들 같았다.

난 수달들이 이렇게 눈에 뜨이는 걸 내게 오는 좋은 징조로 받아들이며 좋아한다. 수달은 야행성이다. 그래서 사람들 눈에 잘 안 뜨인다. 대낮에 이 녀석들을 가까이서 만난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보호 종인 수달이 그만큼 많아진 탓이기도 하다. 이 녀석들은 꽤 귀엽게 생겼다. 난 녀석들을 애완용으로 기르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기르기는 꽤 힘들 것이다. 큰 수조가 있어야 하고 먹이도 물고기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개나 고양이가 먹는 사료를 먹는다면 기르기가 수월할 것이다. 수달도 번식을 시켜 개 사료에 적응하게 해서 애완용으로 팔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가는 곳 수로는 구읍저수지에 연결되어 있다. 요즘 비가 많이 오고 저수지도 넘치니 그곳에 있던 녀석들이 수로를 따라 내려온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하곤 구면일 수 있다. 그래서 친밀감을 나타낸 것인가. 어쨌건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개체수가 많아져서 눈에 자주 뜨이는 건 좋은 현상이다. 모든 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수달이 많아지니 그로인한 피해도 늘어난다.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린 고기를 훔쳐 먹어서 골치를 앓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양식장에 들어가서 키우는 미꾸라지나 메기를 먹어치워 힘들어 하는 얘기도 들었다.

옛날, 지금처럼 환경보호개념이 희박하고 먹고 살기도 힘든 때는 동네마다 산짐승을 전문으로 잡는 사람이 한둘은 꼭 있었다. 그들은 덫으로 오소리, 너구리, 노루 등을 매일 잡아들였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철사로 토끼 ‘올목’을 만들어 하루아침에 예닐곱 마리씩 잡는 사람도 있었다. 고기를 먹는 일이 아주 힘든 시절이었으니 이런 게 어디나 성행했다. 참새도 가만두질 않았다. 새그물로 참새를 잡는 전문가가 동네로 다녔다. 그랬어도 산짐승은 씨가 마르지 않았다. 그걸 돈 들여 복원하고 방사를 하지 않았어도 수십 년이 지난 오늘, 전국이 동물천국이 되었다. 각종 새소리도 옛날보다 지금 더 많이 듣는다. 산골, 시골도 아닌 우리마당에도 이름도 모를 새들이 매일 날아든다.

유해조수로부터 피해를 막는 일도 시급하고 그걸 보호해야 하는 일도 중요하다. 참으로 어려운 숙제다. 어떻게 해야 이걸 조화롭게 해결할까. 전국농토에 조수피해로 생기는 손해를 취합하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하나 이걸 크게 부각하는 사람은 없다. 지금도 노력은 하지만 이제 더 적극 이에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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