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커피’ 다이어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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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커피’ 다이어트의 진실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5.2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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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커피’가 다이어트 방법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진한 원두커피에 무염 버터와 야자유를 섞어 만든 커피로 일명 버터 커피라고도 불린다.

‘방탄 커피’는 미국인 데이브 아스프리가 처음 소개했다. 그는 티베트에서 여행하던 중 지쳐서 쉬는데 현지인이 준 버터를 넣은 커피를 마시고 기운이 번쩍 나게 됐다고 한다.

데이브 아스프리는 이 커피를 마시면 기운이 솟아서 총알도 막아낼 것 같다는 뜻으로 ‘방탄 커피’(bulletproof coffee)라고 이름 지었다.

과연 ‘방탄 커피’는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을까? 그 주장의 근거는 무엇이고 그 주장에 대해 제기되는 반론은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한다.

우선 커피 자체에 대해서는 매우 많은 연구가 이뤄져 왔다.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은 중추신경과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열 생성을 촉진하고 지방조직에서 지질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다. 그로 인해 에너지소비량을 다소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6잔의 커피는 일일 에너지소비량을 100kcal 정도 증가시킨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작용은 개인에 따라 매우 큰 차이를 나타낸다.

‘방탄 커피’가 다이어트 식품으로 권장되는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유행한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에 적합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즉 ‘방탄 커피’는 식욕을 억제하고 공복감을 가라앉히면서 충분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아침 대용으로 ‘방탄 커피’를 마실 때 기존의 미국인들이 주로 먹는 고탄수화물의 아침 식사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한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즉 시리얼이나 토스트, 도넛, 페이스트리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기존의 아침 식사 패턴은 혈당을 빠르게 증가시키고 그로 인한 인슐린의 과다분비를 초래하는데 이것이 비만을 일으키는 원흉으로 지적돼왔다. 그래서 ‘방탄 커피’는 꽤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의 지질분해 효과에 더하여 야자유에 많은 중간사슬지방을 먹을 때 인체는 더욱 효과적으로 지방을 연료로써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버터와 야자유를 섞은 커피를 마시면 인체는 더욱 효과적으로 케톤체라고 하는 지방의 중간산물을 생성하며 이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여러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아침 식사 대신 ‘방탄 커피’를 마실 때 비타민이나 무기질과 같은 다양한 미량원소의 섭취가 부족하게 될 위험이 커진다.

둘째로는 너무 과도한 포화지방을 섭취할 위험이 따른다는 점이다. 야자유에는 약 86%, 버터에는 52%의 포화지방이 포함돼 있다.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무염 버터 한 스푼에는 7g의 포화지방이 들어있고 야자유 두 스푼에는 19g의 포화지방이 들어있다. 이는 미 심장학회(AHA)에서 권장하는 하루 13g 이하를 훨씬 상회하는 양이다.

비록 일부 연구가 야자유의 섭취가 혈중 지질을 높이지 않는다고 보고한 바 있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으며 유럽식품안전청(EFSA)에서는 야자유의 중간사슬지방이 체중을 감소시킨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야자유가 아보카도, 견과류, 생선, 유채유 등을 대신할 정도의 이점을 가졌는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지방은 열량이 고농축 된 영양소며 야자유든 무엇이든 많이 먹으면 체지방으로 전환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방탄 커피’에 의한 효과는 커피 자체보다도 단순히 빵, 베이글, 페이스트리, 쌀, 감자 등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또 그로 인해 칼로리 섭취가 실제로는 감소했기 때문에 얻어진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볼 때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고혈압 등의 문제가 없으며 카페인에 대해 민감하지 않으며 젊고 건강한 사람으로서 평소 탄수화물을 많이 먹던 사람은 체중감량을 위한 수단으로 ‘방탄 커피’를 단기간 활용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방탄 커피’를 시도할 때 생성될 수 있는 다량의 케톤체는 체중감량이 아니라 혈액의 산성화와 탈수, 무기력증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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