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입원 환자 1명 사망
상태바
결국 입원 환자 1명 사망
  • 김병학 기자
  • 승인 2022.12.29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담노인요양병원’ 어떻게 돼 가나(2)

환자에 김밥 제공하고 실습생이 약 분류
기저귀 제때 못 갈아 대소변 시트에 흘러
보건소장 ‘환자 이송’ 약속, 아직도 그대로
도담에 입원 중인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입술이 헐고 제때 기저귀마저 갈지 못하는 등 극심한 의료공백 상황에 처해 있다. 결국 지난 21일 입원 중인 환자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병원을 상대로 ‘과실치사’ 혐의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담에 입원 중인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입술이 헐고 제때 기저귀마저 갈지 못하는 등 극심한 의료공백 상황에 처해 있다. 결국 지난 21일 입원 중인 환자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병원을 상대로 ‘과실치사’ 혐의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이는  ‘도담노인요양병원’. 깊어가는 겨울만큼이나 환자나 퇴직자들의 마음은 얼어만 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이는 ‘도담노인요양병원’. 깊어가는 겨울만큼이나 환자나 퇴직자들의 마음은 얼어만 가고 있다.
도담병원이 환자들에게 제공한 식사. 옥천읍내 한 김밥집에서 사온 김밥으로 대체했다.
도담병원이 환자들에게 제공한 식사. 옥천읍내 한 김밥집에서 사온 김밥으로 대체했다.
도담 직원들이 어르신들께 보낸 편지
도담 직원들이 어르신들께 보낸 편지

옥천 관내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의료법인 도담노인요양병원’ (이하 도담) 근로자 임금 체불과 관련, 곳곳에서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옥천향수신문이 ‘도담’과 관련한 기사를 보도(옥천향수신문 제343호 1·2면, 11면 ‘장령산’ 참조)한 지난 22일, 뜻있는 독자들로부터 쉼 없는 전화가 걸려 왔다. 

“인정 넘치고 살기 좋은 옥천에 이런 일이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병원 관리 책임이 있는 (옥천)군은 도대체 뭘 한 것이냐?” “그럼, 그 사람들(해고자)은 이 추운 겨울에 어떻게 생활하란 말인가?” “그런 사람(병원 재단)들은 당장에 옥천 땅에서 못 살도록 쫓아내야 한다” “그 사람들은 처음부터 사기를 칠 생각으로 병원에 접근했을 것이다. 법에 의한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는 등 수많은 동정과 분개심을 드러냈다.               
                     

옥천향수신문이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도담에 대해 취재를 시작한 건 지난 15일, ‘설마 아니 그 정도일 리가’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취재는 상상을 넘어섰다. 

4년 전부터 밀리기 시작한 임금은 직원들이 일괄 사표를 낸 지난 17일까지 계속됐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급여를 못 받은 사람들이 허다했기 때문. 그래도 직원들은 부모님과도 같은 어르신들을 케어하고 있다는 책임감 하나로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묵묵히 버텨왔다. 

하지만 새로이 병원을 인수한 이사장과 관계자들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해고하겠다” “휴원하겠다”는 으름장만 놓을 뿐 체불된 임금에 대해서는 말로만 언제 주겠다 할 뿐 단 한 번도 약속을 지킨 적이 없었다.

“월급 주겠다” 허구헌날 거짓말
조리실 근무자 새벽 4시에 출근

결국, 참다 못한 직원들은 분개하기 시작했다. 직원 A씨는 “밀린 임금 달라는데 그게 해고 사유가 되는가요, 그런 우리는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새로이 인수받은 재단 사람들도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임금이 밀려도 가만히 있을 건지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원 B씨도 “새로운 이사진이 병원을 인수하면 뭔가 좀 더 나은 상황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이사진들은 전 이사들보다 더 악랄하고 잔인했습니다. 상황이 어려우면 어렵다고 저희들을 설득해서 기다리라고 하든지, 아니면 정확히 언제까지 (밀린 임금을) 주겠다고 분명하게 못을 박아야지, 허구헌날 주겠다고 말만 하는 그들을 더 이상 신뢰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직원도 직원이지만 자칭 행정 원장이라 불리우는 L씨에 의해 도담에 몸을 담게된 P상임이사(P씨는 지난 17일 자신이 상임이사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의 방해로 이사회에 참석도 못 한 채 이사해임이 됐다)는 “처음 교회에서 만날 때까지만 해도 L씨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 그런데 막상 도담에 발을들여 놓고 보니 이건 온통 부실투성이었다. 그중에서도 최저시급 수준만을 받으며 살아가는 직원들이 너무도 오랜 세월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졌다”며 “최저임금이라도 받아야만 살아가는 조리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새벽 4시 30분에 출근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듯 아무리 기다려도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한 직원들은 옥천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서 지난 19일 오전 8시 30분 황규철 옥천군수와 긴급면담을 실시했다. 
하지만 군 역시 속 시원한 말을 내놓지 못했다. 너무도 실망이 컸다. 그래도 명색이 5만 옥천군민에게 ‘희망을 드리겠다’고 한 군수의 답변이나 실제 병원 관리를 책임져야 할 보건소장마저 “사정은 딱하나 (사법기관이 아니어서) 행정으로서 한계성을 느낀다” “입원 중인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도록 하겠다”는 너무도 형식적이고 복지부동적인 말에 ‘이럴 줄 알았으면 오지 말걸, 괜히 찾아왔다’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이날 아침 기온은 영하 13.6도로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다.

환자에 일률적으로 김밥 제공
간호학원 실습생이 드레싱 해
입술 헐고 낙상환자도 발생

그렇다면, 황 군수와의 면담이 이뤄지고 난 이후의 상황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결론적으로 ‘부동’ 상태다. 어느 것 하나 달라진 게 없다. 

우선, 도담에 입원 중인 환자들 식사가 가장 큰 문제다. 직원들이 사직을 한 다음 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점심의 경우 보통 때 같으면 오전 11시 20분이면 식사를 하는데 첫날부터 오후 1시에야 식사가 가능했다. 

당연히 식사 질도 떨어졌다. 이날 제공된 점심식사는 옥천읍내 한 김밥가게에서 사 온 김밥이 제공됐다.  

지난 17일 퇴사한 간호조무사 L씨는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가 다 다른데 어떻게 김밥으로 식사를 제공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외부에서 사 온 김밥을 드실 경우 세균감염도 간과할 수 없다”며 “더 큰 문제는 현재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보건증이 있어야 하는데 보건증도 없는 사람들이 식사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L씨는 이어 “간호학원 실습생에게 드레싱과 약 분류, 경관식 피딩(튜브를 이용한 음식물 공급)을 시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들이 의료진인가”라고 질타했다. 

더욱이 입원 환자 가운데 일부는 제대로 된 간호를 받지 못해 입술이 헐고 기저귀마저 제때 갈지 못하는 등 심각한 의료공백 상황에 처해 있는 곳으로 파악됐다. 

또 불규칙적으로 제공되는 식사 시간으로 인해 환자들은 “배가 고프다. 밥은 언제 나오냐?”며 소리도 질러댔다. 여기에 낙상환자도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간호차트에는 낙상과 관련한 이야기는 기록되지 않았다.

실습생 K씨는 “지금의 도담은 지저분하고 쓰레기는 넘쳐나고 있다. 환자들 기저귀는 다 새어 나오고 있으며 소변 백도 1~2개 밖에는 여유가 없다”며 “간호조무사도 식당에서 밥하고 설거지하고 있다. 저 역시 약 분류부터 (경관식) 피딩에 식사보조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퇴직한 Y씨도 “비록 사직서를 쓰고 집에 있지만 마음은 (병원) 환자분들에게 가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을 케어하려면 상당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병원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당장 식사 준비하는 것부터 버거운 상태다. 그러다 큰일이라도 나면 그때는 누가 책임을 진단 말인가.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입원 환자 가운데 92세 된 임 모 환자가 지난 21일 사망한 것. 당시 근무 중이던 K간호조무사가 “환자 분이 계속해서 혈압이 떨어지고 있다”고 병원 측에 알렸다. 

하지만 병원은 “괜찮다”고만 하고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병원이 환자를 방치하는 바람에 돌아가셨다. 이는 엄연한 노인학대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경찰도 이 부분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물어 자세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입원환자 1명 결국 사망
보건소장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변동 없어

보건소장이 약속한 ‘입원 환자 이송’도 지켜지지 않았다. 퇴사를 한 C 간호사는 “전문 간호 인력이 상시 케어를 해도 불안한 상태인데 어떻게 누가 케어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환자란 평소 케어를 하던 간호 전담 직원이 가장 잘한다. 그만큼 환자 개개인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깊이 있고 정성 어린 케어를 할는지 많은 의문이 든다”고 했다. 

C씨는 이어 “특히 야간이 위험하다. 야간에는 모든 의료인력이 퇴근을 해 난방기 가동이나 화재에 취약하다”고 했다.

“사법부 엄정한 판결 받아야”
“군도 자유로울 수 만은 없어”

옥천읍 주민 K씨는 “이런 병원이 옥천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남이 평생 일궈 놓은 결과물을 개인적인 흑심을 앞세워 빼앗으려는 것도 문제지만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어르신들은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라며 “이런 사람(병원 관계자)들은 당장에 옥천에서 쫓아내 더 이상 옥천이라는 지역이 혼란스러워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동이면 주민 L씨도 “능력도 안 되면서 세 치 혀로 남의 기업을 거저먹으려는 이런 사람들은 법의 엄정한 판결을 받아야 한다”며 “(옥천)군도 지금의 사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만은 없다”고 했다.

한편, 임금체불로 고통을 받고 있는 직원들은 도담을 지난 달 중순 3명이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의 진정을 시작으로 지난 7일에도 13명의 직원들이 진정서를 접수했다. 청주지청은 지난 26일 진정을 제기한 직원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조사를 실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