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보’ 발령에도… 미세먼지 위험 속 방치된 옥천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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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보’ 발령에도… 미세먼지 위험 속 방치된 옥천 노인들
  • 박현진기자
  • 승인 2018.01.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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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노인행사 줄줄이 강행
마스크 착용 안내조차 없어
지난 18일 미세먼지로 뿌연 옥천읍 전경
지난 18일 일자리사업 설명회에 참여한 노인들 중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지난 14일부터 약 일주일간 중국발 미세먼지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각종 발암성 물질이 든 미세먼지를 온 국민이 속수무책으로 들이켜야 했다. 같은 시간 옥천지역에도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으나 관내 크고 작은 노인 관련 행사가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진행돼 논란을 낳고 있다.
18일과 19일, 옥천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오전 10시 기준 각각 138ug/㎥, 95ug/㎥을 기록하면서 ‘나쁨’ 주의보가 발령됐다. 이 이틀 동안 관내에서는 노인일자리사업 설명회에 450여명의 노인들이 참석했고 9988행복지키미 참여자 교육현장에는 멀리 청산, 청성면 어르신들까지 300여명이 읍내 관성회관을 찾았다. 면 지역에서도 이원면 지역노인봉사대 활동, 군서면 노인회 정기총회, 이원면 치매안심마을 선포식, 청산면 노인일자리사업 설명회 등 크고 작은 행사들에 고령자들이 모였다.
그러나 미세먼지 ‘나쁨’ 발령과 관련해 행사를 연기, 또는 취소한 단체나 기관은 한 군데도 없었다. 관성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700여명의 노인 중 마스크라도 착용한 사람도 열손가락 안쪽이었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령에 의하면 지자체(장)는 미세먼지 농도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대기오염경보(주의보, 경보)를 발령하고 주민건강 보호와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나쁨’ 또는 ‘매우 나쁨’인 경우, 어린이와 노인, 호흡기 질환자 등은 외출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외출할 때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당 10㎍(100만분의 1g) 증가할 때마다 65세 이상 노인 사망률은 0.4%씩 증가한다. 초미세먼지 경우엔 사망률이 1.1%까지 늘어난다. 또한 협심증 위험도 뚜렷하게 증가한다. 그만큼 노약자에게 미세먼지는 치명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어르신들은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행사 주최측의 안내나 계도 문자도 전혀 받지 못했다고 했다.
강선례(73·동이면 조령리)씨는 “일을 해야 먹고 사는데 일자리를 알선해 준다고 하니 부랴부랴 나오느라 뉴스고 뭐고 볼 여유가 없었다”며 “그러잖아도 천식기가 있는데 목이 붓고 밭은기침이 자꾸 나와 힘들다”고 말했다. 장옥현(70·청산면 하소리)씨도 “미세먼지로 위험하니 마스크라도 쓰고 나오라고 했으면 그렇게 했지. 문자 같은 거 못 받았다”며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노인일자리사업 설명회를 주관한 관계자는 “일자리가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줘야겠다는 생각만 했지 안내 문자를 날린다거나 행사를 연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며 “좀더 세심한 배려와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시니어클럽 관계자는 “9988행복지키미 사업 초기인 2013, 2014년에는 자주 전화 독려나 문자발송을 했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선거법 등 부작용이 있는데다 어르신들이 문자 확인을 할 줄 몰라 현재는 발송을 안 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드리는 사업을 한다면서 어르신들의 건강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꼴이 돼버렸다. 어르신들을 안내하고 계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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