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사랑·제자사랑 갑절로 쏟아내는 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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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사랑·제자사랑 갑절로 쏟아내는 여교사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9.13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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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여중 관악부 ‘예다움’ 육혜림 교사
전국대회 금상 수상 실력 “이젠 지역민 위해”
‘예다움’ 관악부 학생들과 육혜림 지도교사.

옥천여자중학교 육혜림(33) 교사는 옥천읍 장야리가 고향이다. 옥천에서 나고 자라 대학을 청주에서 마친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후배인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청주서원대 음악학과와 음악교육대학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첫 발령지는 옥천중학교였다. 이어 모교인 옥천여중으로 부임한 지 4년째다. 부임 1년 후 ‘예다움’ 관악부 지도교사를 맡게 됐다. 예다움은 1996년에 창단된 관악부다.

육혜림 교사는 “관악부의 특성은 악기관리 때문에 엄격하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학생들을 만났을 때 표정이 밝아 보이지 않았다”고 당시 첫 만남을 이렇게 기억했다. 

단원들 간 화합이 잘 돼야 하모니가 잘 나올 거라 생각한 육 교사는 관악부 활동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우선 신입단원이 들어오면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삼겹살을 구워먹거나 미니올림픽, 미션 달리기, 신발 멀리 던지기, 림보 등 갖가지 활동을 통해 선·후배간 친해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선·후배 사이 벽이 있는 위계질서보다는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보고 인격적으로 대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그래야 각각 악기가 내는 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육 교사는 “기분이 우울하고 주눅들어 있으면 바로 악기 소리가 작아진다”며 “실력이 있는 학생인데도 선배 눈치 보느라 작게 부는 그런 관계를 깨주려고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또한 개개인 단원들의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관악부 뺏지를 만들고,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육 교사가 재학하던 시절 관악부는 동경의 대상이었다며 등굣길 친구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자신감을 갖게 했다. 또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했다. 등굣길 연주를 위해서 단원들은 7시30분까지 등교해야 하는데도 누구하나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좋아했다. 이외에도 생일을 맞은 친구들을 위한 점심시간 연주, 스승의 날 선생님을 위한 연주, 세월호 안전의 날 ‘천개의 바람 되어’를 연주할 기회는 단원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육 교사는 2학기에는 계획만 세우고 실행하지 못했던 지역기관 내 봉사활동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3년 동안 옥천군 장학회와 평생학습원, 교육청 등 지역의 많은 도움을 받아 처음 3명이던 강사분이 파트별 12명으로 확대돼 단원들의 실력이 몰라보게 발전했다”며 “이제 지역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연주봉사를 꼭 추진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악기 운반 등 예산 문제가 있고, 학생들이 학년별로 시험기간이 다 다르기 때문에 시간 맞추는 것도 어려움이 따르지만 타인을 위해 연주하는 기쁨을 꼭 느끼도록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버스킹(길거리 연주)도 원하고 있다”고 말하는 육 교사의 목소리에는 옥천의 문화 발전을 위해 한몫 차지하는 예다움 공연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찬 듯 보였다.

현재 예다움 단원들은 3학년 11명, 2학년 15명, 1학년 28명으로 총 54명이다. 육혜림 교사는 단원들 한명 한명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학생들의 개성과 성격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학생들이 소감을 말하는 동영상 장면을 보여주며 더해 주고 싶은데 한계가 있을 때마다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영상에서 학생들은 “힘들 때 얘기 들어 줘서 감사했다”고 울먹이며 고마움을 전했다. 음악을 통해 선생님과 제자 그 이상의 인간적 교류가 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관악부 예다움은 지난달 22일 강원도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16회 춘천전국관악경연대회’에서 9개 학교가 참가한 가운데 우수상인 춘천시장상(3위)을 수상해 부상으로 큰 상금을 받았다. 또한 지난달 29일에는 경남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제1회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에서도 함양군수상 금상(2위)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예다움의 전국관악경연대회 수상은 여름방학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무더운 날씨에도 관악실에 모여 전국대회를 준비한 노력의 결실인 것. 결과와 상관없이 학생들 스스로 자신 있게 연주하고 ‘조금 더 열심히 할 걸’하는 후회를 하지 않도록 목표를 두고 한마음 한뜻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연습에 임하였다고 했다.

육 교사는 “최선을 다해 아쉬움과 미련이 없으며 학생들이 노력한 결과에 어울리는 상을 받은 것 같아 너무 행복하고 보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 위 학생들의 진지한 표정으로 연주하는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우며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전국관악경연대회는 옥천여중관악부 예다움이 더욱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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