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통화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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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통화 좀 합시다”
  • 김병학 기자
  • 승인 2022.08.25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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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만 된다면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 지역발전의 초석이 되겠습니다” “유권자 여러분들의 머슴이 되어 무슨 일이든 다하겠습니다”

두 달 여 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내뱉은 공통적인 말들이다. 

당시 후보들은 어떻게든 당선만 된다면 유권자들의 뜻을 받들어 뼈를 깎는 심정으로 헌신과 봉사를 약속했다.

그리고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그들의 약속은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니, 없던 일로 치부되고 있다. 

우선, 만나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지난 18일, 필자가 옥천군의회 S의원을 만나 긴히 물어볼 일이 있어 전화를 걸었다. 바쁜 일이 있어서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혹시 번호가 틀려 받지 않았나 싶어 다시 확인을 하고 전화를 걸었다. 분명히 맞는 번호였다. 조금 있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튿날, 다시 당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문자를 넣었다. 이번에는 문자마저 묵살했다.

시간은 촉박하고 목이 마른 사람은 필자이기에 당사자 방을 찾았다. 있었다. 

“4번씩이나 전화를 하고 문자를 넣었으면 한번쯤은 답변을 해주는게 옳지 않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방금 확인했다”며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참고로 필자와 S씨와는 첫 대면이었다.

필자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선출직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같은 기자의 신분을 가진 사람이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데 힘없는 촌로들이 전화를 한다고 받겠는가. 필자같은 사람이 만나기를 희망해도 만나기가 힘든데 풀뽑고 김매는 시골 아낙이 만나자고 하면 만나 주겠는가.

도대체 왜 그러는가, 그래서 선출직들이 욕을 먹는 것이다. 선거기간 중에는 마치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말을 해놓고는 막상 당선이 되면 “내가 누군데” “나를 만나고 싶으면 전화질 같은건 하지 말고 직접 찾아 와라”는 말도 안되는 말로 유권자들과 거리감을 두려 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의원직을 내려 놓는게 맞다. 그 자리를 노리는 사람은 넘치고 넘친다.

단순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해서 그런건 아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듯이 사소한 전화마저 받지 않는데 어떻게 유권자들과 소통을 하며 다른 일을 처리할 수 있겠는가.

선출직이라는게 뭔가, 유권자들과 쉼없는 소통을 바탕으로 그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어디에 상처가 났는지, 상처가 났다면 거기에 걸맞는 치유를 해 주는게 주된 존재가치가 아니겠는가, 그런 존재가치를 포기한 S씨를 보면서 또 다른 선출직들도 그러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욱이 임기 시작 두 달도 안된 지금부터 이러할진대 남은 3년 10개월이 걱정이다. 4년 그거 잠깐이면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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