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31일을 앞두면 몇 가지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먼저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이라는 노랫말로 시작된다.
이 노랫말이 술술 뇌리에 떠오르고 마음이 약간이라도 동한다면 그분은 적어도 중년 이후가 아닐까 싶다. 나는 그 가수의 팬도 아니었는데 시월이 되면 뜬금없이 그 노래가 떠오른다. 1982년에 발표된 곡이다. 처음 노랫말은 ‘9월의 마지막 밤을...’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음원 발매 시기가 한 달 늦춰지는 바람에 ‘시월의 마지막 밤을...’로 바뀐 것이라고... 가수 이용은 이 노래로 최고 인기 가수상과 최고 인기 가요상 등 온갖 상을 휩쓸며 대스타가 됐다. 당시 조용필과 가왕 타이틀로 늘 겨루기도 했다. 지금도 10월만 되면 공연 스케줄이 가득 찬다고 한다.
그 다음은 ‘할로윈데이(Halloween Day)’다. 20여년 전 미국 유학생활 중 그런 날이 있다는 것을 처음 접했다. 당시 초등학교에서 할로윈 파티를 한다며 집으로 공문이 왔다. 당시 우리집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무슨 날인 줄 몰라 이웃에 물어보니 어린이들이 애니메이션 등에 나오는 각종 캐릭터 옷을 입고 학교 가는 날이라고 했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도 있지만 귀신, 마귀, 해골 등의 복장들이 훨씬 많았다. 마트에선 한 달 전부터 그런 캐릭터 옷들을 판매했다.
첫 해 우리 아이들은 한복을 입고 학교에 갔다. 학교를 마친 동네 아이들은 저녁이 되면 동네 집 문을 두드리며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이라고 외쳤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이런 의미다.
어른들은 이 날을 대비해 미리 사탕이나 과자 등을 준비해 둔다. 동네 어린이들이 오면 문을 열고 반갑게 맞이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지고 다니는 호박 모양의 바구니 또는 봉지에 사탕과 과자들을 나누어준다.
아이들은 5-6세에서 12-13세 정도다. 그들은 계속해서 또 다른 집 문을 두드린다. 밤 늦게 집에 들어온 우리 아이들 손과 주머니엔 사탕과 과자가 가득했다.
할로윈(Halloween)의 첫 단어인 hallow는 고대 앵글로색슨족의 언어로 성인을 뜻한다. 여기에 전야제를 뜻하는 even과 만나 hallow’s even 혹은 hallow’s evening으로 사용한다. 문자적으로 보면 ‘거룩한 전야’라는 뜻이다.
종교용어로 ‘만성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할로윈데이의 정점은 바로 귀신 의상을 입고, 귀신 놀이를 하는 것이다. 마귀상, 귀신상, 도깨비상, 해골상 등 의상으로 변장해서 집집마다 방문하면서 ‘Trick or treats’ 놀이를 한다.
켈트족의 죽은 조상 영혼들이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방황하며 가을 수확물에 대해 장난(trick)을 일삼으며 저주를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이들을 저승으로 평안히 보내기 위해서는 술, 음식, 수확한 곡식 등으로 달래주는 일(treat)이 필요한데 이런 의식을 일 년에 한 번 행하는 미신적인 행위다(강경호, 기독교포털뉴스 www.kportalnews.co.kr).
할로윈데이가 약 10년 전부터 우리 나라에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어린이보다는 주로 어른, 청춘남녀들 사이의 또 하나의 놀거리, 축제의 날처럼 인식되는 것 같다.
그 다음 10월 31일은 종교개혁일이기도 하다. 금년이 506주년이다. 어찌 보면 할로윈데이와 정반대 개념의 날이라 할 수 있다. 미신적인 요소 등으로 부패된 종교를 개혁하자는 의미의 날이다. 1517년 10월 31일 독일의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4~1546년)가 독일 비텐베르크대학 교회의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기독교 내부의 대규모 개혁 운동이다.
이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세계사에도 영향을 끼쳤다. 종교 개혁을 계기로 세계사는 중세와 근현대로 구분된다. 이러한 종교 개혁의 결과로 로만가톨릭(천주교)과 개신교가 분리된다.
종교개혁의 정신 중 잘 알려진 모토(motto)가 있다. 바로 ‘개혁자는 늘 개혁의 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무슨 의미인가? 우리에게 적용해 보면 이렇다. 우리는 흔히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충고 및 지적을 많이 한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좋은 의도라 할 수 있다. 나이 먹을수록 그 지적질이 많아진다. 잘못하면 불필요한 잔소리로 보일 수도 있다. 그 지적질을 종교개혁 정신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할 수 있다. ‘지적하는 사람은 언제나 그 지적의 대상이 된다’고 말이다.
10월 31일, 며칠 앞두고 있다. 시월의 마지막 날을 멋지고 의미있게 보내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