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아준 주민 A씨의 웃음 인술을 심다
대전 둔산동에서 45년간 환자를 돌보던 베테랑 치과의사가 지난해 7월 돌연 옥천군 이원면으로 향했다. 화려한 도심의 병원장 타이틀 대신 ‘시골 의사’를 선택한 이원사랑치과 김헌식 원장의 이야기다. 그가 개원한 치과는 이제 치아를 고치는 곳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첫 만남 자리에서 김 원장은 기분 좋은 소식부터 들려줬다. 동이면에 거주하는 60대 주민 A씨가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고 있다는 얘기다. 선천적 잇몸 및 치아 기형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A씨는 윗니가 하나도 없어 식사조차 힘든 상태였다. 차상위 계층이자 신용 문제로 의료비 후불제에서도 소외된 그에게 수백만 원의 치료비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A씨와의 인연은 김 원장 부부가 지난해 9월 지역 경로당 주변에서 우연히 만나며 시작됐다. 7년 가까이 음식을 힘들게 먹어야 했던 사정을 들은 김 원장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원장의 부인인 이승연 이사와 한종용 행정원장은 동이면 행정복지센터 면장과 옥천군수를 차례로 만나 사각지대 주민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지자체 규정의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동이면 행정복지센터와 함께 노력한 결과 사단법인 푸른나눔재단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총 800여만 원의 치료비는 이원사랑치과의 재능 기부와 푸른나눔재단의 지원, 환자 분담으로 해결됐다. 임플란트 식재를 마친 A씨는 오는 6월이면 평범한 일상을 되찾게 된다. 단순히 치료를 넘어 지역 사회와 의료기관이 한마음으로 뭉쳐 만들어낸 공동체 복지의 결실이기도 하다.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45년 넘게 전문의로 활동한 김헌식 원장에게 옥천은 치유의 땅이다. 옥천 Y 아파트 베란다 창밖의 자연 풍경을 보며 출퇴근하는 일상은 치열하게 살아왔던 도시의 풍경과 결이 다르다. 병원 운영의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현재 순수한 이원 주민들과의 교감을 통해 치열하게만 살았던 과거가 하나씩 회복되고 있다.
김 원장은 “의료가 산업적 수익 모델로 변질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병원 옥상에 텃밭을 일구고 아내와 시골길을 산책하며 인술의 의미를 새삼 새긴다. “환자가 가져다주는 호박과 파를 통해 나눔의 정을 느낀다”는 그는 어르신들을 환자가 아닌 가족으로 여기고 있다.
이원면 주민들은 이제 마을 안에서 수준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주민들이 더 반기는 것은 뛰어난 의술보다 언제든 찾아가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는 든든한 이웃이 생겼다는 점이다.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평범한 행복이 건강의 시작이라 믿는 김 원장의 마음은 이원의 작은 치과를 지역의 희망으로 바꾸고 있다.
오랜 세월을 쌓아온 깊은 인술이 이제 옥천 주민들과 어우러져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소중한 동행을 김 원장은 오늘도 그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