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숲이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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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숲이 될 수 없었다
  • 우지후 숲속작은목공방 가비뉴 대표
  • 승인 2026.07.16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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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틀 & 목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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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틀 & 목화병


목공을 하다 보면 나무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아무리 크고 단단한 나무도 혼자서는 숲이 될 수 없다. 작은 나무들이 함께 뿌리를 내리고, 바람을 견디며 서로의 빈자리를 채울 때 비로소 숲은 완성된다.
옥천에서 살아가며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목공방을 시작하고 조금씩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같은 질문이 남아 있었다.
‘나만 살아남으면 이 지역은 괜찮은 걸까?’
지역은 한 사람의 성공으로 살아나는 곳이 아니다. 빵집 하나가 생기고, 공방 하나가 생기고, 작은 카페 하나가 문을 열고, 누군가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누군가는 새로운 축제를 만든다. 그렇게 서로 다른 삶이 연결될 때 비로소 지역은 조금씩 살아난다.

그래서 청년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나처럼 도시가 아닌 곳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 지역에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 하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들.
그렇게 뜻이 맞는 청년들과 함께 '가온비'라는 청년단체를 만들었다.

처음은 서툴렀다. 회의를 해도 사람이 적었고, 행사를 준비해도 관심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때로는 '굳이 왜 그런 일을 하느냐'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거창한 지원이 아니라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라는 것을.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 주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용기가 생긴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일수록 청년 한 사람의 존재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도시에서는 청년 한 명이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일 수 있지만, 작은 지역에서는 한 사람이 하나의 가게가 되고, 하나의 문화가 되고,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그래서 청년은 숫자가 아니라 가능성이다.

우리는 종종 지역소멸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한다.
하지만 지역은 인구가 줄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가능성을 믿지 않을 때 조금씩 힘을 잃는 것은 아닐까.

나는 여전히 옥천이 가능성이 많은 곳이라고 믿는다.
크지 않아서 서로를 더 쉽게 만날 수 있고, 빠르지 않아서 천천히 함께 걸을 수 있으며, 아직 빈자리가 많기에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곳.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람들. 누군가는 공방을 열고, 누군가는 농사를 새롭게 바꾸고, 누군가는 아이들을 위해, 또 누군가는 지역을 위해 오늘도 작은 도전을 이어가는 사람들.

숲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도 누군가가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있다면, 그 숲은 분명 조금씩 자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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