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인이 이어준 한·일의 내일
상태바
정지용 시인이 이어준 한·일의 내일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11.21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일 갈등 속 아홉 번째 일본 지용제
문학포럼·정지용한글작문콘테스트 성료
“문학·문화의 힘으로 갈등의 벽 허물자”

정지용 시인의 시 정신을 이어가려는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의 행보가 올해도 쉬지 않고 이어졌다. 옥천에서 나고 자란 정 시인의 흔적을 찾아내 그가 드러내려고 했던 생각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일은 분명 뜻깊은 일일 것이다. 한 문학가가 품었던 정신을 되살려 세상에 드러내는 일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팍팍한 세상에 꽃길을 내겠다는 열정이다. 이러한 열의가 정신의 진보로 나아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시 정신을 살리는 길이 곧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본질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시인의 눈으로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의 이러한 행사를 하나하나 담아 전할 수 있어 더없이 뿌듯하다. 3박4일 간의 일정 속에 정지용 시인의 향수와 함께 했고 시로 하나 될 수 있다는 문학의 힘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여정을 옮긴다.

△일본 지용제
일본 지용제가 9회째를 맞았다. 옥천문화원 김승룡 원장을 비롯해 관계자 27명은 일본 지용제를 위해 지난 13일 옥천을 출발해 후쿠오카 국제공항에 도착, 야나가와현에 위치한 일본 근대시의 아버지 기타하라 하쿠슈 생가기념관으로 이동했다.
올해 일본지용제는 정지용 시인의 시를 일본 ‘근대풍경’ 이란 잡지에 추천해 시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한 기타하라 하쿠슈 생가를 방문, ‘2019 정지용 문학포럼’을 시작하는 것으로 행사의 첫 장을 열었다. ‘오래된 길에서 새로운 길로!’라는 주제를 내걸고 기타하라 하쿠슈, 정지용, 윤동주 시의 근원과 지향에 관한 포럼이 이어졌다. 정지용 문학포럼은 옥천군, 옥천문화원, 기타하라 하쿠슈 생가·기념관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KOFICE(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도시샤대학교 코리아 연구센터, 도시샤대학교 한국유학생회 후원으로 이뤄졌다.
김승룡 원장은 인사말에서 “일본 최고의 시성이면서 일본 시단에 정지용 시인을 추천한 기타하라 하쿠슈 고향 생가기념관에서 정지용 문학포럼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문학의 힘, 문화의 힘으로 한·일 관계의 벽도 허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들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지용 시인의 시를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해 중국, 일본, 동북아시아에서 포럼을 개최했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작가협회에서도 제안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기타하라 하쿠슈 생가기념관 오오하시 테츠오 관장은 환영사에서 “한·일 관계가 복잡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때야말로 국경과 시대를 초월할 수 있는 문학과 예술을 통해 존중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학포럼
2019 일본 정지용 문학포럼에서 좌장은 박덕규(단국대 교수) 시인이 맡아 진행했다. 첫 발제자인 유종인(미술평론가) 시인이 ‘기타하라 하쿠슈와 정지용 시에 나타난 자연의식의 특성’을 발표했다. 발제문에 대해 오석륜(인덕대 일본어과 교수) 시인은 “두 시인의 작품에 나타난 ‘향수’와 ‘동경의식의 변모’를 근세 미술과의 어울림에서 찾으려 한 것은 시인과 미술 평론가의 관점”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 우에노 준(교토조형예술대학 교수) 시인은 ‘윤동주와 정지용의 시어가 지닌 뜻의 차이점에 대하여’(윤동주 연구의 시점에서 본 고찰)에 관한 연구내용을 발표했다. 정지용 시인과 윤동주 시인의 시에 나타난 상징성에 대한 나카이 히로코(도시샤 대학원) 씨의 질문에 우에노 준 시인은 “한국인의 얼이나 한과 같은 정서가 일본인에게는 이해가 어렵다”며 “이것은 민족성의 차이로 식민지를 겪지 않았던 일본인이 알지 못하는 정서”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김묘순((사)세계문인협회, 시인) 문학평론가의 ‘정지용의 ‘슬픔 인상화’에 대한 소고’ 발표가 있었다. 토론자로 나선 도복희(대전문인협회) 시인은 “정지용 시인의 고향 옥천에서 ‘지용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인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데 세상에 드러내야 할 정지용 시인의 핵심 시 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시인의 흔적을 찾아
윤동주 시인이 하숙했던 집 자리는 현재 교토조형예술대로 바뀌어 있었다. 시인이 일본 유학시절 머물렀던 장소에 시비 하나가 그 시절을 말해줬다. 정지용 시인이 늘 오고 간 동지사대 앞으로 흐르는 ‘압천’은 세월을 뒤로하고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시인은 간 곳 없고 지나간 시간의 흔적만 바라볼 수 있었다.
정지용의 시 카페프란스의 배경이 된 ‘카페프랑소와’는 현재 교토의 등록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라고 했다.
일본지용제 관계자들이 동지사대학을 공식 방문해 면담한 후 정지용· 윤동주 시비에 헌화 및 참배했다.

△정지용 한글 작문 콘테스트
2019 일본 지용제 일환으로 열린 제4회 한글 작문 콘테스트는 지난 15일 오사카한국문화원에서 성황리 개최됐다. 오따 오사무(도지사대학교 코리아연구센터) 소장의 강연 후 축하공연으로 샌드아트, 시낭송, 국악과 퓨전음악, K-POP 연주가 있었다. 일본인과 한국인 유학생 100여 명이 참석한 한글 작문 콘테스트에서 대상 1명 최우수상 일본인과 한국인 각 1명씩 2명, 우수상 4명 장려상 8명에게 상이 돌아갔다. 시제는 ‘소식’, ‘이웃집’이다. 박덕규(단국대 교수, 시인) 유종인(시인, 미술평론가), 김종구(충북도립대 교수), 김묘순(시인, 문학평론가), 도복희(시인), 오석륜(인덕대교수, 시인) 총 6명이 심사를 맡았다. 대상을 받은 이지훈(관서학원대학 국제학부) 유학생은 “7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하고 그리움으로 울면서 썼다”며 “할아버지에게 소식이 닿아 도와주신 거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평소 글 쓰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많이 정지용의 시와 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