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아름다움은 ‘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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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아름다움은 ‘선’에 있다
  • 도복희기자
  • 승인 2020.04.09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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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옻을 주재료로 새로운 예술세계
그리는 귀향 작가 ‘홍승운’ 화백

 

홍승운(54) 작가는 옥천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다. ‘바람소리’, ‘나비처럼’, ‘화전놀이’와 같은 작가의 작품은 율동적이고 자유로운 선이 특징이다. 삼베에 옻칠로 완성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흡사 바람결이 만져지는 듯하다. 인물의 동작은 유려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평화로운 분위기에 젖어들게 한다. 안내면 정방리가 고향인 홍 작가는 유년시절 강변에서의 추억을 떠올렸다.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했다. 고향산천은 어린 소년에게 미적 원천이 되었고 작가로 활동하는 예술의 모티브가 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시련기에도 예술은 생명줄이었다고 말하는 홍승운 작가의 예술세계를 들여다보았다.
 
△홍승운 작가
안내면 정방리가 고향이다. 안내초등학교 55회, 안내중학교 28회, 옥천고등학교 6회 졸업생이다. 유년시절뿐 아니라 학창시절 전부를 옥천에서 보냈다. 초·중학교 시절 미술부 특기생으로 활동하며 그림에 대한 관심이 깊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어머니의 반대로 그림 그리는 일을 중단한다. 한남대학교 지역개발학과에 입학하지만,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컴퓨터 캐드 작업을 시작한다. 그는 게임스쿨 1기생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컴퓨터그래픽 분야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게임 속 캐릭터와 배경 등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하는 것은 물론 가르치고 게임 관련 회사를 운영하기도 한다. 서울에서 10년 이상 일해 오다 IMF를 겪으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다. 홍 작가는 2004년 서울에서의 생활을 접고 고향인 옥천으로 내려온다. 그전까지 상업미술 쪽으로 일해 온 그는 고향으로 내려와 순수미술을 시작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보다 대중이 요구하는 것(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 치중해 작업하던 작가는 고향 옥천의 품으로 내려오고 나서 남들의 시선에 구애되지 않는 자신만의 세계를 작품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예술세계
홍승운 작가는 선에 중심을 두었다. 그림이 면과 색, 선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가 선택하고 추구한 것은 선을 이용한 자신의 세계를 찾아가는 거였다. 선은 사람을 통해 표현되었다. 무용가의 몸동작이나 한복선이 두드러졌다. 입체적이거나 색을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서 유려하고 단순화된 선으로 작가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러한 작품의 특징은 오랫동안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창작해온 작가가 순수미술을 지향하게 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게 된 것이라고 보여진다. 홍 작가는 “선 자체를 가지고 내 안의 지향점을 찾아가는 것은 계속될 것”이라며 “전통춤이나 어릴 적 금강변에서 놀던 추억을 소환해 작품으로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릴 적 금강변에는 백사장이 많았다. 학교 다닐 때는 옛날 장계다리 밑으로 소풍을 많이 갔다. 다리 밑으로 조금 가면 강변에 만들어 놓은 수영장이 있었다”며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크다”고 전했다. 이러한 작가의 그리움은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금강 주변 환경오염은 안타까운 일로 주변 자연 생태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예술로 승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작품의 특징
홍승운 작가의 작품 속 얼굴은 비슷하다. 그는 동작과 움직임의 다채로움을 표현한다. 선이 가장 잘 살아나도록 하기 위해 단순화 작업을 거친다. 필요한 부분이 과장되게 드러나기도 한다. 손이나 발이 크게 그려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애니메이션을 해온 영향이라고 했다. 홍 작가는 보고 그리는 작업보다 보고, 느낀 경험을 토대로 상상력을 통한 재구성 작업으로 이어진다. 그의 상상력은 살아온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하루하루 살아온 어제가 작가의 내면세계를 거쳐 또 하나의 상상력으로 작품이 되는 것이다.
홍 작가가 선택한 그림 재료는 옻이다. 최대한 정제한 옻에 석분(돌기루), 금분, 은분, 진주 가루로 색을 만들어 삼베에다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다. 유화가 100년~200년 간다면 옻은 만년 이상 가는 재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술가 정신
“그림은 생명줄이었다. 사업에 실패하고 고향으로 내려오고 나서도 그림으로 인해 버티고 생활할 수 있었다. 그림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심정이 붓을 들게 했다. 많은 예술가들이 예술세계를 추구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라고 느끼는 건 운명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것이 아니면 세상을 버티기가 힘들어서 창작 생활을 떠날 수가 없었다. 유일한 자존감이었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기쁨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림만이 오늘을 버티게 하는 힘이었다” 홍승운 작가는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이 그림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살아있게 하는 어떤 것. 옥천에서 나고 자라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그가 앞으로 펼쳐나갈 예술세계가 기대된다.
 
△가족전 그 후 옥천민예총 활동
1남 4녀의 형제자매 중 4명이 그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홍 작가는 “어머니(오복진·83)가 수를 잘 놓고 병풍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며 “손재주가 있었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거 같다”고 말했다. 2007년 첫 가족전을 개최했는데 여동생(홍승숙 다다미술학원 원장)과 매제,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조카(신수빈, 신산호) 2명과 함께한 전시였다. 당시 같이 전시회를 했던 조카들은 현재 모두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있다. 가족전이 끝나고 옥천민예총 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부터 4년 간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옥천민예총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경력
2007~2009년 가족전(옥천도서관 전시실), 2008~2019년 지용회전(옥천문화원 전시실), 2008~2019년 군집개인전(옥천도서관 전시실), 2009년 충북민족미술전(옥천도서관 전시실), 2011년 충북민족미술인협회전(청주무심갤러리), 2012년 충북민족미술인협회전(청주예술회관 전시실) 개최.
 
△갤러리카페 ‘바람결’
군북면 소정리 가는 길가 대청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갤러리 카페 ‘바람결’(군북면 성왕로 1884)을 오픈했다. 통유리창 안으로 4월의 벚꽃길이 함께 들어오는 자리였다. 카페는 그의 아내(최부영·53)와 함께 운영한다.
홍 작가는 “새롭게 건축된 공간이 예술인들의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면서 지역민들과 찾아오는 모든 이들의 편안한 쉼터”가 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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