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사업” 이런 안내문을 볼 때마다 반가움과 함께 한 가지 바람이 떠오른다. 예술은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그 마음이 오래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실을 함께 품어줄 여건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글에서 옥천군 예술인 DB 구축을 두고 ‘옥천 문화의 지도를 그리는 일’이라고 썼다. 하지만 지도는 길을 알려줄 뿐 길을 걸어가는 힘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기록된 이름들이 작품으로 이어지고 전시와 공연으로 군민을 만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이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옥천군은 충북 도내 최초로 관련 조례를 마련하고 문화예술진흥기금을 꾸준히 조성해 왔다. 2023년 15억 원, 2024년 8억 원, 2025년 7억 원을 적립해 목표했던 30억 원 규모를 갖추었고 지원 분야도 전문예술활동과 아마추어, 청년 예술활동, 지역문화예술 유관단체 주도형 아트리더 등으로 다양하게 넓혀가고 있다. 앞으로 기금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문화예술을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역의 지속 가능한 문화자산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걸음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그 걸음이 군민의 문화예술활동을 장려하고 일상속 문화향유기회가 확대되어 예술현장이 창작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기금의 가치는 얼마나 많이 모였느냐보다 어떻게 예술인의 창작으로 스며들고 다시 군민의 문화로 이어지느냐에서 더욱 빛날 것이다.
예술인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의 지원금만이 아니라 창작공간과 발표의 기회, 참여정책 마련, 예술인 DB의 실질적 활용, 다양한 사업과 연계한 시스템이 차곡차곡 연결될 때 창작은 지속성을 얻는다. 전시가 끝난 뒤 기록이 남고 공연의 경험이 다음 무대로 이어질 수 있다면 지원은 한 번의 사업을 넘어 문화의 자산이 되어갈 것이다.
또한 기금은 예술인만을 위한 제도에 머무르지 않고 공적 재원인 만큼 결국 군민의 삶 속 문화로 이어질 때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지원받은 작품이 전시장과 공연장을 넘어 학교와 마을공동체, 복지관을 찾고 주민들이 함께 배우고 체험하는 문화예술확대로 이어질 때 예술은 조금 더 가까운 일상이 된다. 예술인이 곧 지역 문화의 기획자, 문화매개자, 공공프로젝트 참여로 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믿음도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의 이야기가 충분히 담기기를 바란다. 청년 예술인은 어떤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지 오랫동안 활동해 온 예술인은 무엇을 다음 세대와 나누고 싶은지 동호회와 전문 예술인이 어떻게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쌓일수록 기금도 지역에 더욱 잘 스며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자연스러운 순환이 이어질 때 옥천의 문화 생태계도 조금씩 더욱 깊어질 것이다.
서예를 하다 보면 안다. 마른 붓은 아무리 운필을 해도 지속적으로 기운과 생동감 있는 획을 만들기 어렵다. 붓이 물과 먹을 충분히 때로는 적절히 머금어야 한 획에 생명이 깃든다. 그리고 그 물은 한 번의 획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음 획을 이어주는 힘이 된다.
옥천의 문화예술진흥기금도 그런 물이기를 바란다. 오늘의 작은 지원이 내일의 창작을 이어주고 한 사람의 작품이 군민의 문화가 되며 그 문화가 다시 다음 세대의 꿈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기를. 마른 붓 곁에 늘 맑은 물이 머물 듯 옥천의 문화예술도 오래도록 촉촉하게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지원이 창작으로 창작이 군민의 문화로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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