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압화(押花)로 다시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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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미학, 압화(押花)로 다시 피는 ‘꽃’
  • 유정아기자
  • 승인 2017.03.30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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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미술협회 이미자(68) 공예가
“꽃과 함께 15년… 꽃보다 아름다운 생”
서울시립 경희궁미술관 등 개인전 3차례

기념일과 축하의 장소에서 빠지지 않는 ‘꽃’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준다. 이미자(68)씨도 단순히 꽃이 좋아 심기 시작했지만, 그녀의 꽃이 종이로 옮겨가면서 꽃보다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제는 완연한 예술인의 길을 걷고 있는 그녀는 남은 인생은 꽃에 걸겠다고 밝혔다. 그녀의 꽃 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주>

 

옥천미술협회 이미자(68) 공예가.

행사장에서, 기념일 날, 연인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꽃을 전하는 것이다. 단순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꽃’은 단순히 식물로서의 의미 그 이상이다.

이미자(68)씨도 그런 꽃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씨는 대전에서 남편과 개인 사업을 하던 중 1998년 옥천군으로 왔다. 귀촌생활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이씨가 가장먼저 시작한 일은 꽃 심기였다. 워낙 꽃을 좋아해 전국에서 야생화까지 구해 몇 년 동안 정성껏 길렀다.

이씨는 “꽃을 많이 심다보니 말리는 방법을 고민해보고,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하면서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라며 “그렇게 물 흐르듯 압화에 입문하게 된지 벌써 15년이 흘렀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씨의 경우 취미가 본업이 된 케이스다.

그러나 즐기면서 취미로 꽃을 심는 과정과 전문가로서의 작품 활동의 길은 달랐다고 밝혔다.

작품에 쓰기위한 예쁘고 귀한 꽃을 구하기 위해 전국으로 발품을 팔아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 됐다. 수시로 꽃시장과 꽃집, 수목원도 드나들고, 국내 야생화 전시회를 방문하여 새로운 꽃이 있는지 찾아다닌다. 꽃을 구하는 것 외에도 직접 꽃을 심어서 채취해 작품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씨는 “몇 송이 안 되는 꽃들이 기본 몇 만원씩 하다 보니 주저할 때도 많이 있다”라며 “그럼에도 결국 꽃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면, 꽃값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작품 시작 전부터 배가 부른 기분이다”라고 그칠 줄 모르는 꽃 사랑을 전했다.

작품에 사용할 풀을 다듬는 이미자 공예가.

▲인내의 연속

압화의 작업 과정은 인내의 연속이다.

꽃을 말리기만 해서 작품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꽃의 특성을 제대로 알아야 기술적인 부분을 터득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예쁘다고 다 쓸 수 있는 꽃이 아니기 때문이다.

꽃 선정과 다듬는 법, 생화와 건조된 꽃의 색감 차이, 꽃이 견딜 수 있는 무게, 작품속 꽃들과의 조화 등 모든 과정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차례 말리고 나서도 얇은 꽃잎이 찢어지는 경우가 많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이씨는 “압화는 마음먹고 며칠 작업하면 끝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고민을 거듭하고, 끊임없이 기다림의 과정을 거쳐 작품이 탄생한다. 오래도록 한 작품에 매진해야 하기 때문에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압화를 하겠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매트(작업종이)에 꽃을 말리는 모습.

▲가지 않는 길

옥천에서 전문적으로 압화를 하고 있는 예술인은 이씨 단 한명 뿐이다. 이씨는 전국적으로 압화를 다루는 예술인 자체가 적어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부족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압화에 관한 교육이나 자료를 받기 어려웠고, 주위에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도 없어 본인 혼자 터득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전문적인 교육 이후 작품 활동을 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터득하면서 노하우를 쌓아 배웠다. 건조 작업 중에 불도 날 뻔 해보고, 작품 구상만 몇 달씩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작업의 어려움을 회상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에도 이씨는 꽃을 놓을 수는 없었다.

이미자 공예가 작품 ‘가고 싶다 그곳에’.

▲본격적인 작품 활동

이씨는 작품 활동에 있어서 외적인 문제가 아닌 내면의 갈증을 느끼기도 했다. 어느 정도 기점에 오른 뒤엔 본인만 느낄 수 있는 한계를 겪었음을 고백했다.

이씨는 “전문성 있는 작품을 위해 옥천 미술협회에 조언을 구하고자 직접 찾아가 직접적인 기술 도움은 아니지만 미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고 미술협회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렇게 꽃에 매진한 결과 이씨는 전시회 개최, 국전 특선 등 자타공인 예술인의 길을 걷게 됐다.

2010년 옥천도서관을 시작으로 청남대 초청개인전, 서울시립 경희궁미술관 전시 등 개인 전시회도 개최했다. 전시회를 한번 준비할 때마다 40~50 작품을 전시한다. 내년엔 인사동에서 전시를 목표로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활동으로 대한민국압화대전 대상(농리부장관상), 대한민국압화대전 최우수상 2회와 우수상, 고양세계압화대전 수상, 대한민국전통공예대전 장려상 1회, 특선 2회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남겼다.

현재 이씨는 옥천미술협회 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대한민국전통공예협회 옥천 지부장, (사)한국압화아카데미 지회장을 역임했다.

이씨는 “수상의 성과는 지금까지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한 확신을 준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미자 공예가 작품 ‘꿈’.

▲주민들과 함께

이씨는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해 직접 강의한다. 옥천 평생학습원이 처음생긴 지난 2011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압화 수업을 했다.

이씨와 같이 작품 활동 보다는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 만들기 등의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씨는 “주로 여성주부들이 인테리어 소품 활용을 위해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남자 수강생은 일부지만 성별에 상관없이 흥미를 느끼면 압화의 매력에 푹 빠지는 경우를 종종 봤다. 관심이 있어도 못 오시는 분들이 있다면 주저 말고 방문해 달라”고 말했다.

압화와 한지공예로 멋을 낸 가구.

 

▲꽃보다 아름다운 ‘풀'

이씨는 바람꽃, 할미꽃, 작약까지 좋아하는 꽃이 많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코스모스였다. 활짝 핀 코스모스의 매력에 빠져 꽃을 심고, 압화까지 시도하게 됐다.

그러나 지금 이씨는 꽃보다 풀을 더 좋아한다.

이씨는 “꽃이 좋아 이 일을 시작하게 됐지만 지금은 풀이 더 좋아졌다. 풀은 한 가지 종류에서도 다양한 색감을 얻을 수 있고, 꽃 만큼 풀의 종류도 다양하다”라며 “꽃에서는 느낄 수 없는 풀의 매력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실제로 작품을 만들다 보면 꽃보다 풀이 더 많이 쓰인다. 그럼에도 우린 꽃을 보는데 만 집중하고 있다”라며 “화려한 아름다움을 밝히기 위해 은은하게 빛나는 풀의 매력도 감상하는 분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남은 인생은 꽃과 함께

이씨는 계속해서 작품 활동에 매진할 계획을 밝혔다.

이씨는 “가끔 작품이 판매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생계를 꾸리는 것은 어렵다”라며 “정말 밥 먹는 것보다 좋아하니까 하는 일이다. 본인은 다행히 가족들의 응원 속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말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유정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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