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원9곡, 내 마음에 휴(休)를 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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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원9곡, 내 마음에 휴(休)를 담다(2)
  • 임요준기자
  • 승인 2018.06.2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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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곡 임정 이지당, 두 가지 그치지 않을 수 없는 곳
4곡 창병 부소담악, 연꽃이 물에 떠 있는 명당 연화부수형
5곡 동남곡, 부소담악에서 이어지는 끝부분의 곡류부분

빼어난 산을 자랑하기엔 푸른 강물이 서운타 할 것 같고, 강물만을 내세우기엔 그 옆 산이 서럽다 하겠다.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 유유히 흐르는 강줄기가 마치 하나인 듯 조화를 이루고 있는 율원구곡. 주말 나들이나 이번 여름휴가에 가지 않으면 후회될 성 싶은 옥천 율원구곡. 이중 지난 호 1곡, 2곡에 이어 이번호에는 3, 4, 5곡을 연속 소개한다. 500년 전 조헌과 송시열 선생이 예찬한 옥천의 명품 경관 율원구곡의 정취 속으로 들어간다.

제3곡 임정(林亭)
삼곡임정소사선(三曲林亭小似船)
삼곡의 임정은 작은 배와 같은데
일린모옥자하년(一隣茅屋自何年)
들어선 초가 집은 언제부터 인가
인휴조율정신양(人攜棗栗呈新釀)
사람들이 익은 과일과 새로 빚은 술을 내어오니
노수풍류이역련(老守風流爾亦憐)
늙은 태수의 풍류 또한 가련하도다.


한폭의 풍경화에서나 볼 수 있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위에 떠있는 작은 배. 그림같은 작은 배에 비유한 임정. 중봉 조헌은 삼곡 임정을 이렇게 노래했다. ‘삼곡임정소사선(三曲林亭小似船)’에 임정은 ‘숲속의 정자’을 말한다. 조헌은 1591년 48세 때 서정자 하류에서 문인 박로, 전승업 등과 풍류를 즐기며 자연과 인간사를 노래했다. 서정자 하류는 지금의 이지당 앞 하천을 가리킨다.
군북면 옥각마을 보건소에서 옥각길을 따라 북쪽으로 약 800m 진행하면 서화천 건너편에 위치한 이지당. 충북도 유형문화재 제42호로 조선 중기 성리학자 송시열과 조헌이 지방의 영재를 모아 강론하여 많은 인재를 배출한 곳이다. 처음에는 각신동이라는 마을 이름에서 각신서당이라 하였으나, 뒤에 송시열이 ‘시전’의 ‘고산앙지경행행지(高山仰止景行行止)’즉 ‘산이 높으면 우러러 보지 않을 수 없고 큰 행실은 그칠 수 없다’ 라는 뜻의 문구에서 끝의 ‘지(止)’자를 따서 이지당(二止堂)이라고 고쳐 불렀다. 1901년(광무 5) 옥천 옥각리 금씨·이씨·조씨·안씨의 네 문중에서 이 건물을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체 규모가 건평 40평, 본채 1동과 누각건물 1동으로 돼 있다. 본채는 석축기단 위에 정면 7칸, 측면 1칸의 목조와가 팔작집으로 중앙 3칸은 대청이고, 양쪽 2칸은 거실로 돼 있다. 본채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는 누각은 정면 1칸, 측면 1칸의 목조와가 팔작집으로 높은 단 위에 누마루를 두고 주변에 난간을 두른 층루건축물이다. 현재 이 건물에는 송시열의 친필인 이지당의 편액이 걸려 있고, 대청에는 조헌의 친필인 각신서당의 현판을 비롯하여 이지당기·이지당강학조약·조헌의 친필운 등이 남아 있다. 이러한 이지당은 북쪽의 수풀, 소박한 정자, 아름다운 곡류의 소옥천이 최고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이지당은 북서쪽의 환산에서 남동쪽으로 뻗는 가지능선의 말단부에 자리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서화천이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흐르다 금강과 합류한다. 암반 위에 우뚝 선 이지당이 굳은 선비의 정신을 노래한 듯하다. 이지당 앞으로 흐르는 서화천은 예나 지금이나 세차게 흐른다. 바위에 부딪히는 물소리가 유난히 맑고 경쾌하다. 이지당 앞 다리 아래 널찍한 바위 하나가 있는데 마을사람들은 이를 ‘방바위’라고 불렀다. 강 위에 떠 있는 바위에 걸터앉으면 풍류가 절로 나온다. 조헌이 그랬고 훗날 조헌을 흠모한 송시열도 이 방바위에서 술 한 잔에 시조를 읊조리며 풍류를 즐겼을 게다. 다리에서 이지당을 바라보며 물 흐르는 소리를 잠시 듣고 있노라면 미래 동량과 함께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며 강직한 목소리로 글을 읽는 조헌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서화천과 이지당의 조화가 아름다운 또 다른 이유다.

제4곡 창병(蒼屛)
사곡창병대석암(四曲蒼屛大石巖)
사곡이라 푸른 병풍 큰 바위인데
암전풍엽영람삼(巖前楓葉影[毛監]毶)
바위 앞에 단풍잎 그림자 짙네
산용준수무인견(山容峻秀無人見)
산은 높고 빼어나지만 보는 사람은 없는데
알옥명천형벽담(戞玉鳴泉馨碧潭)
옥 부딪히는 소리나는 샘물 연못을 울리네

여기서 창병대석암은 푸른 병풍 큰 바위라는 뜻으로 군북면 추소리의 부소담악을 일컫는다. 속칭 벼랑이로 불리는 병풍바위로 수직의 암벽이 800여 m 이상 이어지고 물굽이가 태극문 중앙분할선 모양으로 감돌고 있다.
부소담악은 감입곡류하던 소옥천의 한 구간이었으나, 1977년 대청댐 공사로 인해 하도가 물에 잠겨 특이한 지형이 만들어지면서 부소담악이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군북면 추소리 마을회관에서 환산로를 따라 북동쪽으로 약 400m 가량 진행하면 동쪽의 서화천에 다다른다. 서화천이 감싸고 있는 잔존하는 지형이 부소담악에 해당한다.
현재 부소담악은 대청댐 수몰지구에 해당하여 수면위로 잔존하는 높이가 약 10m 내외다. 암벽은 시의 내용처럼 푸른 병풍과 같고, 기다란 산각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가늘고 긴 모양을 하고 있어 독특한 풍광을 자아낸다. 호수 가운데를 깊숙이 파고드는 좁고 기다란 암봉의 행렬은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고리산(환산)에서 뻗어 나와 호수 사이로 자그마치 700여 m나 이어지는 기암절벽은 호수 위에 펼쳐진 바위 병풍과도 같다. 율곡 이이는 빼어난 산세를 작은 금강산이란 뜻에서 소금강이라 했는데 율곡의 학맥을 이은 우암 송시열은 부소담악을 보고 소금강이라 했다. 소금강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절경이다.


지금의 추소리는 예전부터 추동, 부수(소)머니, 절골 등 몇 개의 자연부락이 형성되었는데, 추동과 부소마을의 이름 중 추와 소가 합쳐져 추소리라는 명칭이 탄생했다. 또한 부소담악이라는 명칭은 전통마을 부수머니에서 왔다. 부수머니는, 풍수지리학적 명당 중 하나인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에 자리한 마을이라는 뜻이다. 물이 휘돌아나가는 모양에서 태극형이라고도 한다. 부소담악은 이름 그대로 ‘곱게 핀 연꽃이 물에 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지금은 대청호가 조성되면서 물이 차올라 암봉의 꼭대기 부분만 남았는데 예전에 작은 서화천이 흐를 때를 생각해보면 훨씬 장쾌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머릿속에 그려진다.
예부터 추소리에는 소금강과 함께 추소팔경이 전해지던 옥천의 명소였다. 추소팔경으로 제1경은 문암독성이요. 그 뜻은 문바위에 서 있으면 강가에서 들려오는 물 흐르는 소리와 바람소리, 새소리 등이 어울려 들리는 것이 마치 글 읽는 소리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제2경 인경낙조는 추소리 인기울산에서 바라다 보이는 정경으로 해질 무렵 석양에 비친 추소리 마을 정경과 물속에 비친 석양의 아름다움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제3경 환산귀하는 마을 뒷산인 환산에 해질 무렵 붉게 타는 노을빛이 아름답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 제4경은 응봉조치로, 그 뜻은 매봉에서 아침 일찍 정적을 깨고 우는 장끼의 울음소리가 듣기 좋다는 데서 이름 붙여졌으며, 제5경 안양한종은 추소리 절골에 있던 안양사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가 번뇌를 잠재우고 마을에 평화를 안겨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제6경 문필야적은 초동들이 봉우리에 올라 한가롭게 피리를 불어대면 이 소리는 마을에 은은히 들려와 마을의 평화를 더 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7경은 용암어화로 부소무니 앞을 흐르는 강에 있는 용바위 밑에서 밤고기 잡는 불빛이 멀리서 보면 신비롭고 아름답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제8경이 바로 부소담악이다.

제5곡 동남곡(東南谷)
오곡동남곡구심(五曲東南曲口深)
오곡은 동남쪽 깊은 골짜기 어귀인데
의희선려격운림(依俙仙侶隔雲林)
어렴풋이 신선들이 운림 속에 숨어있네
임변유객형용구(林邊有客形容癯)
숲가에 나그네 있어 얼굴은 파리한데
산수고가천고심(山水高歌千古心)
산천의 영원한 마음을 큰소리로 노래하네


시에서 5곡으로 지칭하는 동남곡은 군북면 추소리에 위치하고 있다. 추소리는 ‘골냄’으로 ‘윗골냄’, ‘아래 골냄이’가 있다. 표준말로 ‘골남이’ 즉 ‘골남쪽=동남곡구’이다. 제4곡 창병 하류 건너편 동남쪽에 있는 골짜기에 해당한다. 부소담악에서 이어지는 끝부분의 곡류부분이 바로 동남곡이다. 
옥천향토전시관 전순표 관장은 “율원 3, 4, 5곡은 경치가 뛰어난 곳으로, 특히 4곡의 부소담악은 우암 송시열 선생께서 소금강이라 일컬을 정도로 물과 산이 조화를 이룬 풍광이 매우 빼어난 곳이다”며 “현세에도 전국에서 많은 탐방객들이 찾는 옥천의 자랑”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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