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지평을 연 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1950) 선생의 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된 ‘제22회 지용신인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13일 옥천군청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동양일보와 옥천문화원이 주관하고 옥천군에서 후원하는 이번 시상식에서 한진수(28·제주시)씨의 ‘포플러’가 당선작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영만 군수와 김승룡 옥천문화원장, 박효근·이인석 전 문화원장,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 등 기관·단체장과 문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중국 연변작가협회 정봉숙 상무부주석과 창작연락부 윤옥주씨, 연변가무단 한선녀 교수, 연변대학예술학원 박춘희 교수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영만 군수는 “지용신인문학상 시상식을 시작으로 막이 오르는 지용제에 여기 계신 분들이 모두 참여해 정지용 선생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며 “어려운 관문을 뚫은 한진수씨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한 씨는 “시인으로서 시의 대중화에 힘쓸 생각”이라며 “보편적이고 누구의 경험에서도 공감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쓴 시를 통해 낯선 이들에게도 시의 감동을 전하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한 씨는 공군 중위로 복무중이며 이달 말 전역을 앞두고 있다.
한편 1995년 제정돼 올해로 22회를 맞는 지용신인문학상은 시 부문에 한정해 1년에 한 번 공모하며, 한명의 당선자를 선정해 5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포플러
상처입은 찌르레기 지저귀고
별들은 울고 또 서럽게 울고
봄이 오면 불어오는 산들내음을 나는 사랑했네
비둘기와 따스한 햇살을, 꽃다발을
그러면 나는 해가 빛나는 호수처럼 너를 사랑해
너는 말없는 포플러 나무처럼 편안하지
밤이와 그 자리에 찌르레기 지저귀고
별들은 다시 아프고 서럽게 울고
순진했던 나는 믿었네
언젠가 아름다운 별빛은 삶을 구원하리라고
그래서 고요한 봄의 포플러와 같은 너를 사랑했네
싱그런 봄바람처럼
싱그런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너를 사랑했네
순진하게도 나는 믿었네
별빛이 삶을 구원하리라
내 가슴 속의 노래하던 새가 죽고
악기의 현이 끊어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