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자연 교과서 ‘평달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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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자연 교과서 ‘평달농장
  • 유정아기자
  • 승인 2016.06.09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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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이산 중턱에 둥지를 튼 ‘맞춤교육의 장소’
어린이 교육위해 일군 논과 밭, 연못 ‘인기’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식생활 우수체험공간’

40여 년간의 서울살이를 접고 옥천군으로 돌아온 김기완(68)·박순이(62)씨 부부는 지난 2000년 귀촌했다. 이들 부부는 옥천군에서 자연체험농장인 ‘평달농장’을 운영하며 귀향의 모범이 되고 있다. 소나무 한그루, 돌 하나에도 그들의 정성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는 ‘평달농장’ 귀촌운영 스토리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 “80먹어도 그리운 것이 고향”

옥천군 이원면 원동리에서 ‘평달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기완(68)·박순이(62)씨 부부는 귀촌해 115,702,479㎡(3만5000평) 규모의 부지를 관리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40여 년 동안 서울살이를 했지만 향수를 갖고 있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결심 끝에 도시생활을 접고 99년도에 토지를 매입했으며 ‘2000년도부터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라는 마음을 갖고 귀촌을 결심했다.

이들 부부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가꾸기 위해 노력했다. 남편 김씨는 “어릴 적 외할머니 댁에 갔을 때 자연 속에서 뛰어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릴 때 추억은 내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더라도 기억에 남는 것같다”라며 “내 손자·손녀들에게 평생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어 이곳을 관리하기 시작했다”라고 농장을 만든 계기를 밝혔다.

 

■ “나무 한그루에도 정성 담아”

부부는 처음 이원으로 귀촌했을 당시 주거지 허가가 엄격해 5년간을 창고에서 보내야했지만 그런 시간 속에서도 시골마을에 터를 잡아 나무를 심고 연못을 파며 돌을 옮겼다. 하지만 부부는 자연농장을 운영하면서도 함부로 자연환경에 변화를 주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 김씨는 “우리 농장에 있는 나무 한그루, 바위 하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며 “모두 우리의 관심이 담긴 농장의 일부분”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나무 한그루를 옮기면 다시 뿌리를 내리고 자리 잡기 위해 수십 년이 걸린다”라며 “미관에만 치우쳐 함부로 베거나 모양을 변형시키는 것은 욕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부는 귀촌했을 당시 처음부터 교육농장을 운영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아내 박순이씨는 “애초에 교육농장이라는 것이 국내에 들어온 것은 2006년이다.5년간 가꾼 노력을 인정받아 옥천군에서 처음으로 자연농장을 시작했다”라며 “농장을 목적으로 관리한 것은 아니지만 욕심 없이 시작한 일에 결실까지 맺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 자연 속에 있는 교과서

이들 부부는 교육농장에 대해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을 직접 자연 속에서 체득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정의 내렸다.

또 이런 목표를 위해선 다양한 환경을 준비하고 있어야하고 본인의 이익에 앞서 학생들의 교육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교육농장의 수업을 위해 부부는 농작물의 종류와 재배과정, 작물 특징을 배우기 위해 군에서 진행하는 기초·연수·심화과정으로 공부했다.

남편 김씨는 “교육농장은 교실에서 환경적인 제약으로 가르쳐줄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는 곳이다”라며 “논과 밭이라는 자연의 교구를 통해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이런 교육방침은 이들 부부의 손자·손녀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남편 김씨는 “손자·손녀들이 오면 반에서 몇 등하는지, 엄마 말은 잘 듣고 있는지 물어보며 아이들에게 스트레스 주는 것을 싫어한다”라며 “자연을 보면서 직접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가르쳐주는 소통이 즐겁다”라고 말했다.

‘평달농장’ 에서는 교과서와 연계된 체험활동과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 외에 성인대상으로 귀농·귀촌인들을 위한 워크숍 매뉴얼을 직접 작성하고 강의도 진행하면서 옥천군 교육농장회장으로서 활동하며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 있다.

■ “한 가지 과정으론 자연 배울 수 없어”

이들 부부는 자연을 통한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면서도 이익에만 집중해 교육에 소홀히 하는 농장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평가했다.

김씨는 “최근 급격히 늘어난 교육농장 중에는 이익에 치우쳐 제대로 된 자연의 생태를 가르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라며 “자연의 전체 과정 중 채집과 수확 등 일부 과정으로 자연을 알기에는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평달농장’ 내부에는 논과 밭은 물론 연못과 토굴까지 학습을 위한 다양한 장소가 마련돼 있다. 자연수업 뿐만 아니라 염소와 개, 닭까지 여러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연에서 발생하는 매순간이 교육과정이라는 이들 부부는 계절의 변화와 학생의 나이를 고려하면서 시기에 맞는 적절한 교육으로 학생들의 교육 효과를 높이고 있다.

■ 오감만족 체험학습

‘평달농장’은 농식품부에서 지정된 ‘식생활 우수체험공간’으로서 자연에서 채집한 채소와 쌀을 이용해 좋은 재료를 이용한 식생활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식생활의 기본이 되는 쌀은 벼종자부터 모내기 과정과 수확, 쌀 도정에 따른 종류까지 벼의 생애와 성분을 알아본다.

또한 같은 쌀을 이용해 냄비와 압력밥솥, 가마솥까지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맛의 차이를 설명하는 시간도 갖는다.

아내 박씨는 “뇌에는 포도당이 필요한데 한번 섭취하면 12시간이 유지되기 때문에 포도당이 부족한 아침에 밥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출처도 없고 향신료와 방부제, 첨가물이 들어간 요리들은 맛은 있을지 몰라도 건강을 해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뿐만아니라 최근 증가하고 있는 맞벌이 가족 형태를 고려해 학부모 및 영양사들에게 짧은 시간에 간단하고 영양가 있는 요리들을 소개하는 시간도 진행한다.

박씨는 “중·고등학생들은 한창 성장하는 시기로, 먹는 것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라며 “균형에 맞는 식단을 통해 몸은 물론 정서적인 것에 도움을 준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텃밭에서 나온 다양한 채소를 이용해 요리하며 오감을 만족시키는 모범 체험공간으로 거듭나면서 연간 300여명 이상의 학생들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 고향의 추억을 남기는 것 '소망'

10년 넘도록 ‘평달농장’을 운영해온 부부는 ‘귀농·귀촌’이라는 표현 자체부터 낯설게 느껴질 만큼 그곳에 적응할 각오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씨는 “귀촌이 아니더라도 터를 옮기게 되면 당연히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라며 “흔히 3년을 고비로 역귀농도 고려하면서 고생하지만 5년까지 버텼다면 그 이후엔 죽을 각오로 버텨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5년 이상이 되면 지금 있는 곳을 떠나는 것도 어렵고 떠나왔던 곳을 돌아가도 낯선 이방인처럼 변하게 된다”라며 “너무 힘들면 버티기보다 빠른 판단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귀향 후 주민들과의 갈등상황에서 ‘역지사지’의 자세를 생각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갑자기 마을에 이방인이 나타난 상대방의 입장, 나로 인해 불편함을 겪을 수 있는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나만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하는 생각이 줄어들 것”이라며 “고향에 돌아와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나무심고 담을 쌓으면서 외로워하지 말고 이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김씨는 귀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김씨는 “어느 정도 나이 든 어른들도 더 많이 연세 드신 노인들에게 아무 말도 못하는 경우를 보면 사람들이 웃곤 한다”라며 “그러나 단지 유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고향에 오면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고향을 떠나 성인이 됐지만 고향으로 돌아와 마을 어르신들이 볼 땐 아직도 어릴 적 아이처럼 대할 수 있다. 귀향은 그렇게 어릴 적 내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 또한 40년 전의 나로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평생의 마지막 곳이 ‘평달농장’임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남과 공유할 고향의 추억을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고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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