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30 농가 모여 수출협의회 조직
3년 전 법인 설립 66 농가로 확대,
농식품부 수출전문단지로 지정 받아
어떤 건 부드럽고, 또 다른 건 딱딱한 것이 달콤함과 신맛이 적절히 가미돼 여름철 자칫 잃기 쉬운 입맛을 사로잡는다. 요맘때 과일로 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 전설 속 선녀들이 즐겨 먹은 복숭아가 그렇다. 이 때면 전국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지만 대청호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뽀얀 아기 살갗과도 같은 옥천 복숭아야말로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한때 경기도 이천과 충북 음성군의 공동 브랜드 햇사레 복숭아에 밀려 저평가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서울 가락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홍콩인들의 가슴을 녹였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러기까지 농가의 피땀이 서렸고 수출협의회의 열정이 있었다. 그 가운데 옥천복숭아수출영농조합법인 송찬두(66) 대표가 있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옥천복숭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옥천복숭아수출법인 설립
대표적 여름 과일 복숭아는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과일 중 하나다. 그러기에 전국 곳곳에 복숭아 농가는 우후죽순 뻗어있고 과잉 생산된 복숭아는 결국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눈을 돌리게 된 게 해외시장이다. 5년 전 옥천 복숭아 농가들은 인도네시아,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를 상대로 판촉행사에 나섰다. 첫 해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엔 충분했다. 농가는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 보자며 옥천복숭아수출협의회를 구성했다. 이때 30농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1년 뒤 법인화 추진에 나섰고 옥천복숭아수출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게 된다. 옥천군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복숭아 농가는 107농가. 이중 66농가가 법인에 소속돼 있으니 불과 3년 만에 회원수가 두 배로 늘었다.
홍콩인 입맛을 사로잡다
해외시장에 본격 눈을 돌리게 된 송 대표는 3년 전 우연히 모바일을 만지작거리다 경북 김천에서 농산물 해외수출 세미나가 열린다는 안내 글을 보게 된다. 송 대표는 임원들에게 이 내용을 알렸고 4명은 그길로 김천으로 달렸다. 그곳에서 한국한인홍 임재화 대표를 만났다. 임 대표는 홍콩에서 26개 유통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만남은 옥천 복숭아 수출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2017년 수출 0.5톤 이었던 것이 홍콩 수출이 성사되면서 2018년 14t, 작년엔 15t 수출 실적을 올렸다. 올핸 지난 달 28일 700kg, 다음 날 홍콩 현지에서 선호하는 당도 높은 복숭아 품종인 ‘천중도’ 700kg이 수출됐다. 수출단가는 kg당 5,500원 선으로 국내시세를 웃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법인은 작년에 정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수출전문단지로 지정 받아 올해 처음 중장비 2대와 마케팅 활동비 2천만 원을 지원받았다.
기업유치로 이어져
송 대표와 임 대표의 만남은 기업유치로 이어졌다. 한국한인홍은 지난 달 31일 충북 옥천군과 입주계약을 체결했다. 한국한인홍은 옥천테크로밸리 9021㎡에 총 50억 원을 투자해 인삼식품제조공장을 설립한다. 뿐만 아니라 충북 옥천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을 우선 구매해 홍콩으로 수출하기로 했다. 옥천이 농산물 수출 전진기지로 발돋움 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번 한국한인홍을 유치하기 위한 주변 지자체들의 유치 작업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 농산물을 해외 수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결국 옥천군이 유치하게 됐고 그 뒷면에 송 대표와 임 대표의 친분 쌓기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찬두 대표는
송 대표는 충북 옥천군 안내면 답양리가 고향이다. 열다섯 살 때 옥천읍 장야리로 이사해 지금까지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재배를 하지 않은 작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농사를 지어왔지만 토마토, 오이, 수박 등 원예작물을 할 때 정말 열심히 했다며 인터뷰 내내 여간 올리지 않던 목소리 톤을 높이며 회상했다. 돈은 됐지만 인력구하기가 힘들어 결국 원예 농사를 접고 23년 전 복숭아 농사로 뛰어들었다.
“평생 농사를 지어왔어도 새 작물에 들어가면 누구나 초보자다. 최소 5~6년은 지나야 ‘아, 이거구나’라고 알아지게 된다”며 “지금은 군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하고 과학영농을 하기 때문에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20년 전만해도 기술습득이 어렵고 나무의 생리도 모르고 전문가가 아니어서 실패율이 높았다”고 당시 어려움을 회고했다.
옥천에서 가장 먼저 육묘를 시작한 장본인이기도 한 그는 6년 전 육묘사업을 접었다. 인력구하기가 힘든데다 체력도 예전과 같지 않아 지금은 오직 복숭아 농사에만 집중하고 있다.
송 대표는 “복숭아 농사는 여름 일이다보니 더위와 싸움이 가장 힘들다. 더위가 덜한 새벽 4시부터 이마에 헤드라이트를 켜고 일한다”며 “여름휴가 한번 가지 못하고 열심히 일했다”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작년엔 비가 적게 왔는데 올핸 비가 많이 와서 가격이 바닥”이라며 “농사는 일률적이지 않다. 열심히 노력해야 하고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며 하늘에 순응하는 순박한 전형적 농민의 모습이었다.
천생 동반자 이점순 여사
송 대표의 부인 이점순(61) 여사는 경북 상주가 고향이다. 충북 옥천으로 이사와 밤낮으로 농사일만 하다 스무세 살 때 송 대표를 만나 결혼했다.
이점순 여사는 “어디 가서 일하면 이만한 힘든 일이 없겠냐. 그저 감사하며 열심히 일 하고 있다”며 “탐스러운 복숭아를 수확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고 힘든 것도 잊는다”고 말해 천생 농부의 아내였다.
“올해 농사는 작년에 비해 잘 된 것 같다. 가격도 작년과 비슷하고, 장마로 피해는 약간 있지만 그러려니 해야지 속상할 것도 없다”며 자연에 순응하고 있었다.
“늘 땅과 나무에게 고맙다고 인사한다. 언제 봐도 자식만큼 사랑스럽다”며 땅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그는 시어머니 박옥례(88) 할머니를 모시고 송 대표와 사이에 아들 경철(40)과 딸 경아(38) 1남1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