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는 내 삶의 전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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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는 내 삶의 전붑니다”
  • 김병학기자
  • 승인 2020.10.08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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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도 불 이겨 낸 도자기
인생의 여정과도 흡사

“제가 도자기에 ‘온 미치광이’라면
아들은 ‘반 미치광이’쯤 되겠지요”
이곳에 진열되어 있는 도자기는 하나같이 이숙인 대표의 손길을 거쳐간 것들이다.
이곳에 진열되어 있는 도자기는 하나같이 이숙인 대표의 손길을 거쳐간 것들이다.

 

제 나이 서른쯤이었을 겁니다

평소 차()를 좋아했던 이숙인(73) 대표가 도자기(陶瓷器)와 첫 만남이 이뤄졌던 시기가 그때였다. 올 해 73세니까 최소한 40년은 넘게 도자기와 함께 살아 온 셈이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차가 커피에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차를 찾았고 당연히 차 시장이 활성화 될 줄로만 알았다. 더욱이 차에는 반드시 도자기가 필수라는 점에 착안, 도자기와 평생을 함께 하기로 자신과 다짐했다.

아무리 좋은 차도 종이컵에 마시는 것보다 직접 흙으로 빚어 만든 도자기에 우려 내어 마시면 맛과 품위도 곁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자기 문외한인 그가 누구에게서 배우느냐가 최대 관건.

천성적으로 한 번 마음 먹으면 미루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이찌 보면 조금은 무모한 생각이었지만 일단은 공방부터 차렸다. 이때부터 스승 찾아 삼만리에 들어갔다. 고향 천안부터 뒤졌다. 이름하여 도자기 명인이라 하는 사람들은 다 만나 봤다. 하지만, 이 대표의 마음을 충족시켜 줄만한 스승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전국으로 눈을 돌렸다. 경북 문경, 이곳에서 이 대표는 경북지방문화재로 활동하고 있는 도천 천한봉 선생을 만났다. 그리고 그를 사사(私師)’로 모시고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갔다. 역시 달랐다. 엄격함도 있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가마 앞에 선 이숙인 대표. 가뜩이나 커피에 밀려 도자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코로나까지 충격을 줘 가마에 불을 지피는 것 조차 겁이 난다
가마 앞에 선 이숙인 대표. 가뜩이나 커피에 밀려 도자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코로나까지 충격을 줘 가마에 불을 지피는 것 조차 겁이 난다
물레를 이용,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옥천요 전수자 아들 최석호씨
물레를 이용,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옥천요 전수자 아들 최석호씨

 

찻사발만큼은 자동화 불가능

반드시 장작불로 구워야 해

 

다른 도자기류는 기계화가 가능하나 찻사발만큼은 불가능합니다. 도자기의 크고 작음을 떠나 손이 들어가지 않으면 진정한 찻사발이라 할 수 없지요. 그러한 이유로는 다른 도자기의 경우 가스를 이용하거나 전기를 이용해 만들 수도 있지만 찻사발만큼은 반드시 장작불로 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혼이 불어 넣어지게 됩니다. 어쩌면 인간의 삶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태어나서 흙으로 돌아가기까지 쉼없는 연단과 고통을 맛보아야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찻사발에 대한 이 대표의 애찬론이다.

흙으로 도자기가 빚어되면 반드시 가마에 들어가야 한다. 이곳에서 도자기는 무려 1,300도로 자신의 몸을 달궈야 한다. 가마를 달구는 나무 역시 최소 3년은 말린 걸 사용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무 속에 잔존해 있는 수분이 도자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자기 원료 가운데 가장 중요한 진흙의 경우 아무 흙이나 사용할 수 없어 경남 하동과 전북 남원, 경기 여주 등지에서 공수해 온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흙을 비롯한 나무와 기타 재료들을 구입하는데 여간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문제는 이렇듯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든 도자기들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날로 쌓여만 간다는데 있다. 한 번 가마를 데워 도자기가 구워지려면 최소 2,500개에서 3,000개가 가마에 들어가야 하는데 구워지는 도자기들이 그때그때 제 주인을 만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

그래도 이 대표는 아들 최석호(48) 씨와 함께 가마에 불을 붙인다. 누가 사주든 사주지 않든 그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도자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올 것이라 믿기 때문에.

가마에 들어간 도자기는 최소 1,300도 이상의 불 속에서 자신의 몸을 달궈야만 진정한 도자기로 변신한다.
가마에 들어간 도자기는 최소 1,300도 이상의 불 속에서 자신의 몸을 달궈야만 진정한 도자기로 변신한다.

 

10여 년 전부터 중국 시장에 잠식

매출, 100% 가운데 2%도 안 돼

지자체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책 필요

 

사실, 몇 해 전만 해도 소문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 오기도 했다. 심지어 서울이나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는 관광버스를 동원 도자기를 구입하러 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최악이다.

매출이요? 글쎄요, 10여 년 전부터 중국제품이 국내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고부터 매출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매출이 100이라면 지금은 2도 안됩니다.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마에 불을 지피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죠. 15년 전만 해도 1년에 10번 이상 가마에 불을 붙였는데 지금은 많아야 서너번에 머뭅니다. 그것도 명맥잇기 차원에서 입니다

제 개인적인 욕심이라기 보다는 지역 예술인 양성 차원에서도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타 지자체의 경우 예술인 지원금이라는 항목이 있어 여러 모양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곳 옥천군에는 전혀 그러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군의회 역시 강건너 불보기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설상가상 도자기마저 안 팔리고 있으니 저와 같은 예술인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하다 지역 예술이 사라지는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제가 도자기에 온미치광이라면 아들은 반미치광이쯤 되겠지요

이 대표는 지난 시절 서울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문경요의 꿈 전’(2002) 을 비롯해 미국 뉴욕 ‘Space World 갤러리초대전(2007), ‘한중 도자 명인 100인 전’(2009), ‘일본 도쿄 신주쿠 게이오백화점 모자 전’(2016), ‘대전 고트빈 갤러리 모자 전’(2018) 등 수 십 차례에 걸친 전시회에 참여했다. 여기에 연잎다기 관련 의장등록을 비롯한 다기상 관련 디자인 등록’ 1, ‘유골함 관련 특허 등록’ 1건 등 도자기 관련 다양한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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