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의 시선에선 시골 생활은 현실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 현실적인 괴리감과는 달리 시골 생활은 부지런함과 근면이 필요한 곳이다. 도시에서 얻을 수 없는 자연에서 얻은 수확의 진정함을 얻는 보람이라는 달콤한 맛이 있기 때문이다.
옥천군 군북면 대정리 415번지 ‘이시울팜스’ 이경우(62) 대표. 군북면의 험지를 아름답게 개간해 집을 짓고 농장을 만들어 부부가 사는 아름다운 삶의 터전으로 가꾸었다.
그의 고향은 대전. 청춘의 열정으로 일했던 36년 한전KDN 생활을 은퇴한 후 취미로 갈고 닦은 목공 실력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체험농장을 만들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
그는 “열심히 가꾸면 올해같이 과일이 풍성하게 열려서 지인이 가족이 사돈이 와서 따 간다.”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농사는 준비가 필요
이 대표는 전원생활을 위해 귀농 몇 년 전부터 농업기술센터 유튜브 강의를 들으며 작물재배와 농사 방법을 공부했다. 준비가 덜 된 귀농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규모는 작지만 복숭아와 자두, 살구나무를 심어 재배하고 있다. 올해까지는 테스트하고 내년부터는 농산물센터 등에 판매할 생각이다. 그리고 목공에 소질이 있어 방과후 학교 수업으로 나무로 시계, 안내 표시판 등을 만들어 마을에 활용한다”고 했다.
확실한 당근 정책 필요
옥천은 집약적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고장이다. 그러므로 청년들이 농촌에서 살게 하려면 과감한 당근성 정책이 필요하고 거기에 맞는 확실한 책임이 따르는 정책이 청년 유입과 고용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까다로운 조건은 개방하고 사후 책임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청년들이 시골에 와서 제대로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청년들의 농사 장려로 3년 동안 첫 해 매달 100만 원, 다음 해 90만 원, 그다음 해 80만 원 하는 지원방식 말고 처음부터 과감하게 지원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농가 주택의 경우 10년 동안 분양을 못 받게 하면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난 이후부터는 전적으로 농사에 매달리고 집중하게 된다. 다른 길이 없으니까.”
빨리 내려놓을수록 좋다
그는 직장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옥천에 와서 느끼고 있다. 그 비결로 도시 생활의 자세를 빨리 내려놓고 욕심을 버렸다. 인생의 후반전을 새롭게 일하는 삶을 살아보겠다는 꿈을 아버지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아버지께서 조폐공사를 정년퇴직하신 후 할 일이 없으니 동네 모임하는 사무실만 왔다 갔다 하셨다. 평생 좋은 직장에서 일하신 아버지의 그런 모습은 달리 보였다. 나중에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일찍 가르침을 준 생활 속 배움이었다. 그래서 크게 느끼고 결정했다. 큰 방을 쓰던 그때의 느낌을 빨리 지우고 내려놓았다.”고 했다.
지역주민과 마찰은 도시의 자식들 때문
귀농 후 가장 어려운 문제로 흔히들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꼽는다. 오늘날 농촌 마을은 인구가 줄고 마을의 존속마저 위협을 받는 게 현실이다. 외지인의 유입이 없으면 앞으로 시골은 미래가 없는 유령 마을이 될 수 있다. 원주민과 귀농인들의 문제는 정작 다른 데 있었다.
이 대표는 “마을을 위해서 협동하는데 문제는 겉으로는 현지 주민과 갈등으로 보이지만 그 뒤에는 항상 누가 있더라. 바로 도시에 있는 자식들이다. 노인들은 무슨 일을 하면 자식에게 얘기해봐야 한단다. 여기에 길을 내기 위해서 군에서 도로를 내줬지만 사유지가 물려 있어 도로를 내려면 땅을 매입하고 임야는 밭으로 바꾸어 유리하게 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냅둬요’였다. 2명 중 1명은 설득했지만 다른 1명은 거절당했다. 처음부터 도로 폭을 4m로 만들면 폭이 넓어 좋고 인프라가 형성되면 발전도 한다. 그런데 단 한 사람의 허락을 못 받아 도로 폭이 3m, 3.5m, 4m로 엉망이 됐다.”며 “슬럼화된 집은 70% 주민 동의만 있으면 강제 철거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친인척 관계이거나 서로 알기에 그러지 못한다. 그래서 슬럼화된 쓰러진 상태로 방치한다. 옛날처럼 새마을운동이라도 해서 가꾸면 얼마나 좋겠나 싶다. 주변이 아름답고 깨끗하게 쾌적한 환경이 갖춰지면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고 좋아진 환경에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고 했다.
귀농하면 솔선수범하고 베풀어라
귀농 후 갈등은 상대를 배려하지 못하는 데서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원주민과 하나 될 수 있는 방법을 잊지 않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귀농하면 자신의 것을 먼저 내놓고 베풀어라. 그래야 상대편을 설득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내 것부터 챙기면 융화도 안 되고 갈등만 증폭된다. 귀농해서 스트레스받지 말고 편하게 살아라. 저는 저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도로의 눈 청소를 브로워로 누가 밟기 전에 다 했다. 그랬더니 옆에 사람들이 브로워 사서 도와주며 함께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