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오 먹고, 염색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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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오 먹고, 염색하지 마세요”
  • 유정아기자
  • 승인 2016.09.01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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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경화·고혈압·만성감염 등 치료제 역할
“3500평 재배… 자연산과 효능차이 없어”
1상자에 11만원 거래, 약용작물로 ‘인기’
‘장령산 백하수오농원’ 김병섭 대표.

▲ 고향으로 돌아와 ‘귀농 시작’

고향인 옥천군 군서면으로 귀농한 김병섭(52)·주윤정(50)씨 부부는 하수오를 재배하는 ‘장령산 백하수오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대전에서 자영업을 해왔지만 남편 김씨의 사고로 인해 다리골절로 2년이 넘는 병원생활을 했다. 기존에 하고 있던 일에 신체적인 부담은 물론 노후에 대한 고민까지 겹치게 되면서 남편 김씨의 고향 옥천군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됐다. 고등학교까지 옥천에서 마친 김씨는 귀농을 결심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지만 아내 주씨는 귀농에 앞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씨는 남편 김씨의 구체적인 계획과 확고한 결심을 보고 함께 귀농생활을 시작했다.김씨는 “본인은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었지만 아내는 달랐다”라며 “귀농 결심을 했을 때 걱정이 많았던 것을 알고 있지만 믿고 따라줘 고맙다”라고 말했다. 

장령산 백하수오농원’에서 관리하는 하수오밭 전경.

▲ 각오가 필요한 ‘농사일’

김씨는 귀농에 대해서 ‘기술 없이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흔히 도시생활이 어려울 때 ‘시골에서 농사나 지어라’는 말을 하면서 농사일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농사일은 평일, 주말 구분 없이 재배 작물에만 전념해야하는 일이다”라며 “농사짓는 것만큼 도시에서 일하면 어떤 일이던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농사일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농사일에 대한 어려움을 언급했다. 

김씨는 “소규모 농업은 지원이 부족한것도 있지만 초기 귀농인들은 외지인과 같은 대우를 받기 때문에 주민들과의 신뢰를 가지고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도 힘들다. 그렇다고 대규모 농사를 지으면 지원금 대비 비용부담은 훨씬 커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농사일을 시작했을 때 미리 본인에게 닥칠 수 있는 어려움을 파악하고 있어야하며 그에 대한 책도 준비해야 귀농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오를 관리하는 김병섭 대표.

▲ 하수오에 대한 확고한 의지

타 귀농인들은 주로 귀농을 결심한 후에도 작물선택에 대한 고민이 많지만 남편 김씨는 달랐다. 귀농을 시작하면서 옥천군에서 지원하는 귀농교육은 물론 고향 지인들에게도 다양한 작물을 추천 받았지만 김씨의 하수오에 대한 확신은 남달랐다. 산을 좋아했던 김씨는 “귀농을 시작하면서 여러 작물들을 고려해봤지만 하수오에 대한 확고한 결정은 변하지 않았다”라며 “하수오는 먹으면 장수한다 하여 ‘장수약’으로 불려진다. 탈모와 흰머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있고 불면증과 피로회복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타작물에 비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동맥경화·고혈압·만성감염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하수오 씨앗을 구해 첫해에는 1000평으로 재배를 시작했지만, 한해에 1000여 평씩 늘려 올해는 3500평의 규모에서 하수오를 재배중이다. 김씨는 내년에도 1000평을 확대해 4000평 이상 하수오를 재배할 계획이다. 김씨는 “귀농 초기부터 너무 큰 규모로 농사일을 시작하면 신체적·재정적으로 부담이 되기 마련”이라며 “조금씩 농촌생활에 적응하면서 규모를 확대해야 관리할 수 있는 재배지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라고 말했다.

군서면 농산물 직거래장터에서 (오른쪽)김병섭대표가 하수오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농원에서 직접 재배한 하수오.농원에서 직접 재배해 가공한 하수오 즙.‘장령산 백하수오농원’ 김병섭 대표.하수오 밭.장령산 백하수오농원’에서 관리하는 하수오밭 전경

▲ “군 지원금 확대해야”

이들 부부는 귀농시 토지와 주택비용 등 지출비용이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단위까지 초기자본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에서 지원한 주택수리비 500만원과 건조기 및 저온창고 50%의 지원금 등은 귀농적응에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씨는 귀농을 막 시작한 농가들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귀농인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지원금 신청을 하려면 제약과 요구조건이 많아 해당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인은 이제 몇 년간 귀농생활을 하면서 군에서 요구하는 것에 해당사항을 갖췄지만, 가장 많은 지원이 필요한1~2년차 귀농가구들은 농업 규모가 작아 해당사항이 없는 경우를 많이 봤다”라며 “지원 가능한 범위를 확대해 형식적인 지원 종류만 늘리지 말고 꼭 필요한 곳에 지원이 돌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농원에서 직접 재배한 하수오

▲ “하수오, 철저한 관리 필요”

하수오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재배하는데 큰 어려움은 느끼지 않았다는 김씨는 예상치 못한 시련을 맞기도 했다. 2년 전 ‘가짜 하수오’라 불리는 이엽우피소로 인해 전국적인 파장을 불러오면서 하수오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때문에 타작물에 비해 단위가격이 높았던 하수오는 인기가 떨어져 가격이 하락하고 이들 부부 뿐 아니라 전국적인 하수오 농가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김씨는 “하수오 논란이 일자 전국적으로 하수오농가를 방문해 진위여부를 확인받았다. 그러나 논란이 잠잠해지면서 지금은 하수오를 인증기관에 보내서 진위여부를 확인받는다. 이렇게 관리하면 누가 이엽우피소를 보내서 확인받는 사람이 있느냐”라며 “하수오 관리체계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하수오 재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논란이 생기면서 어러움도 있었지만 본인을 믿고 구입해주시는 고객들을 위해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라며 “하수오에 대해 철저한 진위여부와 관리를 통해서 정직하게 하수오를 판매하는 농가들이 피해를 보지 않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현재 김씨는 제작사에 의뢰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마을에서 운영 중인 농산물직거래 장터에서도 하수오를 판매하고 있다. 하수오 즙도 판매하면서 1상자(50팩)에 11만원으로 거래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재배는 물론 6차산업까지 규모 확대를 염두해 두고 있다. 6차 산업이란 1~3차 산업을 복합해 농가에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으로서 농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즉, 1차 산업의 농림수산업, 2차 산업의 제조·가공업, 3차 산업의 서비스업을 복합시킨 것이다. 농작물을 생산만 하던 농가가 품질 좋은 상품을 가공하고, 향토 자원을 이용해 체험프로그램 등 서비스업으로 확대시켜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농가소득에 큰 기여할 수 있다.

군서면 직거래 장터에서 하수오 즙을 시식하는 사람들.

▲ 농촌 적응하기

남편 김씨는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주민간 원만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씨는 “본인은 고향이기 때문에 주민과의 갈등은 없었지만, 연고 없는 지역으로 귀농을 결정한 예비귀농인들은 주민간의 관계가 원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주민의 입장에서 바라본 귀농인들은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외부인으로 보일 것이며 경계심을 갖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라며 “귀농인들이 그곳에서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은 자주 보고 먼저 다가가는 것 외에는 없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구체적인 예를 들며 “거주지 문제, 토지 측량, 수로 등 주민들 또한 새로운 갈등상황을 만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럴 때 일수록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의 욕심만 챙기고 담을 쌓는다면 언젠가는 꼭 큰갈등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씨는 현재 군서면 귀농인협의회장과 옥천군 귀농귀촌연합회회원을 맡으며 귀농인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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