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인의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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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인의 기행
  • 김묘순 충북도립대 겸임교수
  • 승인 2024.03.0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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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논개의 신분이 기녀에서 최경회의 후처가 되었다가 사후에 정실로 인정받게 되었다. 400여년 후인 20세기에 이르러서야 논개가 기녀의 탈을 벗고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논개는 연회장에 잠입해 적장을 꾀어내기 위해 기생으로 위장하였을 뿐이다. 그런데 관기로 오인하고 있다고 신분상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즉 논개가 기생이라서 터부시되고 외면당하였던 일들은 우리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양반가의 딸로 태어난 논개는 아버지 사망 후 다섯 살 때 삼촌에 의해 민며느리로 팔렸다. 논개 모친은 논개를 피신시켰지만 계약위반으로 장수 현감에게 재판을 받았다. 이때 모녀를 구한 현감이 최경회다. 이를 계기로 모녀는 최경회 집에 머물게 되었다. 최경회는 부인과 사별하고 18세가 된 논개는 그의 후처가 되었다. 최경회가 임진왜란에서 죽자 논개는 왜장을 안고 남강에 몸을 던진 열녀다. 관기라는 편견에 잊혀질 뻔하였던 논개. 일제 때 논개의 고장인 장수군 일대 주씨를 모조리 말살하려 하는 고초를 당했다. 1846년 정주석 현감 때 장수에 ‘논개생향비’를 건립했다. 일제에 의해 이 비가 파괴되려는 위기에 놓였다. 장수 사람들은 이 비를 땅에 몰래 묻어 놓아 지켰다. 이들은 이렇게 지켜온 논개생향비를 꺼내 논개사당을 세우고 매년 음력 9월 3일에 주논개제를 지낸다. 논개는 기녀였을까? 열녀였을까? 기녀든 열녀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우리의 할머니인 한국인의 조상이라는 것이 아닐까? 

15. 일곱 살 동기(童妓) 가련(可憐) 
「진주(晋州) 2」의 사랑이야기

해마다 5월 31일이면 진주부 유수한 노기들이 제관이 되어 의기 논개의 제사를 지낸다. 촉석루에는 시조와 검무가 젊잖게 열린다고 정지용은 적고 있다. 진주는 색향이 아니라며 어느 접대부의 사랑이야기를 실화라며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루지 못한 사랑은 그 애절한 그리움이 더하여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조선 인조 때 대제학을 지낸 이광덕과 기생 가련(可憐)의 지독한 사랑이야기는 아름답다 못해 처절하게 다가온다. 세상이 허락하지 않은 연애와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오늘날에도 듣는 이의 가슴을 애잔하게 만든다. 이광덕은 관북 어사에 임명되어 지방 수령의 비리를 조사하였다. 그런데 어사출도 하였다는 소문이 지방에 다 퍼졌다. 그러니 어사가 암행을 하여 조사를 하려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소문의 진원지 파악에 나섰고 7살 동기(童妓) ‘가련’임이 밝혀졌다. 소문의 실상은 이랬다. 가련은 굶주린 걸인 행색에 손이 흰 것으로 미루어 변장을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걸인에게 예를 다 갖추는 이는 종자로 생각된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였고 이 소문이 퍼지게 되었다. 
이광덕은 가련의 총명함에 탄복하여 지필묵을 준비해 시 한 수를 지어줬다. 일곱 살 가련은 이를 받아들고 “정표로 간직하겠다.”고 하였다. 이때 주위에 있던 판관, 종사관, 서리, 사령 등이 일제히 웃었다.


그리고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이광덕은 소론의 탄핵을 받아 함흥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그는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가두어두던 위리안치(圍籬安置) 외에는 비교적 자유로웠다.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그는 울타리 밖에서 나는 아름다운 노래 소리를 듣게 된다. 어느 날 그 소리는 가련의 것임을 알게 되었다. 중년이 된 그녀의 눈은 차고 맑은 가을 호수처럼 깊었다. 천연하고 요요한 가련을 본 이광덕은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는 가련이 자신을 봉양함은 고마웠으나 그녀가 홀로 늙는 것이 안타까워 출가를 권하였으나 허사였다. 둘은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 바라만 볼 뿐 사랑한단 말도 손을 잡을 수도 없는 기이한 사랑을 하게 되었다. 


이광덕은 퉁소를 불고 가련은 ‘출사표’, ‘적벽가’, ‘공명가’ 등을 부르며 듣는 이의 가슴을 녹였다. 이들의 육체관계가 없는 바라만 보는 애잔한 사랑은 퉁소가락에 절절히 실렸다. 


몇 년 후 바깥출입도 허용되지 않던 이광덕의 유배 생활은 가련의 정성스러운 뒷바라지로 끝났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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