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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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45)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4.05.09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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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그러면 의학전문대학원 8년 코스가 되는 거야. 첫 2년은 교양과목, 나머지 2년은 전공과목(62학점)으로 간호대학에 간호학과와 의예과 2개 학과를 설치하여, 간호사와 미국 의사를 배출하는 의료인 양성대학으로 간호 대학의 정체성에 맞는 교육목표를 설정하면 되겠구나. 정말 기가 막힌 아이디어야.’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다시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즉시 쿵쾅거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교육부 담당과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우리 간호대학에 학과를 신설해서 AUA와 복수학위 제도로 성신에서 의과학사 학위, AUA에서 의학사 학위 취득으로 운영하는 경우 복수제도는 허가된 제도이니, 문제가 없지 않나요?” “아,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복수학위 제도로 해서 학과 신설을 한다면 교육부에서도 달리 문제 삼을 것이 없지요.” 지옥에서 천당으로 나온 기분이었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미국에 이메일을 보냈다. 계획이 좀 수정되어 학과를 신설하고 4년제로 운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더 엄격한 학사관리로 62학점을 취득하는데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AUA에서도 곧 내 뜻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보내왔고, 나는 바로 학생모집 계획을 세웠다.

의학계 화제가 된 간호대학 
글로벌의과학과

사전합의가 끝나고 곧 뉴욕에서 2008년 MOU를 체결했다. 그 자리에는 총장과 이사장, 그리고 내가 참석했다. 체결식 후 총장과 나는 학생들이 지낼 기숙사와 강의실 등 학교 시설들을 둘러보았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본과 학생들과 인터뷰도 가졌다. 모두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었다.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나는 학교 교무위원회에 MOU 건 보고, 의예과 교육과정을 개설 후 신설학과에 대한 홍보와 교수채용 등을 나름대로 준비하고 총장에게도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과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어쨌거나 「동아일보」에 총장 인터뷰 기사가 전면에 나갔다. 한 면을 가득 채운 글로벌의과학과를 대대적으로 다룬 기사였다. 기사가 나감으로써 이제 모든 것이 총장을 통해 공식화된 셈이었다.

나는 곧바로 교육과정 설계에 들어갔다. 그리고 입시를 위한 홍보계획도 마련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입시 홍보와 함께 글로벌의과학과에 초점을 맞춘 광고가 나갔다. 그 후 「조선일보」에 우리나라 의과대학에 관한 기사였는데, 국내 여러 의과대학과 함께 성신여대 글로벌의 과학과가 소개된 것이다. 눈물 나도록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국내 최고 의 영향력을 가진 신문이 우리 글로벌의과학과를 당당한 의과대학 반열에 올려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정은 쉽지 않았다. 간호대학에 글로벌의과학과를 설치하는 문제로 교무위원회에서의 설전도 그중 하나였다. 일부 교무위원들은 글로벌의과학과 교과과정이 수학, 화학, 생물 등 기초과학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자연과학대학에 설치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나로서는 어느 단과대학에 운영하느냐가 핵심사항은 아니니 자연과학대학에서 내가 기획한 의도대로 운영한다면 나는 반대할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단지 글로벌의과학과를 간호대학에 두려 고 한 내 취지는 간호사와 미국 의사 배출로 의료인 양성이라는 본래의 교육목적에 부합하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핵심임을 설명했다. 

그러나 의과대학에 간호학과가 설치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고 글로벌의 과학과는 6년제 의학과가 아닌 2년 의예과 과정인데도 불구하고 간호 대학에 의예과를 설치하는 것은 문제라는 발상은 학문적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고 결국은 간호대학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나는 글로벌의과학과 이름에 글로벌을 넣은 이유는 졸업한 학생이 AUA 의대 본과과정을 비롯하여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아시아지역의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세계적인 유명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각 대학에 최소한 1년에 1~2명씩만 진학해도 10년 후면 최소한 200명 이상의 글로벌 의사가 양성될 수 있을 터였다. 

성신여대 졸업생이 세계 각지에서 의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상상만으로 가슴 벅찬 일이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런 내용의 기사들이 일간지를 통해 보도되자 이 대학 저 대학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국립의료원 원장을 지내고 제일병원 원장으로 근무 중이던 박인서 원장도 이른 아침 전화를 걸어왔다.

“송 학장, 어제 내가 ○○대학교 의무 부총장과 의대 교수들하고 저녁을 함께했는데 의무 부총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누가 그런 기막힌 아이디어를 냈느냐는 얘기를 꺼내더군요. 우리 학교 메디컬 콤플렉스에 그런 학과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면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을 칭찬하기에, 내가 아마도 우리 송 학장 아이디어일 거라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학과를 잘 알리면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학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듯 성신여대 발전에 큰 동력이자 내게는 큰 희망을 주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그들 생각과 마찬가지로 글로벌의과학과를 성신의 스타 학과로 만들어 성신여대의 교격을 높이는게 나의 꿈이었다. 미국 의사면허취득 프로그램이 개설된 것 자체가 국내 최초일 뿐 아니라 간호대학에 의과대학 의예과 과정이 개설된 것 또한 의학계에서 센세이셔널한 일로서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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