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힘든 상황도 희망이 생기면 끊임없이 노력하는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20세부터 야간 병원, 주유소, 페인트시공, 용접, 에어컨 설치기사 등 8년간 모은 돈으로 본인 명의의 아파트 3채(3억6000여만원)와 부모님 자가용까지 3대를 구입한 주인공이 화제되고 있다. 말 그대로 ‘하면 된다’를 실천하고 있는 박일범(27)씨가 주인공.
그는 낮에는 성실한 주유원이면서 월말이면 90만원의 임대수임료를 받는 임대업자로 변신한다. 박일범씨는 주유하면서 손님들이 ‘젊은 사람이 왜 이곳에서 일하느냐’는 무심한 질문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주유원으로 근무하기 전, 박일범씨는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해 바로 취업했지만 대학 졸업자와의 차별로 학벌주의를 느끼면서 다시 수능을 준비해 치기공과에 입학했다.
이후 박일범씨는 대학교 한 학기를 마친 뒤 군 생활을 공익근무요원으로 보냈다. 군인신분 이었지만 일과를 마친 오후 시간엔 관내 의원에서 야간근무를 했다. 평균 수면시간이 하루 3시간도 되지 않는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차곡차곡 모이는 월급을 보며 힘을 냈다고.
박일범씨는 “간혹 1년에 한두 번 아파서 쉬었던 적 외에는 주말은 물론 명절도 구분 없이 근무했다”라며 “신체적으로 부담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그만둘 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박일범씨는 다시 대학교를 복학했다. 그러나 박일범씨는 더 이상 학벌로 인한 부당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그곳에서도 인맥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느끼고 일터로 돌아왔다.
박일범씨는 “성적 장학금도 받고 과대표 활동도 하면서 오후엔 주유소에서 근무했다. 성실히 대학생활을 했지만 여전히 사회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라며 “하지만 사회 탓, 남 탓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바꿀 수 있는 것도, 믿을 수 있는 것도 내 자신뿐이었다”라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노력한 데는 ‘가족’이라는 큰 원동력이 있었다. 박일범씨는 “어릴 땐 가난한 형편 때문에 힘들었다”라며 “돈을 모으면서 가장 좋은 점은 가족들에게도 베풀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범씨는 이제 직접 주유소를 운영하는 새로운 꿈을 갖고 있다. 그는 “처음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땐 내 상황에 막막했다. 어릴 땐 가난했던 상황이 싫기도 했지만 이제는 내 상황을 이해하게 됐다. 좋아하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아모르파티’.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본인 또한 나 자신이 좋고 여기까지 올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주신 부모님께도 감사하다. 이젠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고, 내 일에 확실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주위시선에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형의 모습을 본 10살이나 차이나는 동생 박효범(17) 학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여느 학생들처럼 컴퓨터 게임을 즐겨하던 동생이었지만, 지금은 본인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성실한 학생이 됐다.
박효범 학생은 오후 5시가 되면 햄버거 패티를 굽는 아르바이트생이 된다. 학교에 다니면서 평일 5시간이 넘는 아르바이트가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박효범 학생의 표정은 밝았다. 박효범 학생은 “여름에 햄버거 패티를 굽는 게 더워서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괜찮다”며 “이런 경험도 본인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니 덜 힘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월 50만원씩 적금을 넣고 있다는 박효범 학생은 “가족 모두가 일하는데 집에 있으니 나도 용돈은 벌고 싶었다”라며 “형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형만큼만 노력하면서 나중엔 롯데리아 사장님이 되고 싶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두 형제가 각자의 목표를 갖고 나름의 모습으로 노력하고 있는 모습에 응원하는 이들도 생겼다. 형제는 “서로한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라며 “앞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만 같이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