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하면 통한다” 칠전팔기로 일궈낸 옥천토종기업 ‘행복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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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하면 통한다” 칠전팔기로 일궈낸 옥천토종기업 ‘행복담기’
  • 임요준편집국장
  • 승인 2018.03.1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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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용 회장의 마인드 ‘자연과 행복’…글로벌기업으로 성장 기대
옥천·대전공장, 청산·예산농장, 레스토랑 ‘꽁뚜’ 등 사업 다각화
구운·훈제달걀에서 의약품·화장품 개발 3·4차 산업으로 진입 앞둬
이기용 회장

‘사업은 타이밍’
우리나라 대표 명산중 하나인 계룡산 자락에 자리잡은 산골 신도안. 이기용 회장이 태어난 곳이다. 명지대학교 기계학과를 졸업하고 50이 넘은 나이에 중부대학교 경영학을 전공한 학구파이기도 하다. 20대 젊은 청년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업가로 뛰어들었다. 그가 처음 시작한 사업은 중고자동차매매업이다. 이후 전공을 살려 대한반도체에서,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정자동화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업은 타이밍이라 했던가. 시대에 비해 빨라도 너무 빨랐다. 결국 사업은 부도를 맞았다.

‘일어나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실패한 그가 눈을 돌린 곳은 일본이다. 일본에 우리의 전통악기를 전파하고 사업 재기를 목표로 판매에 나섰지만 일본인들에겐 통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빌린 돈마저 갚지 못한 죄스러움과 찢길대로 찢긴 자존심. 연거푸 계속된 실패에 삶의 의욕마저 잃고 말았다. 그가 택할 수 있는 건 이 세상과 연을 끊는 것.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졌다. 얄궂은 게 목숨이던가. 하늘은 그의 죽음마저 받아주질 않았다.

구운달걀과 운명적 만남
귀국 후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아내(故 이길자 여사)를 보면서 또 다시 의욕을 잃고 말았다. 세상과 등지고 싶은 생각에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 곳이 지금도 오지마을인 공주시 탄천이다. 어렵게 빌린 오래된 흙집은 안채는 무너지고 사랑채 방 한 칸만 겨우 남아있었다. 비료비닐포대로 빗물이 새는 지붕을 막고 촛불로 어둠을 밝히는 참담한 생활 이였다. 아내는 그런 남편을 불평하나 없이 따라주었다.

이 회장은 “아내는 3년 전 하늘나라로 떠났다. 언제나 나와 함께 해 준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최고의 삶의 파트너였다”며 아내에 대한 그리운 눈물을 삼켰다.

동네에서 포도밭을 임대했다. 장인, 장모도 힘을 보탰다. 힘이 솟기 시작했다. 칡뿌리를 캐 신탄진시장에서 칡즙과 고사리 등 직접 채취한 산나물을 내다 팔았다. 처남이 담임하는 보령 대천 개척교회에 등록, 예수를 영접한 시기가 이때다. 교회에서 개 한 마리를 얻어 논산 헌책방에서 얻은 ‘개 기르는 법’ 책을 참고삼아 훈련한 개가 아주 영특하게 자라줬다. 훈련견을 내다 판 것이 당시 10여만 원. 이 돈이 사업의 밑천이 될 줄이야.

칡즙장사는 계속됐다. 어느 날이다. 한증막 사우나에서 일하는 한 아주머니께서 구운 달걀을 먹으라고 건네줬다. 그 맛이 꿀맛 이였다. 사업 기질을 타고난 그가 그냥 지나칠 일 없다. 구운달걀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기계학을 전공한 이 회장은 그의 전공을 발휘해 오래된 고추건조기를 개조해 맥반석구운달걀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구운달걀이 대중화돼 있지 않은 이상한 음식이라고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여기서 멈출 그가 아니다. 상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의 성실함이 통하면서 전국으로 팔려 나갔다. 칡즙과 구운달걀은 안성맞춤 음식궁합을 이뤘다.

자연과 행복을 담은 ‘행복담기’ 탄생
친구의 도움으로 아산시 배방에 대두식품을 오픈했다. 1998년 대전 송강동으로 이전하면서 대두그린으로 상호를 변경, 첫 자신의 공장을 갖게 됐다. 새로운 제품이 탄생했다. 달걀 속에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추고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는 껍질코팅을 한 훈제달걀이다. 회사는 주식회사로 정식법인등록을 마쳤다. 길거리 자판장사에서 법인으로 성장한 칠전팔기의 역사적 사건이다. 옥천으로 이전하면서 탄생한 것이 ‘행복담기(주)’다. 처음에는 훈제달걀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참나무를 태우면서 연기가 발생,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금은 기술개발에 힘입어 연기는 없애고 수증기만 발생된다.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과  LOHAS(친환경중심 소비생활)마크를 획득하고 전국 이마트와 CU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AI(조류독감) 발생은 회사를 곤경에 빠뜨렸다. 이때 이 회장의 가장 큰 힘은 직원들이였다.
이 회장은 “직원들은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자 월급을 미뤄가면서 하나가 됐다. 직원들은 나의 가족이자 소중한 사람들이다”며 인간중심 경영철학을 전했다.

글로벌기업으로 힘찬 날개짓
‘위기는 기회’,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사는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대한민국을 넘어 베트남, 미국 등에 수출길이 열릴 예정이다. 옥천을 발판으로 성장한 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제품만도 구운달걀, 훈제달걀은 기본, 계란찜, 푸딩, 노른자 없는 달걀 등 20여종에 이른다.

이 회장은 “옥천의 토종기업으로 성장한 행복담기는 연 매출 20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국으로 유통되는 우리 제품은 옥천의 홍보대사이며, 앞으로도 행복담기는 옥천과 함께 성장할 것”이라며 “옥천의 자랑인 만큼 군민들께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행복담기’는 옥천공장을 기반으로 대전공장, 청산농장, 예산농장과 대전 계족산 자락에 자리잡은 전통북경오리와 인도음식 전문점 레스토랑 ‘꽁뚜’를 운영하고 있다. ‘행복담기’는 닭사료생산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달걀을 활용한 의약품과 화장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0원짜리 달걀 하나가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3·4차 산업으로의 발전을 향해 힘찬 날개짓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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