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라고 하면 우선 끼니를 거르는 것부터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먹고 싶은 욕구와의 전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대부분 그 싸움은 패배로 끝나기 때문이다. 체중의 변화는 먹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 상호 영향을 주는 여러 생활습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필자는 다이어트의 가장 기본요건으로서 ‘슬립(SLEEP)’을 제시한 바 있다. 슬립은 그 조건들의 영어 첫 알파벳을 따서 만든 조어(造語)이다.
첫 번째 S는 잠을 잘 자는 것(Sleep well)을 의미한다. ‘슬립(SLEEP)’이라는 말 자체가 수면을 의미한다. 그만큼 다이어트에서는 수면의 양, 수면의 질, 그리고 수면에 들어가는 시간 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면이 부족할 경우 위에서 분비되는 공복감을 촉진하는 위에서 분비되는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고 반면에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는 감소한다. 또 너무 늦게 잠자리에 들거나 수면량이 적으면 수면 중에 뇌하수체로부터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방해를 받는다. 이 성장호르몬은 지방조직으로부터 지질분해와 연소, 단백질합성 등 인체의 대사작용을 촉진하는 작용을 갖고 있다.
또 인체 내 생체리듬도 영향을 받게 되어 코티졸과 세로토닌, 멜라토닌 등 호르몬의 분비가 불균형하게 된다. 이러한 호르몬의 분비 이상은 무기력증, 우울증과 같은 문제를 초래하여 이차적으로 비활동적인 생활패턴을 갖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
두 번째 L은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는 것(Lower calorie)이다. 유행성 다이어트법들은 특정한 음식이나 영양소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마치 먹는 양이나 칼로리는 줄이지 않더라도 그러한 방법을 통해 살을 뺄 수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섭취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다이어트의 한 조건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세 번째 E는 건강하게 먹는 것(Eating well)이다. 다이어트를 단지 칼로리만 줄여서 먹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영양상 불균형하고 건강에 해로운 방법에 의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점심을 패스트푸드, 빵류, 스낵류로 간단히 때운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이는 살을 더욱 찌게 하는 동시에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잘못된 방법이다.
네 번째 E는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것(Exercise regularly)이다. 요즘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막상 다이어트의 한 수단으로서 운동이 왜 필요한지, 실제로 어떻게 운동해야 되는지 잘 모르고 있다. 운동은 보다 건강하고 요요가 없이 지속적으로 체중을 감량,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왜냐하면 다이어트의 성패는 비만한 사람이 주로 갖고 있는 인슐린저항성과 렙틴저항성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 정기적인 운동은 이에 대한 가장 훌륭한 해결책이 된다.
다섯 번째 P는 심리적 안정성(Psychological stability)을 뜻한다. 우리가 생활 가운데 받게 되는 만성적이고 습관적인 스트레스가 비만을 초래하는 원인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현대인들이 생활 가운데 접하게 되는 스트레스는 과거 원시인류부터 오랜 세월 동안 생명의 위협에 직접 노출될 때 받던 즉시적이고 직접적인 스트레스와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그런데 현대 들어 생활환경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한 결과 이렇게 복잡하며 간접적인 스트레스에 적응하여 우리 인체가 적절한 대응기제를 만들어내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이것이 스트레스가 비만을 비롯하여 여러 성인병 또는 만성퇴행성 질환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그 기본조건으로서 슬립(SLEEP)을 기억하도록 하자. 다이어트를 어느 시기 동안의 이벤트가 아니라 스스로 생활패턴의 전반적인 변화를 이루어가는 계기로 삼을 때 다이어트는 궁극적으로 성공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