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이 끈적거리면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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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이 끈적거리면 배가 고프다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2.03.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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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에 커피전문점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많아졌다. 도시에서 멀리 벗어난 한가한 지역에 세워진 예쁜 카페도 자주 볼 수 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테이크아웃 잔을 들고 다니는 사람의 모습도 흔한 풍경이 되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커피열풍에 푹 빠져 있다. 커피 뿐만 아니라 카페인이 든 음료의 전성시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카페인의 이뇨작용 때문에 많은 사람이 만성적인 수분부족 상태를 겪게 될 위험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수분부족을 인체는 바로 느끼지 못한다. 즉 갈증에 대한 민감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수렵, 채취 활동을 하던 시절부터 체내 수분의 감소에 대한 갈증이 너무 빠르게 나타나면 활동에 따른 제약을 받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물을 마실 수 없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수분감소를 감수하고 활동을 지속해야 했던 것이다. 

인체가 목마르다고 느끼는 기전은 뇌 시상하부에 있는 갈증중추가 자극되기 때문이다. 즉 소변이나 호흡 그리고 땀을 통해 수분을 손실하면 기관지나 입 안 점막이 마르게 되고 갈증중추에 신호가 전달된다. 또 혈액량이 감소하고, 혈액의 삼투질농도가 높아지는 것도 갈증증추를 자극하여 갈증을 일으킨다. 갈증중추가 자극되면 이는 뇌하수체에서 항이뇨호르몬(ADH)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이 항이뇨호르몬은 콩팥을 통한 소변의 생성을 감소시켜서 체내수분을 보존하는 작용을 한다. 또 한편으로 체내 혈액량이 감소하면 콩팥으로 들어가는 수입세동맥벽에서 레닌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자극된다. 이 역시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소변생성을 감소시키는 체내수분의 보존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탈수상태 여부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소변의 색깔을 관찰하는 것인데, 소변색은 정상적으로는 옅은 레몬색이지만 탈수상태에서는 진한 황갈색을 띠고 강한 냄새와 함께 소변의 빈도와 양이 줄어든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체내 수분이 어느 정도 감소해도 인체가 바로 갈증을 느끼지는 않는다. 또 일상생활을 하면서 다른 바쁜 일들에 정신을 쏟다 보면 수분보충이라는 생리적 필요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혈장량이 약 10% 정도 감소되거나, 혈액의 삼투질농도가 1~2% 정도 높아지면 갈증중추가 자극되어 갈증을 느끼는 것이다. 즉 체내 수분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감소하여 혈액의 점성도가 높아져야 갈증중추가 자극되어 비로소 목이 마르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서 혈액의 끈적거리는 정도가 꽤 높아져야 물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는 다시 물을 마시기까지 우리 인체는 가벼운 탈수상태에 놓여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분은 몸무게의 2/3을 차지하면서 인체 세포 안이나 밖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생화학적 반응, 효소반응을 매개하고 있다. 그러므로 몸이 탈수상태에 있게 되면 에너지대사 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대사과정에서 생성된 여러 대사물질이나 피로물질을 처리하는데도 지장을 받는다. 그러므로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때때로 의도적으로 수분을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다이어트를 계획한다면 적정량의 물을 섭취하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 인체는 수분부족상태에 있게 되면 이를 모면하기 위해 수분부족을 허기증으로 착각하도록 하여 음식섭취에 대한 욕구를 증가시킨다. 음식을 통해서라도 부족한 수분을 보충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공복감을 느낄 때 그것이 만성적인 탈수에 의해 초래된 가짜 공복감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물을 마심으로써 탈수로 초래된 가짜공복감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수시로 조금씩 물을 마시는 습관을 갖는 것은 다이어트를 위해 매우 훌륭한 전략이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물을 마시는 것도 지나치게 혈액을 희석시켜 저칼륨이나 저나트륨혈증 등을 초래하고 이는 부정맥과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대체로 겨울에는 1L 내외, 여름철에는 1~1.5L 정도의 물을 가지고 다니며 섭취하는 습관은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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