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뿌리고(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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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뿌리고(102)
  • 조종영 작가
  • 승인 2023.02.16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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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번의 죽음이 있을 뿐이다

청주성을 탈환하라

남문은 청주성의 정문과 같아서 4개의 성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웅장했다. 남문에서 북문에 이르기까지 직선 길이 곧게 뻗어 있었다. 성을 방어하는 왜적의 방비는 자연히 남문에 주안을 두었고 석교천이 인접한 서문은 비교적 취약한 부분이 있었다. 하천이 공자에게 장애가 될 수 있었으나 주변의 무성한 숲은 군사들의 은신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청주성을 공격하는 전투는 병력을 어떻게 운용하여 수행되었을까? 

주장인 조헌 선생은 병법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임진란 전 해에 올린 청참왜사소(請斬倭使疏)의 별지로 영호남비왜지책(嶺湖南備倭之策)을 상소했다. 그것은 왜적의 상륙지역과 침공계획을 예견하고 이에 대비하는 조선 방어전략이었다. 4월 중순, 왜적이 부산포로 상륙하고 한양을 점령하기까지 이루어진 왜군의 군사작전은 대부분 조헌이 예견한 바와 같이 그대로 진행되었다. 그만큼 그는 뛰어난 군사적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청주전투에서 공성(攻城)의 주력 지점을 서문(西門)에 두었다는 것은 여러 기록에 분명하게 나와 있다. 의병과 관군을 망라한 3,000명 이내의 병력으로서는 하나 이상의 방향에서 대규모의 병력을 집중하여 운용하기는 제한되었을 것이다. 대체로 성을 돌파하기 위한 주력부대는 서문에서 운용하고 나머지 3개의 성문에는 적을 견제하고 기만하는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정규모의 병력을 운용하는 전술이 구사되었을 것이다. 서문과 남문은 의병과 의승군이 담당하고 북문과 동문은 이옥의 관군을 배치하여 적을 견제시키도록 계획하였다. 조헌 의병장이 서문에서 북채를 잡고 전투를 독려한다. 

청주성 탈환도
청주성 탈환도

의병들의 전투의지는 매우 높았다. 왜적을 토벌하기 위해 스스로 참여한 의병들이기 때문에 우리 강토를 짓밟는 침입자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했다. 의병과 관군의 합동부대는 다음날인 8월 1일 새벽을 기해 공격하기로 하였다. 중봉 의병은 이미 병력을 10여 대(隊)의 편대로 조직하여 유능한 무인과 선비를 지휘관을 임명해 놓았다. 청주성을 공격하기 위해서 다시 3~4개의 편대를 하나의 공격 제대로 하는 수 개 제대를 편성하여 지휘체계를 확립하고 제대별로 임무를 부여했다. 조헌 의병장은 전투에 앞서 굳은 의지로 전투에 임할 것을 당부하였다. 청주성 전투에 대한 세부적인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문헌에 나타난 핵심 내용을 기초로 전투의 전반적인 진행 과정을 개략적으로 추정할 수는 있었다.  

8월 초하루 새벽, 용맹을 자랑하는 중봉의병의 척후대장 임정식이 출동했다. 그가 30여 명의 척후대를 지휘하여 은밀히 서문 가까이 접근하여 적정을 살피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의병들은 석교천변의 숲을 이용해 몸을 숨기고 공격 명령을 기다렸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자 척후대를 발견한 왜군이 활동하는 의병의 병력의 수가 적은 것을 확인하고는 수백 명이 성문을 열고 나와 공격을 감행해 왔다. 왜적은 의병들이 겁을 먹고 도망쳐서 쉽게 제압할 것으로 여겼을 것이다. 

이때를 놓치지 않은 조헌 의병장은 북을 울리며 공격을 명령했다. 숲속에서 뛰쳐나온 의병들은 함성과 함께 일제히 성문을 향해 공격을 감행한다. 대장의 북소리와 의병들의 함성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며 다른 성문의 의병과 관군들에게도 전달되었다. 이것이 공격 신호가 되어 청주성 일대는 의병들의 함성소리로 가득했다. 서문의 의병들은 신속히 성곽으로 접근하며 적을 무찔렀다. 왜적은 조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며 대항해 왔다. 피아가 맞서는 치열한 접전이 계속되었고 시간이 갈수록 죽기를 각오하고 공격하는 의병의 기세를 감당하지 못한 왜군이 점차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의병의 기세를 이기지 못한 왜군은 황겁히 성안으로 도망쳐 문을 닫았다. 

왜군이 물러서자 의병은 잠시 공격을 멈추고 사상자들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피해가 크지는 않았고 일단 하천 건너로 모든 병력은 철수시켜 재차 공격할 준비를 갖추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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