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어둠을 지우고 새벽을 맞으며 넘던 울음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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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어둠을 지우고 새벽을 맞으며 넘던 울음고개
  • 김묘순
    세계문인협회부이사장
    전옥천문인협회장
  • 승인 2017.03.30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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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장 김묘순(수필가·시인), 심사위원 박승룡(논설주간).천성남(편집국장)

고통의 비탈에서 솟구치는 울음을 울어본 사람은 안다.
그 사람의 날개가 닳아서, 어둠 속에서 방황할 때의 좌절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런 이는 짓눌리는 무거움의 통증을 해갈하려 어둠을 달인다. 밤새 달여 낸 어둠이 눈물과 함께 진하게 우러나오면 빛이되는 것이다. 그 빛은 가슴을 헤집고 내달리던 생채기를 허공에 발자국으로 남긴다. 그리고 희망이라는 하늘을 열어준다.
수기는 고통에서 헤어 나온 자신은 물론 독자에게도 감동과 교훈 그리고 희망을 전달한다. 향수신문사에서 1회 수기작품을 공모하였다. 45편의 수기공모작품 중 3편의 수상작을 고르기는 어려웠다.
심사기준은 작품의 예술성과 완성도보다는 진정성과 참신성 그리고 감동과 교훈성에 무게를 두었다. 예심을 거쳐 본선에 7편이 올랐다. 정성을 다해 써낸 흔적이 물씬 풍겼다.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하지 못하여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심사위원들은 지난 24일 최종적으로 대상에 조정숙의 「오뚝이 인생」, 최우수상에 박근석의 「살다보면」, 우수상에 송미경의 「시골 농부로 살아가는 아줌마 이야기」를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대상을 수상하게 된 조정숙의 「오뚝이 인생」은 한 인간이 견뎌내기에는 버거운 시련이 거듭 닥쳐온다. 그녀는 수기를 쓰기에 좋은 체험이나 생활을 겪었다. 그 소재들이 들고 나온 장점은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한곳에 쏟아놓았다. 이는 소재의 분산화로 작품의 예술성과 완성도를 하락시킬 위험성을 여전히 안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어진 소재는 예술작품을 만드는데 자양분이 된다. 조씨의 꾸준한 노력으로 빚어질 향후 작품에 기대되는 바가 크다.
박근석의 「살다보면」은 간결한 문장구조와 상큼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이러한 문장들은 신선한 바람이 이마를 스치고 지나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은 흔히 볼 수 있는 갑상샘 암을 수술하는 과정과 수술 후 처방전 약을 복용하지 않아 겪은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수술 전 집안 정리를 하고 장지갑을 들고 나간다. 속옷가게에 들러 속옷을 사고 그녀가 수술로 집을 비
우는 동안 필요할 물품들을 구비해 정리한다.

이러한 잔잔한 감동의 추진력이 작품의 끝까지 지속되지 못하여 아쉬웠다. 송미경의 「시골 농부로 살아가는 아줌마 이야기」에는 귀농인의 자연과 더불어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이 묻어난다. 이웃과 푸성귀를 나무며 욕심 없이 사는 송씨의 글에는 잔잔한 서정이 흐른다. 그녀는 무성히 자라는 잡초가 “얄밉고 무서워 입을 쭉 내민 채 호미”를 챙겨 들로 나간다.
내민 입은 잠시 뒤 남편의 응원에 힘을 얻고 눈물을 글썽인다. 그녀는 이내 밭고랑에서 다시 행복을 일구고 있다. 이러한 송씨의 작품에서 서사적 전개가 돋아나면 수작을 써내리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어둠을 지우고 새벽을 맞으며 넘던 울음고개를 글로 기록해 수기공모작품에 응모하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예술적 문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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