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함돈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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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함돈균 지음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9.13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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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사고를 기르는 방법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함돈균 지음

늘 보던 것을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본다. 사물에 대해 어떤 다른 상상은 사고의 유연함에서만 가능하다.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것으로는 우리 사고를 확장할 수 없다. 창의성은 답습으로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어떤 것을 발견하는 힘은 우리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새로움에 대한 발견,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분명 힘이다.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에서 작가는 일상의 사물에 대한 흥미진진한 지적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준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물들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을 읽으며 우리의 사유는 폭 넓어지고 유연해진다. 새로운 것이 탄생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될 수 있다. 9월에 이 책을 권하는 이유다.
같은 사물을 바라보고도 ‘모자’로 보는 어른과 ‘코끼리를 숨긴 보아뱀’으로 보는 아이의 시선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어린왕자와 예수와 철학자 벤야민의 공통된 사물 인식은 무엇일까. 어른들과 나-어린 왕자가 인식 면에서 갖는 결정적 차이는 ‘사물’을 대하는 접근 방식에 있다. 어린 왕자가 소행성을 여행하며 만나 어른들은 자본가, 교수, 왕, 공무원이었다. 소설에서 이들은 사람과 사물의 세계를 즉각적인 쓸모의 차원에서 바라본다는 공통점이 있다. 쓸모, 필요, 유용성만으로 사물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들이 세계 전체를 도구적 가치로만 여긴다는 걸 뜻한다.

과학기술이 현저히 발달하여 인공 사물의 즉각적 유용성이 작동하지 않는 곳이 없는 세계에서 이러한 관점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이 관점이 인간의 세계와 대면하는 유일한 관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한다. 함돈균 작가가 쓴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은 일상의 사물에 대한 흥미진진한 지적 여행이다. 계단, 칫솔, 단추, 만년필, 텀블러 등 67가지 익숙한 일상 사물들을 가장 낯설게 사유하는 인문적 훈련 수업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닿는 생각 발명 수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은이 함돈균은 2006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후 문학 고유의 정치성과 예술적 전위를 철학적 시야로 결합시키는 이론·문학사 연구와 현장 비평에 매진해 왔다. ‘사랑은 잠들지 못한다’, ‘예외들’, ‘얼굴 없는 노래’ 등 문학 평론집과 문학연구서 ‘시는 아무것도 모른다’를 출간했다. 비평적 글쓰기를 시민의 일상으로 확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물의 철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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