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고통 알기에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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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고통 알기에 나눌 수 있다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6.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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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천사 김중운·정순애 부부
수년간 불우이웃성금을 기탁해 온 김중운·정순애 부부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옥천읍 마암리 김중운(75)·정순애(71) 부부는 매화리 64-2번지에서 ‘광신수출포장’이라는 수출용포장 목재박스를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1996년부터 23년간 쉼 없이 일해 왔다. 아침 8시에 출근해 저녁 7~8시까지 부부는 힘들지만 묵묵히 제자리를 지켰다.

자재를 옮기고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목재 먼지 속에서 종일 하는 노동은 이제 나이가 있어 힘에 부쳤다. 부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번 돈을 이웃을 위해 쓰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들의 선행은 수년 동안 매년 500만 원씩 옥천군에 불우이웃 성금을 전달하고,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에 후원금을 기탁해 왔다. 옥천교회에도 어려운 교우들을 위해 써 달라며 성금을 전달하는 등 이웃에게 지속적인 온정을 베풀어 왔다.

부부는 드러낼 일이 아니라며 인터뷰를 마다했다. 나서기를 꺼려하는 부부의 뜻에 의해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

이 사실을 알린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옥천군지부 이종선 회장은 “고엽제전우회 회원인 김중운 씨의 선행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다”며 “남을 돕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 한두 해가 아니고 오랫동안 이웃을 위해 봉사의 삶을 실천해 온 부부의 아름다운 선행을 지역사회에 알려 귀감이 될 수 있기를 바랬다”고 전했다.

부부는 1981년 공장을 설립했다가 사기를 당해 10년간 힘들게 생활했다. 서울 인력시장에 나가 일용노동자로 건축현장 숙소에서 먹고 자며 일해야 했다. 빚진 채무를 갚고 다시 일어서기까지 녹록하지 않은 세월이었다.

부부는 “고난이 우리 부부를 크게 하고 시련으로 단단해졌다”며 “이때 겪었던 가난이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그들의 고통을 그대로 지나치지 않고 손 내밀어 나누는 삶을 살아가도록 했다”며 지속적으로 성금을 전달해온 동기를 밝혔다.

큰아들 김영삼(46) 씨와 작은아들 김영한(44) 씨 역시 스스로 자립해 부모가 보여준 삶의 방식에 따라 나눔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어렵게 사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다”고 말하는 부부는 나누는 삶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담담하게 전했다.

김중운 씨는 “가난으로 인한 고통을 알지 못했다면 쌓아두기만 했을 텐데 아낌없이 돕는 생활을 할 수 있어 가난했던 시절이 주는 교훈이 크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부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했다. 다만,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해서 나누는 삶을 지금처럼 살아가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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