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보다 팔로워십
상태바
리더십보다 팔로워십
  • 김영범 소설가
  • 승인 2019.07.04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범 소설가

요즘처럼 더운 날, 점심을 먹고 나면 기운이 쭉 빠진다. 사무실 동료들은 짬을 내 쪽잠을 자거나 게임을 즐긴다. 나는 이 시간에 페이스북을 들여다본다. 한동안 만나지 못해 궁금했던 이들의 소식이 반갑다. 좋은 글이나 영상이 있으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

한때, 얼리어댑터(early adopter)를 자처하며 페이스북은 물론 트위터와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네이버밴드, 인스타그램 등 SNS에 빠진 적이 있다. 지금은 몇 개만 남기고 다 끊었다. 스마트 폰에 뺏기는 시간이 아까운 탓도 있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트윗질 초창기, 정치인과 기업인, 사회 저명인사들과 관계 맺기는 평범한 일상에 활력이 되었다. 언론을 통해 가공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정보를 신속하게 접하며 그들과 한통속이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 곧 시들해졌다.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고 위세 부리는 그들이 눈에 거슬렸다. 알게 모르게 위계적이고 왠지 권위적이었다.

그에 비해 페이스북은 수평적이었다. 수많은 페친을 두고 부산하게 떠들어대는 이들도 있었지만, 트위터처럼 권위적이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권위적인 것을 싫어한다. 소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트위터에서 페북으로 갈아탄 이유가 그런 까닭이 아니었을까. 자기 권위만 소중했지 뒤따르는 팔로워의 존재를 홀대한, 그런 결과가 아니었을까.

팔로워는 소중한 존재이다. 특히 팀워크나 협업이 중시되는 조직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톰 워샴(Tom Worsham)은 ‘기러기 이야기’를 통해, V자 대형을 그리며 비행하는 리더의 날갯짓은 기류에 양력을 만들어 뒤따르는 동료 기러기가 쉽게 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이때 동료들은 끊임없이 울음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는 앞에서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의 소리라고 강조했다. 동료들의 울음소리가 없다면 리더는 금방 지치고 말 것이다. 팔로워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팔로워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하는 데 매우 인색한 것 같다. 대학 입시에서나 기업체 입사시험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리더십’이다. 애석하게도 ‘팔로워십’이란 말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에게 팔로워란 말이 붙는 걸 꺼린다. 누군가를 ‘따른다’는 말보다, 누군가를 ‘이끈다’는 말이 더 근사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랬다. 트위터를 떠났던 한 이유이기도 했다.

리더란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람’을, 리더십이란 ‘조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능력’을 말한다.

팔로워란 ‘지도자를 능동적으로 따르는 구성원’을, 팔로워십이란 ‘지도자를 능동적으로 따르는 구성원의 능력’을 말한다. 이처럼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의미 차는 극명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리더십만 외치는 것일까. 리더십을 찬양하는 이들의 지독한 이기주의라고 본다.

다음 문장을 보고, 괄호 속에서 적절한 단어를 고르라면 어떤 것을 고르겠는가.

• (팔로워십/리더십)은 군림이 아니라 봉사하는 자세다.
• (팔로워십/리더십)은 공동체 정신을 공유하는 마인드다.
• (팔로워십/리더십)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정신이다.

리더십 숭배자들이 강조하는 ‘리더십의 요소’ 중에서 가져온 문장들이다. 흥미롭게도 어떤 단어를 고르든 말이 성립된다. 가타부타 따지거나 구분할 필요가 없는 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리더십의 정의를 치장하기 위해 좋다는 뜻은 다 쓸어 담았다. 그리고 포장했다. 왜?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왜? 사람들의 욕망이니까. 감히 단정하건대, 인간의 욕망이 부풀어 오른 말, 그 말이 바로 리더십이니까. 팔로워십이란 말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그 경계가 있고, 그 가치가 다르다. 언제까지 팔로워십이란 말을 숨기고 리더십이란 말만 사용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리더십은 리더십이고, 팔로워십은 팔로워십이다. 리더십의 의미와 가치만 외칠 것이 아니라 팔로워십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야 한다.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 입시와 취직 전선의 면접관님들, 그리고 가정의 학부모님들도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핵심 가치는 팔로워십이라는 걸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허울 좋은 리더십만 찾는 현실이 씁쓸한 이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