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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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7.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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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어온 향수봉사회 강형근 회장
강형근 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형근설비사’ 사업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탄보일러를 고쳐달라고 해서 간 집이었다. 할머니 혼자 사시는 집이었는데 보일러를 다 고치고 나니 어르신께서 꽁보리밥에 꽁치를 구워 내놓았다. 고생했다고 먹고 가라고 하는데 눈물이 났다. 아마도 그때부터인 거 같다. 이웃의 어려운 분들을 그대로 지나칠 수 없어 시작한 봉사활동이다.” 향수봉사회 강현근(68) 회장의 말이다. 그러니까 그에게 봉사는 어려운 이웃을 그대로 지나칠 수 없어 우연하게 시작한 일이었고 그 일이 이제 30년 가까이 되어갔다.

당시 강 회장은 자신도 힘든 상황이었다. “결혼 후 월세를 14년간 살았다. 힘들게 생활해 본 사람이라 가난에 대한 이해를 뼛속까지 알 수 있었다”며 “어려운 이웃을 그대로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그 이해 때문”이라고 했다.

30년 전 일당도 받지 않고 일해주고 왔을 때 그의 아내는 허탈해했다. 남편이 하는 봉사활동에 반대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었다. 강 회장은 아내 김기자(68) 여사 사이에 2남1녀를 두고 있다. 완필(사업가·42), 완경(자영업·40), 지호(소방공무원·37)씨가 그들이다. 그의 아내는 “자식들이 반듯하게 성장한 것은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란 덕분”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15년 전 향수봉사회를 창립했다. 함께 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13명이 뜻을 같이해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일을 해오고 있다. 15년째다.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집수리를 해준다.

일로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될 이웃을 만나면 향수봉사회 13명과 함께 봉사 활동을 펼쳐온 것. 그의 봉사는 30여 년 전부터 이어졌다. 장애인협회나 노인정 등에 보일러를 기증하고 직접 설비해 주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복지정책이 아무리 잘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소외계층이 많다”며 “봉사는 더 많이 가진 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마음에서 우러나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아픔을 나누는 훈훈한 지역사회가 되길 바랬다.

또한 강 회장은 “호주 상속이 폐지되면서 자식들이 부모를 서로 모시지 않으려는 사회풍조 때문에 가는 곳마다 노인만 덩그러니 남아 정부보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이러한 사회풍조 속에서 도와야 할 상황이 생기면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동이면 우산리가 고향이다. 담배인삼노조직할분회 분회장, 전국직능단체협의회장으로 20년 일했다. 노조활동을 하던 당시 1년 중 6개월 일하고 6개월 쉬는 기간에 에너지관리, 전기기능사 등 자격증 7개를 취득했다. 이후 1999년 난방시공업체인 ‘형근설비사’를 시작해 10년 전 지금의 성암응천길 8에 이주, 정착하게 된다. 한국열관리시공협회 충북남부지회 지회장을 20년 가까이 맡고 있다.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모든 인간은 같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때 우리 사회가 좀 더 살만한 지역이 될 것”이라며 “정말 힘든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갈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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