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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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의 야생화(4)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19.07.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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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수필가

△달리아꽃
오래전 유럽에서는 달리아 꽃을 가꾸는 것이 유행이었다. 꽃집에서는 새로운 품종을 만들었고, 구근은 놀랄 만큼 비싼 가격으로 팔렸다. 돈 많은 귀족들은 앞다투어 달리아정원을 꾸몄는데, 이에는 일화가 있다. 나폴레옹 첫 황후 조세핀의 넓은 정원엔 수백 송이 달리아가 피었는데 파티를 열었다. ‘브간빌’ 부인이 큰 꽃봉오리의 달리아 꽃을 가리키며 나누어 줄 수 있냐고 물었으나 거절당했다. 그 후 ‘브간빌’은 폴란드귀족에게 부탁하였고, 그는 조세핀이 외출한 사이 정원사에게 “황후에게 비밀로 하고 구근을 팔지 않겠나?” “안됩니다.” “구근은 모두 몇 개지?” 정원사는 정직하게 “391개 입니다.” “그 중 100개를 팔게, 사례는 이걸세.” 금화를 꺼내어 내밀었다. 이에 눈이 먼 정원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이를 안 황후 조세핀은 분노했고, ‘브간빌’ 부인과 폴란드귀족의 지위와 재산을 빼앗고, 프랑스에서 추방한 후 정원사를 불러 소리쳤다. “나쁜 짓을 한 대가로 너를 해고한다.” 정원사가 조세핀을 쳐다보며 말했다. “달리아를 사랑한다면 구근을 독차지하려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게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이 정원에서 감시당하며 피어나는 달리아가 과연 행복했을까요?” 이 말이 늘 조세핀의 가슴에 남아 그 후엔 정원에서 파티를 열지 않았고 정원보초를 세우는 것도, 구근을 세는 것도, 그만두게 하였다. 달리아의 유행은 뚝 끊어져 어떤 사람이라도 구근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아름다운 꽃 달리아 유명세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봄 구근을, 대문에서 잘 보이는 화단에 심어 막 꽃피기 시작하였다. 큼지막하고 빨간 색깔인데 매우 아름답다. 꽃말은 ‘화려, 우미, 영화, 불안정, 감사’ 등 명성답게 여러 가지가 있다.

△애플민트
민트(박하)의 변이종으로 사과와 박하를 섞은 듯한 순한 향기가 나는데, 이는 애플민트 식물 잎사귀 표면에 기름샘(식물에서 얻는 향기가 있는 휘발성 기름)이 있어 여기에서 기름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새벽 이슬 내린 이 식물을 흔들어 코를 가까이 대고 맛있는 향기를 들이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시골에 사는 보너스다. 박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온다. 지옥의 神 ‘하데스’는 ‘제우스’의 딸 ‘페르세포네’를 왕비로 맞았는데, 성질이 급하고 사나웠다. 언제부턴가 ‘하데스’ 왕은 미모의 ‘민테’라는 처녀와 사랑에 빠져 가끔 황금마차를 타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곤 했다. 마침내 왕비 ‘페르세포네’가 이 사실을 알고 ‘민테’를 죽여 버리려고 처소로 달려갔다. 이를 모른 채 ‘민테’와 달콤한 사랑을 나누고 있던 ‘하데스’는 왕비가 들이닥치자 당황하여 황급한 나머지 ‘민테’를 향기가 좋고 볼품없는 꽃을 가진 식물로 만들어 버렸다. 그 후 사람들은 이 풀을 ‘민테’의 이름을 따서 ‘민트(Mint)’라 불렀다. 박하는 ‘지옥의 神’인 연인 이름에서 유래됐고 꽃말은 ‘순진한 마음’이다.

△백합꽃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살았다. 어느 날, 이브는 간사하고 악랄한 뱀의 꼬임에 빠져 금단의 과실을 따 먹고 만다. 그래서 이브는 눈물을 흘리며 낙원을 떠나면서 흘린 눈물이 땅에 떨어져 하얀 꽃이 되었다. 그것이 백합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에도 백합이야기가 나온다. 하늘의 神 ‘제우스’가 갓 난 ‘헤라클레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고자 했다. 그러자면 아내 ‘헤라’의 젖을 먹여야 했다. ‘헤라클레스’는 허겁지겁 달려들어 젖을 빨기 시작했다. 급히 젖을 먹다 보니 입가로 젖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때 땅에 떨어진 젖이 한데 뭉쳐져서 하얀 백합으로 변했다. 그래서 ‘희생, 변함없는 사랑’이 꽃말이다.

△페튜니아꽃
페튜니아 꽃은 브라질 원주민들이 담배꽃과 닮았다 해서 피튠(담배)이라 부른데서 유래하였다. 꽃말은 ‘당신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도시 길거리 가로등 기둥에 화분을 매달고 이 꽃을, 가로수처럼 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꽃말처럼 말이다. 화분에 심어 우물 기둥에 매달아 물주기를 하는데, 꽃이 피어 화사한 모습을 만들어 주고 있다. 시원스럽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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