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물리며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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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물리며 사는 삶
  • 김선환 한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 승인 2019.07.2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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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환 한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우리 인간들이 지구상에서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았던 요인 중의 하나는 관계이다. 물론 언어의 발달이 선행조건이지만 언어도 관계로 발전했을 것이라 판단된다.
인간의 밀접한 관계형성은 협조와 협동을 통해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수행함으로 강한 육식동물들을 제치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관계는 현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아주 중요하다.
관계의 증진은 사회생활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 준다. 일의 성취에서 오는 만족도 관계 속에 존재한다. 관계는 인간생활의 전부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관계를 떠나면 외로움이 찾아온다.

관계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지만 모든 관계가 단절된 삶은 죽음과 다름없다. 오늘 이 땅의 젊은이들의 관계형성은 휴대폰으로 대치되고 있다. 관계의 단절이 예상된다.
장년층 노년층들은 만남이 우선인 인간관계에 몰두한다. 다양한 모임을 통해 자신을 확인한다. 지나치지 않으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모든 문제는 관계 속에서 발생한다. 관계가 많아지고 깊어질수록 관계의 갈등은 커진다.

관계로부터 일어나는 갈등은 우리 주변에 흔하게 널려있다. 심한 경우 범죄의 형태로 결말지어지는 수도 있다. 사회생활은 많은 관계의 형성을 필요로 한다. 원하던 원하지 않았던 관계의 형성 없이는 대부분의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지런하게 일했던 세대들의 관계형성 방법과 그 유지는 오늘날에는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즉 지나친 배려와 간섭이 그것이다. 이러한 부적합성은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사고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긴밀한 관계를 위한 과다한 배려나 개인행동양식의 관여는 밀접한 관계를 만들기보다는 부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부정적 관계의 결과는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형태로 지속된다.
무엇을 위하여 내가 행복하지 않은 관계의 형태를 유지하는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나이 들어 퇴직하는 중요한 것의 하나는 관계망의 축소나 붕괴이다. 이를 못 참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갈증 들린 사람처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그러한 관계망은 내가 행복감을 느끼는 한도까지만 필요하다.

특히 은퇴 후 가족 내에서 지나치게 관계를 강화하려는 조짐이 있는데 이는 매우 경계해야 할 문제이다. 단어의 의미로는 매우 좋은 일이나 이미 이루어지고 있던 일을 새삼 강화한다는 것은 또 다른 간섭의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은퇴 시점이면 가족 구성원은 대부분 성인이다.
스스로 행동하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정리만 하면 되는 것이다. 부부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걸음 떨어져 보는 눈이 필요하다. 관계의 모든 해결책은 선을 물리는 것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과 맺은 관계의 선을 점검해보고 적당한 거리로 선을 물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이 선들의 움직임이 너무 밀접하고 복잡하여 공정성을 해치는 일을 종종 본다. 개인 간에서도 사소한 갈등이 집단의 갈등 형태로 증폭되어 나타나는 일을 흔히 본다.
가족의 문제에서도 지나친 선의 꼬임이 폭력과 범죄를 부르는 것을 본다. 부부사이에서도 얽히고설킨 선의 문제가 공동의 생활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은퇴한 부부의 갈등 문제는 상당수의 경우 금전의 문제보다는 관계 설정의 문제이다. 우리사회는 이 선이 너무 가깝게 접근해 선의 기능이 사라져 버리는 일이 너무 많다. 그래서 해결은 안 되고 갈등만 증폭된다.

지나친 선의 확장은 나를 비게 만든다. 외연의 확장은 공허한 나를 만든다. 이제는 나를 만드는 일에 매진해야 할 시기이다. 내가 공허해진 관계는 행복해질 수 없다.
내가 공허하다는 것은 나를 비운 것이 아니다. 타인으로부터 선을 물리는 일이야말로 나를 비우는 일이다. 내면이 알차게 되는 것이다.

노년에 자식의 자식을 위하여 노력 봉사하는 이들을 보게 되는데 좋은 일이다. 그 삶이 행복하다면. 그러나 그것이 행복하지 않고 힘만 든다면 선을 물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팔자타령에 빠지게 되고 신세를 한탄하게 된다.

그 책임은 당연하게 본인이다. 두 개를 다 갖지 못할 경우 하나는 적당한 선에서 그쳐야 한다. 내가 행복해져야 다른 이를 도울 수 있다. 선을 물리고 멀리 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선을 물리고 사는 삶은 모두의 관계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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